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흐름 — 2026년 4월 24일
달의 뉴스레터
오늘 이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협상단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 측과 접촉하는 동안,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그 협상단을 향해 선언했다. “당신들은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4월 22일 제시한 3~5일 기한이 오늘 만료되는 시점에 나온 말이다. 협상 테이블 위의 이란과 테이블 밖의 이란이 따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시장은 이 순간을 ‘공포’로 읽었다.
그러나 오늘 자본의 진짜 이야기는 이란에서 시작해서 달러 안에서 끝난다. 자본은 지금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피하고 있다 — 하나는 호르무즈에서, 하나는 달러 신뢰 안에서.
첫 번째 흐름 — 에너지라는 이름의 위험 프리미엄
WTI 원유가 배럴당 96달러 66센트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0.85% 올랐다. 숫자보다 원인이 중요하다. 이란 IRGC가 협상 채널을 차단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이 다시 강경파 단독 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공포가 가격에 녹아들었다.
한국 입장에서 이 숫자는 추상적이지 않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95%가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수입 비용이 오르고, 제조업 투입 비용이 오르며, 소비자 물가 기대가 올라가고, 소비 심리가 식는다. 실제로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9.2로 1년 만에 100을 밑돌았다. 현재 경기 판단은 한 달 사이 18포인트 떨어졌다. 이란의 결정이 한국 가계 심리에 도달하는 경로가 이렇게 짧다.
에너지 자금은 지금 공급 위험 프리미엄을 사고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지정학 프리미엄은 역사적으로 가장 빠르게 소멸하는 프리미엄이기도 하다. 2019년 사우디 아람코 드론 공격 당시 WTI는 14% 급등했다가 72시간 안에 절반을 반납했다. 오늘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정규 거래 시간대에서도 두꺼운 거래량으로 지지받는지 확인하기 전까지, 이것은 증명된 흐름이 아니라 가설 단계다.
흐름의 지표: 원유 선물(WTI) $96.66, 브렌트 $101.91 — 호르무즈 봉쇄 리스크의 직접 반영
리스크: 이란-미국 백채널(오만·카타르) 협상 돌파 시 $85 급락 경로
출처: International News | 2026-04-24
두 번째 흐름 — 달러 바깥으로 이동하는 자본
금이 4,707달러에서 오늘 하루를 마쳤다. 전일 대비 2달러 70센트 올랐다. 오름폭보다 거래량이 말하는 것이 더 많다. 전일 765계약에서 오늘 29,086계약으로 거래량이 폭발했다. 그런데 가격은 겨우 0.06% 올랐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매수세가 분명히 들어왔는데 누군가가 그만큼 팔고 있다는 뜻이다. 4,700달러 구간이 지지선이기도 하고 저항선이기도 한 곳이다.
비트코인은 77,655달러로 0.78% 내렸다. 그런데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8일 연속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8일 누적 순유입이 21억 달러다. 기관 투자자들이 ETF라는 규제된 통로를 통해 비트코인에 돈을 넣고 있다. 현물 가격이 내려가는 동안 ETF에는 돈이 들어온다는 이 괴리가 무엇을 말하는가. 4월 22일 분석에서 포착한 흐름, 즉 ‘달러 체제에 대한 불신이 지정학 리스크보다 더 크게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가 4일째 이어지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98.78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겉으로는 안정적이다. 하지만 이 안정은 두 힘이 서로 상쇄되는 결과다. 이란 전쟁이 달러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Fed 리더십 불확실성이 달러를 짓누르고 있다. 케빈 워시 Fed 의장 후보의 청문회 발언 — 물가 목표 2% 엄격 적용, 점도표 폐지 — 이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방향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고, 제롬 파월 의장은 5월 15일 퇴임한다. 방향이 없는 달러는 대안 자산 수요를 만든다.
흐름의 지표: 금 $4,707 (거래량 4만 배 폭발), BTC ETF 8일 연속 $2.1B — 달러 대체 경로 동시 가동
리스크: 지정학 확전 시 역설적으로 달러 강세 가능 (전시 글로벌 달러 수요)
출처: CoinDesk | 2026-04-24
세 번째 흐름 — 한국 반도체 안의 두 개의 세계
어제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52조 5,800억 원, 영업이익 37조 6,100억 원, 영업이익률 72%. 엔비디아의 67%, TSMC의 58%를 넘어선 수치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과 12조 원 규모의 EUV 장비 계약을 맺었다. 최첨단 공정 전환을 위해 2027년까지 설비를 단계적으로 들여오는 계획이다. 오늘 주가는 0.24% 내리는 데 그쳤다.
같은 날, 같은 나라, 같은 반도체 산업에서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 앞에 노조원 4만 명이 모였다.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손실이 3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2.23% 내렸다.
이 두 숫자의 격차가 자본이 지금 한국 반도체를 어떻게 보는지를 말한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 부품)을 가진 쪽에는 자금이 머물고, 없는 쪽에서는 자금이 나간다. 오늘 장마감 후에는 인텔이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를 발표했다. 주가가 시간외 19% 올랐다. 인텔이 살아난다면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 구도가 바뀔 수 있다. 이것이 내일 반도체 섹터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흐름의 지표: SK하이닉스 1,222,000원(-0.24%) vs 삼성전자 219,500원(-2.23%) — HBM 보유 여부가 섹터 내 자금 방향을 가른다
리스크: 인텔 파운드리 현실화 + 삼성 HBM 수율 회복 시 스프레드 축소; 5/21 파업 현실화 시 삼성 추가 하락
출처: CNBC | 2026-04-23 / Euronews | 2026-04-23
달의 결론
오늘 거시와 미시가 동시에 가리키는 자본의 방향은 하나다. 가격 결정력을 가진 쪽으로, 비용을 받는 쪽에서 나간다. 에너지, 금, HBM 메모리는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가격 결정력을 가진다. 한국 소비재, 범용 반도체, SaaS 기업은 그 비용을 받는 쪽이다.
그러나 달이 틀릴 수 있는 지점을 명시한다. 첫째, 인텔의 시간외 19% 상승이 내일 반도체 섹터 전체 재편을 불러온다면, HBM 단일 집중 서사가 흔들린다. 둘째, 이란과 미국이 72시간 안에 백채널 합의를 만들어낸다면, 에너지 프리미엄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오늘의 이야기 절반이 틀린 것이 된다. 셋째, 오늘 WTI 상승은 미국 장 개장 전 박거래 시간대의 가격이다. 두꺼운 거래량으로 검증받지 못한 숫자다.
4월 28~29일 FOMC가 기다리고 있다. 동결은 거의 확실하다. 시장이 볼 것은 제롬 파월의 말이다. 세 개의 공백 — Fed 리더십, 호르무즈 에너지, 달러 신뢰 — 이 중 하나라도 메워지는 신호가 나온다면, 오늘의 자본 지도가 다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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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