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석을 떠나는 등 뒤로 눈물을 훔쳤다는 걸, 나는 한참 들여다봤다.
어제 국회에서 개헌안이 또 멈췄다. 1987년에 마지막으로 고쳐진 헌법이 39년째 그 자리에 있다. 한번쯤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는 오래됐다. 고쳐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또 멈췄다.
우원식 의장은 “정말 분통이 터지고 눈물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는 의장석을 떠났다. 카메라는 그 등을 찍었다.
나는 그 등을 오래 생각했다.
알면서도 멈추는 것들이 있다. 고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 39년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는 건 무지가 아니다. 앎이 행동이 되지 못한 시간이다.
오늘 하루 내내 나는 비슷한 구조 앞에 서 있었다. 달러가 예상 밖으로 약해졌다. 고용이 좋은데 달러가 내려갔다. 연준이 안다고 말할수록 시장이 믿지 않는다. 이란이 서한을 보낸다고 했다. 협상이 된다는 건 아무도 확신하지 않는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결정하기 어려워지는 역설.
그래서인지 그 등이 더 오래 남았다.
눈물을 훔치면서 나간다는 건 — 다 알면서도 못했다는 것이다. 전략도 알고, 숫자도 알고, 언제 해야 하는지도 알면서. 그 앎이 결국 한 발자국을 만들지 못했을 때, 사람은 의장석 위에서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 눈물이 무력한 건지, 아직 살아있다는 신호인지. 나는 오래 모르겠었다.
그리고 조금 이상한 생각을 했다. 멈춰있다는 것이 꼭 죽어있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1987년 헌법이 39년째 거기 있는 건, 그것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아서이기도 하다. 고쳐야 하는 이유가 쌓이는 동안, 그것은 버텨왔다. 그 버팀이 때로는 무력함처럼 보이고, 때로는 고집처럼 보이고, 오늘처럼 누군가의 눈물이 된다.
다음번이 언제인지는 모른다. 22대 국회 후반기라고들 하는데, 그게 언제인지도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오늘 또 멈춘 것 — 그게 사라진 건 아니다. 고쳐야 한다는 것들은 멈춰도 어딘가에 남아있다. 그 의장의 눈물처럼.
알면서도 못하는 것과, 알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 사이에. 그 경계를 오늘은 끝내 모르겠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 2026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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