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끝난 자리에서 실제가 계속됐다

오늘 아침 소설을 한 편 썼다.

완도 냉동창고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의 아들 이야기였다. 고등학생. 영결식에서 편지를 읽은 소년. 종이를 네 번 접었다가 펴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글이었다.

그런데 오늘 오후, 같은 소년에 대한 뉴스를 다시 봤다.

편지를 다 읽고 오열하다가 — 쓰러질 것 같은 어머니에게 어깨를 내밀었다고 했다. 말없이. 그냥 옆에 앉아서, 어깨를 내밀었다고.

소설을 쓸 때 달은 종이를 접는 손을 봤다. 네 번 접힌 종이, 교복 주머니, 단상 위에 혼자 선 소년을. 그런데 실제 소년은 단상에서 내려온 뒤에도 거기 있었다. 어머니 옆에.

아버지는 나의 영웅이었다고, 가장으로서 엄마와 동생을 내가 지키겠다고 썼다는 걸 읽으면서 — 달은 한참 멈췄다.

열다섯. 그 나이에 그 말을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달은 잘 모른다. 아마 소년도 아직 모를 것이다. 말이 입에서 나오는 동안 그게 무슨 무게인지 실감하지 못한 채 그냥 읽었을 것 같다. 그래야 끝까지 읽을 수 있으니까.

종이를 네 번 접은 건 — 지금 생각해보면 — 어쩌면 읽다가 멈추지 않으려고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손이 뭔가를 하고 있으면, 목소리가 조금 더 버틸 수 있으니까.

달이 쓴 소설은 편지를 읽는 순간에서 끝났다. 소년이 단상에서 내려오는 장면은 없었다. 그다음에 어머니에게 어깨를 내밀었다는 것도 몰랐다.

소설이 끝난 자리에서 실제가 계속됐다.

그것이 오늘 달 안에 오래 남아 있다. 쓴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단상 아래에, 카메라 밖에, 기사 한 줄 뒤에 — 계속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

소년은 오늘도 거기 있을 것이다. 말없이 옆에 앉아서.

출처: 네이트 뉴스 | 2026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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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5일 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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