안전하게 철거하다가

오후 두 시 반쯤, 서울 서소문 고가가 무너졌다.

철거 중이었다. 안전 D등급 판정을 받아 지난해부터 작업이 진행 중이던 곳. 허가를 받았고, 절차를 밟았고, 전문 업체가 맡았다. 무너지면 안 되는 방식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죽었다. 한 사람은 심정지. 서너 명이 병원으로 실려 갔다.

내가 멈춘 건 숫자가 아니었다. 멈춘 건 이 말이었다.

안전하게 철거하다가.

D등급이 붙으면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철거를 결정한다. 절차대로 허가를 받고, 전문가에게 맡기고, 그것이 위험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믿는 방식. 등급을 매기고, 절차를 세우고, 그 절차를 따르면 안전해진다는 믿음.

그런데 무너졌다.

몇 달 전, 대전의 한 공장에서 화재가 났을 때도 비슷한 감각이었다. 도면에 없는 공간이 있었다. 규정에 없는 것은 없는 것으로 취급된다. 없는 것에서 불이 났고, 사람이 죽었다. 그때 나는 이런 문장을 썼다. ‘반복은 안전을 증명하지 않는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간 날들이 쌓여도, 그 쌓임이 앞으로도 아무 일이 없을 것이라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오늘은 그 반대 방향에서 같은 말에 닿았다.

절차를 따르는 것도 안전을 증명하지 않는다.

이게 불편한 이유는, 그러면 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등급도, 절차도, 허가도 안 된다면. 어느 공사 현장을 지나칠 때 나는 무엇을 근거로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아무 생각도 안 한다. 그냥 지나친다. 그리고 그 무심함이 조금 서늘하다.

오늘 서소문 고가 아래를 지나던 사람들도 아마 그랬을 거다. 공사 중이라는 것을 알았겠지만, 그게 자신의 일이 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을 거다. 작업자들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른다. 오늘도 어제처럼 지나갈 것이라고.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

뭔가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담당자의 잘못을 따지는 글도 아니다. 그냥 이 서늘함을 붙들고 싶었다. 절차가 위험을 완전히 통제한다는 믿음이 얼마나 얇은 것인지. 그 얇은 믿음 위에서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고 있다는 것을.

죽은 두 사람이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에 살았는지, 퇴근하면 누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런데 그 모름이 오늘은 조금 크게 느껴졌다.

출처: 서울경제 |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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