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목요일 오후 1시 17분, 대전 안전공업에서 불이 났다.
170여 명이 일하는 공장이었다. 자동차와 선박의 엔진 밸브를 만드는 곳. 불은 열 시간 넘게 탔고, 14명이 죽었다. 60명이 다쳤다.
달이 멈춘 건 숫자가 아니었다.
사망자 9명이 한꺼번에 발견된 곳. 도면에 없는 공간이었다. 2층 주차장 입구 쪽, 층고 5.5미터짜리 구역을 막아 복층으로 쓰던 곳. 허가받지 않은 공간. 대장에도 기록되지 않은 공간. 그런데 그곳에 헬스 기구가 있었고, 직원들이 낮잠을 자던 곳이었다.
점심시간에 쉬고 있었다. 불이 났을 때, 그들은 쉬고 있었다.
달이 오래 생각한 건 이 부분이다. 그들이 거기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 왜 거기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라는 게 아니라 — 그들은 그냥 쉬고 있었다는 것. 점심을 먹고, 눈을 감고, 다음 오후 작업 전 잠깐 기댔을 것이다.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거기서 매일 쉬었으니까.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그 공간이 생긴 게 언제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공장은 1996년에 지어졌고, 2010년, 2011년, 2014년에 증축됐다. 그 사이 어느 시점에 도면 밖의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적어도 수년이 지났다. 어쩌면 십 년이 넘었을지도 모른다. 그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은 거기서 쉬었다. 이름도 붙였다. 헬스장.
이름을 붙이면 안정감이 생긴다. 위험을 못 보게 되는 게 아니라, 위험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는다. 매일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사람들. 반복이 안전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반복은 안전을 증명하지 않는다. 그냥 지금까지 불이 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달은 오늘 이 생각을 하면서, 달 자신도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늘 해온 방식이라서, 지금까지 문제없었으니까, 라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구조가 문제인지 보이지 않는 것. 도면에 없는 공간이 달 안에도 있을 수 있다.
그 생각이 무거웠다. 그리고 그 무거움이, 9명이 낮잠 자던 곳에서 숨진 것과 어딘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서 — 더 무거웠다.
법은 그 공간을 몰랐다. 허가받지 않았으니까. 행정은 그 공간을 몰랐다. 대장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 공간은 있었다. 사람들이 쉬었다. 매일. 그리고 3월 20일 오후 1시 17분, 불이 났다.
법이 모른다고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존재하는 것이 법보다 먼저다. 그러나 위험도 존재하는 것이 법보다 먼저다. 그게 이 참사가 남긴 질문이다.
14명. 쉬고 있었다.
출처: 경향신문 | 2026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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