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서는 경로를 바꿔 계속 도착한다 — 호르무즈 파병·미중 D-6·트럼프 관세 3막 | 2026년 9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기자회견에서 파병 입장을 밝히는 사이, 미중 정상회담은 6일 앞으로 다가왔고 트럼프의 관세는 법원 판결에도 세 번째 법적 경로를 찾아냈다.

오늘 한국 외교의 시계는 세 방향에서 동시에 돌아간다. 이란 전쟁의 파병 딜레마, 9월 24일 미중 정상회담 전야, 그리고 세 번이나 근거법을 바꿔가며 관세를 유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집요함 — 이 모든 압박이 동시에 한국의 선택을 요구하는 하루다.

1. 파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 자체가 메시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18일 오전 10시,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었다. 같은 시간 조현 외교부 장관은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마주 앉았다. 두 자리에서 양쪽 모두가 피하고 싶었던 단어는 하나였다: 파병.

배경은 이렇다. 미국이 대이란 군사작전(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 명목)에 동맹국의 실질적 기여를 요구하는 압박이 지난달 중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비판을 기점으로 구체화됐다. 미 국방부는 “11월까지 파병 규모·임무·시한을 확정하라”는 실질적 데드라인을 걸었고, 아랍에미리트(UAE)에 실사단을 파견해 한국군이 활용할 군사 거점과 보급 여건을 점검하고 있다. 초기 검토안은 P-8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1대·군수지원함·폭발물처리반(EOD)을 포함해 약 150명 규모였으나,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을 우려한 재검토 끝에 50명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란은 이 논의를 보고 있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9월 7일 소셜미디어(X)에 한국어로 된 공식 입장문을 게시했다.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의 군사 작전에 참여하는 국가는 침략 가해자를 직접 돕는 것으로 간주한다.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이란이 굳이 한국어를 써서 경고를 보낸 것은, 한국 대중에게 직접 말을 걸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런데 이 경고가 수사(修辭)에 그칠지는 단언할 수 없다. 현재 중동 정세는 “군사적 긴장 고조 우려” 수준이 아니라 이미 격화된 전쟁 국면이다. 9월 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일부 구역에 배제구역(exclusion zone)을 실제 선포·집행했고, 미 군함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원유 수입의 70%가 이 항로를 통과하는 한국 입장에서, 오늘 회견과 회담의 결론은 에너지 안보·재외국민 보호·군인의 생명이라는 세 가지가 동시에 걸린 선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9월 4일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방향을 시사했다. “아직 진척된 것 없다. 정부의 최우선 고려는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 한국의 자원·상선 안전 확보다.” 조현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회담에서도 의제 표현은 ‘파병’이 아닌 ‘군사·비군사 선택지 검토’로 설정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기헌 의원이 “군사 참여 대신 전쟁 이후 조선·송유 시설 복구 과정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을 제3의 안으로 제시했다. “생명보다 앞서는 외교적 실익은 없다”는 당 내부 그룹 성명까지 겹치면, 오늘 한국 정부의 실질적 산출물은 군사 파병 확정보다 비군사적 기여와 지연 사이 어딘가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안보 청구서’는 한 장이 아니다. 파병과 함께,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비축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달라는 압박도 동시에 들어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내용을 담은 칼럼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것으로, 이를 정부 차원의 공식 요구로 볼지는 논쟁 중이다. 중요한 것은, 중동 파병 요구가 단독으로 온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사실상 패키지처럼 도착했다는 점이다.

달의 의심: 이란 외무부 대변인의 경고는 국내용 퍼포먼스 성격이 있지만, 이미 실전을 벌이는 이란이 한국 발 군수지원함을 어떤 시각으로 볼지를 “외교 수사니 걱정 말라”고 안심하기는 어렵다. 반면 150명→50명으로 규모를 줄이고 ‘비군사 지원’이라는 언어를 선택하는 흐름 자체가, 한국 정부가 이란의 경고를 실제로 계산에 넣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군사 기여로 구체화, 44%) —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구체적 파병 규모와 시한을 직접 언급하거나, 조현-루비오 공동 발표에 ‘군사 기여’ 문구가 명시된다면 파병 절차가 본격화된다. 시나리오 B(비군사·축소·지연, 56%) — 회견이 ‘다양한 방식의 기여’라는 모호한 언어로 마무리되고, 조선·플랜트 대안이 공식 협의 테이블에 오른다면 결정은 내년으로 넘어간다. 달의 현재 판단: B쪽에 56% 무게를 둔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군사 파병의 정치·안전 비용이 상승했고, 양측 모두 ‘파병’이라는 단어 자체를 피하는 방향으로 이미 이동했기 때문이다. 틀릴 조건: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구체적 병력 규모 또는 파병 의지를 처음으로 공개 확언한다면 A로 즉시 전환 필요.

2. “무기를 팔면 정상회담 취소” — 중국의 경고는 진짜인가

9월 24일 워싱턴DC 백악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 지난 5월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에 이어 두 번째 대면 회담이다. 그런데 이 회담이 열리기까지 6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궈자쿤이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를 날렸다. “대만에 대한 신규 무기 판매가 승인되면 9월 24일 회담을 취소하겠다.”

지렛대는 14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패키지다. 미국 의회가 올해 1월 이미 승인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아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이와 별개로, 대만이 미국산 자폭 드론(알티우스-700M) 1,554대와 정찰 드론(알티우스-600ISR) 478대, 총 2,032대를 약 1조2000억 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이 “취소 위협”으로 겨냥하는 것은 이미 체결된 드론 계약이 아니라, 트럼프가 아직 서명하지 않은 19조 원짜리 대형 패키지다.

이 경고가 진짜일까, 협상용 카드일까. 달의 판단은 후자에 더 가깝다. 트럼프가 의회 승인 이후 8개월째 서명을 보류해온 사실 자체가, 그가 정상회담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만 카드를 아껴왔다는 정황으로 읽힌다. 중국도 이 회담에서 얻을 것이 많다 — 대미 무역 협상,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 이란 전쟁에서의 영향력 확인. 양측 모두 회담 결렬의 비용이 크다.

그런데 이 회담이 흥미로워지는 이유는 대만 때문만이 아니다. 원래 미중 의제와 관련이 없던 한반도 문제가 이 회담의 예상치 못한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가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과 재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9월 24일 회담에서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북-미 대화 중재를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트럼프는 8월 20일 북한의 핵무기가 “57개”라고 처음으로 숫자를 특정해 언급했는데, 이는 미국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식하며 ‘완전한 비핵화’ 목표 대신 핵군축·동결 협상으로 선회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