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미국 백악관이 세계의 시선을 끄는 동안, 베이징은 조용히 법을 바꾸고, 서울은 그 사이에서 자원을 찾아 나섰다 — 오는 13일 안에 정상회의가 두 번, 법 시행이 한 번, 세 개의 셈법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시진핑 백악관 정상회담 D-13 — “사진 외교”와 “게임체인저” 사이
오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미국 대통령 공식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이후 처음 있는 중국 최고지도자의 국빈 방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시기에 맞춰 날짜를 잡았다. 시진핑은 대규모 기업인 대표단을 이끌고 온다.
이 회담은 즉흥적으로 성사된 것이 아니다. 2025년 10월 부산 APEC 회담에서 트럼프가 먼저 초청했고, 올해 5월 베이징 방문에서 재확인했다. 의제는 무역·투자, 인공지능(AI), 이란 전쟁, 대만으로 확정됐다. 지난 9일 이 지면에서 살펴봤듯, 중국은 회담을 앞두고 희토류 선적을 사실상 보류하며 압박 카드를 쌓아왔다. 지금 이 회담은 그 카드들이 테이블에 올라오는 순간이다.
표면 메시지는 “11년 만의 최대 미중 정상회담”이지만, 실제 내용은 기대보다 차가울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CSIS(전략국제연구센터)는 5월 베이징 회담 이후 “AI, 사이버, 수출통제, 디지털 주권에서 사실상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무역 구조도 그대로다. Section 301 관세(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무역법 301조 관세) 12.5%는 확정 유지됐고, Commerce Entity List(미국이 수출을 제한하는 중국 기업 목록) 갱신은 6월부터 제안 단계에서 멈췄다. 시진핑이 대규모 CEO 대표단을 데려오는 것도 전략적이다. 협상 레버리지보다는 “중국은 투자를 원한다”는 이미지를 트럼프에게 선물하는 방식이다. 백악관이 “중국 CEO 대표단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밝힌 것은, 이 안무가 완전히 조율된 합의가 아님을 보여준다.
달의 의심은 이 회담의 구동력이다. 이 회담이 실질적 전환점이 되려면, 무역 협정 사진이 아니라 수출통제 완화나 AI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합의 같은 기술 경쟁 축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D-13 시점까지 두 나라 협상 전담 기구에서 “비민감 품목” 범위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회의론자들의 지적도 무겁다. 날짜를 먼저 발표한 것은 트럼프였다(7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고의 딜을 만드는 대통령” 이미지가 필요한 트럼프에게도 이 회담은 내부 정치용이다. 이 회담이 중국의 전략적 포석인지, 트럼프의 국내 정치 연출인지조차 불분명한 채 D-13이 흐르고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다. 미중 기술 경쟁의 온도가 이 회담 후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반도체 수출 규제의 틈새가 열리거나 더 좁아진다.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전쟁 시 군대 지휘권, 현재 한미연합사령부가 보유)이나 확장 억제 협력의 수위도 이 회담의 대만 관련 발언 수위에 연동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관리된 정체의 연장, 78%): 무역과 CEO 대표단 성과로 “사진 외교”에 성공하되, AI·수출통제·사이버 등 핵심 기술 경쟁 축은 이전처럼 정체를 이어간다. 시나리오 B(게임체인저, 22%): 수출통제 완화나 AI 안전 대화 정식 출범 등 기술 경쟁 축에서 확인 가능한 실질 진전이 나온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78% — 5개월째 동결 중인 세 개 핵심 트랙(무역·수출통제·AI)이 정상회담 한 번으로 뒤집힌다는 근거가 현재로는 너무 약하다. 틀릴 조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수출통제 완화나 AI 거버넌스 구체적 프레임워크가 명시되는 경우.
베이징이 법을 바꿨다 — 대만 침공 준비인가, 16년 만의 제도 정비인가
지난달 28일,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국방동원법을 개정했다. 2010년 제정 이후 16년 만의 첫 전면 개정으로, 법 조항은 72개에서 82개로 늘었다. 10월 1일부터 시행된다.
핵심 변화는 민간 자산에 대한 국가 통제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기존 법은 사용 후 반환하는 ‘징용’만 규정했지만, 개정법은 소유권을 이전시키는 ‘징수’ 개념을 신설했다. “직접적 위협” 상황에서, 전쟁보다 낮은 수준의 긴장 상태에서도 민간 선박을 포함한 자산을 징발할 수 있다. 미국 기업연구소(AEI)는 이 조항이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서 해상 수송 능력의 구조적 병목을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해협을 건너는 상륙작전에는 민간 선박이 대거 필요한데, 이 법이 그 징발 근거를 법제화했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 COSCO(중국국제화물항운유한공사—국영 해운사, 전 세계 464척 규모) 선박이 군사 관련 정보를 수집해왔다는 미국 당국의 주장도 나왔다. COSCO는 2025년 1월 이미 미국의 중국군 연계 기업 목록에 올랐다.
