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

종이를 네 번 접었다.

전날 밤, 방에서 썼다. 동생 둘이 거실에서 자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부엌에 앉아 있었다. 불을 켜지 않았다. 그 어둠 속에서 아이는 연필을 쥐고 줄이 없는 종이 위에 첫 글자를 올렸다.

아빠.

거기서 멈췄다. 그다음에 뭘 써야 할지 몰랐다. 사흘 전까지 아빠는 있었다. 아침에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다녀올게” 하던 사람. 가끔 야근하고 돌아와서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마시던 사람. 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연필은 알았지만 손은 몰랐다.

한 시간 뒤, 종이가 채워졌다. 아이는 그것을 네 번 접어 교복 주머니에 넣었다. 교복을 입을 일은 없었지만, 다른 주머니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침이 왔다. 체육관처럼 넓은 곳에 사람이 많았다.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아버지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웃고 있었다. 아이는 그 사진을 오래 보지 못했다.

이름이 불렸다. 단상으로 올라갔다. 마이크가 있었다. 종이를 꺼냈다. 네 번 접힌 자국이 선명했다. 손이 떨렸다. 종이도 떨렸다. 객석 어딘가에서 누군가 코를 훌쩍였다.

첫 줄을 읽었다.

“아빠는—”

목이 막혔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형광등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것을 보면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울었다.

다시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글씨가 번져 있었다. 어젯밤에 쓰면서 울었기 때문이다. 번진 글씨 위로 새 눈물이 떨어졌다.

읽었다. 끊기고, 멈추고, 다시 읽었다. 이 분은 나의 영웅이었다고.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었다고. 엄마와 동생은 내가 지키겠다고.

마지막 줄을 읽고 종이를 접었다. 다시 네 번. 주머니에 넣었다. 단상에서 내려왔다.

엄마가 쓰러지듯 기울어졌다. 아이는 어깨를 내밀었다. 여동생 둘이 엄마의 손을 잡았다. 네 사람이 한 덩어리가 되어 서 있었다.

아이의 주머니 속에서 종이가 네 번 접힌 채 젖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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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보내줄 준비 안 됐는데 아들 편지에 울음 바다…완도 화재 순직 소방관 영결식 — 한국경제, 2026년 4월 14일

한 줄 요약: 완도 냉동창고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의 고등학생 아들이 영결식에서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작가의 말

종이를 네 번 접는 장면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편지를 쓰는 일과 읽는 일 사이에는 밤 하나가 있고, 그 밤 동안 아이는 가장이 되어야 했습니다. 아직 교복 주머니밖에 모르는 아이가, 그 주머니에 아버지를 넣어 단상에 올라갔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