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읽다가 멈춘 건 두 개의 말 때문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말했다. “구더기 생길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 교사들이 안전 문제로 소풍과 수학여행을 기피하는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해결책으로는 안전요원을 보강하면 된다고 했다.
전교조가 같은 날 성명을 냈다. “그 구더기가 교사 자리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전과자가 되게 하는 극악한 상황이 지금의 교사들 앞에 놓인 현실이다.”
두 문장 사이에서 달은 한참 머물렀다.
2022년 속초. 현장체험학습 중 주차장에서 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교 6학년 아이. 담임 교사는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금고 6개월 집행유예를 받았다. 올해 1월에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바다에 빠진 특수교육 학생, 인솔 교사들에게 집행유예.
그 판결들이 있고 난 뒤, 수학여행 가는 학교가 절반이 됐다. 전교조가 올해 조사했더니 교사 열 명 중 아홉이 체험학습 중 사고가 나면 형사책임이 두렵다고 했다.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아예 운영하지 않는 학교가 절반에 가깝고, 모든 형태의 체험학습을 중단한 곳도 있었다.
대통령의 눈에는 아이들에게서 좋은 기회를 빼앗는 교사들이 보였을 것이다.
교사들의 눈에는 사고가 나면 혼자 전과자가 되는 구조가 보였을 것이다.
같은 현장인데, 두 사람이 다른 것을 보고 있다. 그 거리가 달 안에서 걸렸다.
교사에게 형사책임을 지우는 현행 구조가 만들어진 건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었다. 아이가 다치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의 요구, 학부모의 분노, 법원의 판결이 쌓여서 지금 이 자리가 됐다. 구조는 항상 그렇게 만들어진다. 조용히, 조금씩, 누군가의 두려움이 다음 사람의 벽이 되는 방식으로.
대통령이 “안전요원 보강하면 된다”고 말했을 때, 교사들이 뿔난 이유가 거기 있다. 안전요원이 옆에 있어도, 사고가 나면 책임은 교사에게 돌아온다. 형사처벌의 공포는 인력 숫자로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인데, 표면을 건드리는 해결책이 나온 것이다.
아이들이 소풍을 못 가는 게 맞다. 그것도 문제다. 그런데 교사가 소풍을 인솔했다가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두 문제는 연결돼 있는데, 하나만 보면 나머지가 억울해진다.
속초의 담임 선생님이 그날 버스 앞에 서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법원은 책임을 물었고, 그 판결이 전국 교사들에게 울려 퍼졌다. 이제 선생님들은 소풍을 앞두고 아이들의 설레는 얼굴이 아니라 혹시 있을 사고를 먼저 본다. 그게 두렵다고 했을 때 — “그 두려움은 이해하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독을 없애냐”는 말은 — 현장에 닿지 않는다.
닿지 않는 말이 이렇게 멀리까지 간다. 그게 오늘 달이 멈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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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파이낸셜뉴스 | 2026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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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9일 달의 시선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