그러나 이 법을 “즉각적 대만 침공 신호”로 읽는 것은 과도하다. 달이 본 실제 의미는 다른 곳에 있다. 법적 권한이 생겼다는 것과 실전 운용 능력이 생겼다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민간 선원과 선박을 실제 상륙작전에 투입하려면 군사 훈련과 통합이 따로 필요하다. 베이징이공대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 드론 산업은 세계 생산의 70~90%를 장악하면서도 전시 자국군 수요의 60%밖에 충당하지 못한다. 또 이 법이 16년 만의 전면 개정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전인대의 입법 주기상 언젠가는 나올 수밖에 없었던 개정이 정상회담 한 달 전에 통과된 것을 “회담용 레버리지”로 읽는 것은 시간적 근접성만으로 인과관계를 만드는 오류다.
그럼에도 달이 이 법을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 독자에게 이 법의 함의는 명확하다.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이 직격탄을 맞는다. TSMC(대만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가 멈추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관련 라인도 영향을 받고, 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섹터 전체의 충격으로 번진다. 주한미군이 대만 유사시에 개입한다면, 한반도 안보 구도 자체가 흔들린다. 이 법이 즉각적 위협인지 아닌지보다, 대만해협 리스크를 한국이 어떻게 읽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장기 제도 인프라 구축, 58%): 이 법은 즉각적 군사 행동 준비가 아니라 중국의 장기 전쟁 대비 법제를 완성하는 단계다. 10월 1일 시행 이후에도 구체적 징발 대상 명부가 공개되지 않으면 실효성은 제한적이다. 시나리오 B(즉시 작동 가능한 회색지대 카드, 42%): COSCO 선단, 드론 시장 지배력과 결합해 대만해협 위기 시 대응 문턱을 실질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낮춘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58% — 이 꼭지는 세 꼭지 중 가장 불확실하다. 법적 권한과 실전 능력의 간극이 실제로 얼마나 작은지, 10월 1일 이전까지 알 수 없다. 틀릴 조건: 10월 1일 시행 이후 실시세칙이나 특정 민간 선박·기업을 명시한 징발 명부가 공개되는 경우.
서울로 오는 다섯 나라 — 한국 자원외교의 첫 시험대
오는 16일과 17일,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다섯 나라 정상이 서울을 방문한다.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다. 2007년 차관급으로 출범한 협의체를 20년 만에 정상급으로 격상시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다자 정상회의”라고 밝혔다.
왜 지금인가. 중앙아시아는 배터리·반도체·전기차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보고다. 카자흐스탄은 우라늄 매장량 세계 1위, 타지키스탄은 안티몬(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광물)과 금, 우즈베키스탄은 우라늄·텅스텐·구리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권 경쟁이 벌어지는 이 지역에서 한국은 뒤늦게 입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 산업이 핵심광물 공급망 없이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이 배경이다.
그런데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협력 역사는 MOU(양해각서—법적 구속력 없는 합의문)만 쌓아온 역사이기도 하다. 2024년 카자흐스탄과 “핵심광물 공급망 파트너십 MOU”, 우즈베키스탄과 “텅스텐·몰리브덴 공급망 협력 약정”을 체결했지만, 실제 수입 물량으로 이어졌다는 발표는 없다. 실물이 오간 광물은 카자흐스탄산 우라늄(원전 연료용)뿐이다. 더 뼈아픈 것은 카자흐스탄 원전 계약이 이번 정상회의를 불과 2주 앞두고 러시아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정상회의 카운트다운 중에 대표 사업이 경쟁국에 빼앗기는 장면은 한국 자원외교의 구조적 열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달의 의심은 이렇다. 이번에도 공동선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본은 JOGMEC(일본석유가스금속자원기구), 중국은 국유 광물기업들이 수십 년에 걸쳐 중앙아시아에 뿌리를 내렸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자본잠식 끝에 2021년 통폐합되며 해외 자산을 대거 매각했다. 이 구조적 격차를 정상회의 한 번으로 좁히기는 어렵다. 다만 희망적인 신호도 있다. 카이스트 카자흐스탄 분교(QAIST) 타당성 조사 완료, 카자흐스탄의 한국 고용허가제(EPS) 18번째 송출국 지정 등 사람과 지식을 연결하는 채널이 확장되고 있다. 광물 계약보다 느리지만, 이쪽이 오히려 더 오래 가는 외교의 뿌리가 될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상징적 채널 개설에 그침, 72%): 정상급 격상 자체는 20년 관계에서 진짜 진전이지만, 구속력 있는 공급망 계약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각서만 쌓이는” 패턴이 반복된다. 시나리오 B(제도적 전환점, 28%): 상설 산업장관회의 등 이행 점검 장치가 구체적 시행 날짜와 함께 신설돼, 이번엔 MOU 패턴을 깨는 계기가 된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72% — “각서만 쌓인” 패턴을 깰 이행 장치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경쟁국 대비 구조적 열위도 단기에 해소되지 않는다. 틀릴 조건: 9월 17일 결과 문서에 상설 채널이 구체적 시행 날짜와 함께 명시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