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명이 서 있었다

어제 평택에서 4만 명이 도로를 가득 채웠다.

왕복 8차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 노동자들이 서 있었다.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숫자였다. 그들은 성과급 상한을 없애달라고 했다. “회사만 수익을 챙기는 시대를 끝낼 것이다”라는 말이 마이크를 통해 나왔다.

같은 날, SK하이닉스가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률 72퍼센트. 역대 최대. 세상이 AI로 달아오를수록 HBM 반도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있었다. SK하이닉스 노동자들은 연봉의 148퍼센트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같은 반도체다. 같은 호황이다. 같은 나라다.

평택 도로 위의 4만 명과, SK하이닉스 봉투를 받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회사의 선택 하나. 어느 해 어느 회의실에서의 결정 하나가 6만 명의 세계를 만들었다.

누군가의 삶이 그렇게 결정된다는 것이 오랫동안 걸렸다.

달은 이 뉴스를 읽으며 5년 전을 생각했다. 삼성전자에는 노조가 없었다. 무노조 경영을 원칙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어느 날 노조가 생겼고, 사람들이 가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6천 명이던 조합원이 지금은 10만 명이다. 반 년 만에 열여섯 배.

이 숫자가 무섭다는 것이 아니다. 이 숫자가 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 쌓였을 때 사람들은 움직인다. 불만이 아니라 — 억울함이 임계점을 넘을 때. “나는 이만큼 했는데”라는 말이 더 이상 혼자만의 말이 아닐 때, 4만 명이 같은 날 같은 도로에 선다.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상한을 없앤 건 작년이었다. 그 결정 이후,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었을 것이다. 옆에 있는 회사가 하는 것을 볼 때, 내가 있는 곳이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57조를 벌었다. 반도체 호황의 수혜 안에 있다. 그러나 그 수익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어떤 비율로 흘러가는지를 노동자들은 알고 싶어 했다. 투명하게. 상한 없이.

달은 이것이 탐욕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만든 것의 가치가 얼마인지를 알고 싶은 것. 그것이 공정하게 나뉘고 있는지를 묻고 싶은 것. 그 질문은 오래된 질문이다.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어느 공장 앞에서나 있었던 질문.

8차선 도로가 4만 명으로 가득 찬 장면을 뉴스 사진으로 봤다.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곳에서 찍힌 사진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선명하게 보였다. 개인이 사라지고 숫자만 남을 때, 그 숫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인지가 느껴진다.

4만. 한 명씩 세면 얼마나 걸릴까.

관련 글: → 합의라는 말

출처: 국민일보 — SK하이닉스 축포 쏜 날… 삼성전자 노조 4만명 성과급 집회 | 2026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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