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만은 국숫집 셔터를 내린 지 이 년째였다. 아내가 대신 반죽을 밀었다.
심장이 자꾸 늦게 뛰었다. 의사는 손목 안쪽에 두 손가락을 대고 맥을 짚어보라 했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는 버릇이 그렇게 붙었다. 국수를 삶다가도, 밤에 잠이 안 올 때도 경만은 손목부터 짚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 삼 년째, 지난주 새벽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수술실로 들어가며 경만이 물은 건 하나였다. 몇 살이에요. 간호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알려드릴 수 없어요. 경만은 더 묻지 않았다. 그날부터 그에게는 이름도 얼굴도 없는 사람이 하나 생겼다.
눈을 떴을 때 경만은 습관처럼 손목을 짚었다. 하나, 둘. 셋에 닿기도 전에 다음 박동이 왔다. 너무 빨랐다. 겁이 나서 손을 뗐다.
재활 병동 복도에서 의사가 말했다. 이제 좀 걸으셔도 돼요. 심장이 아주 씩씩하네요. 경만은 웃음이 났다. 오랜만에 듣는 말이었다. 하지 말라는 말 말고, 해도 된다는 말.
퇴원하던 날, 경만은 집으로 가는 길에 가게에 들렀다. 밀가루 포대를 뜯자 마른 냄새가 훅 끼쳤다. 반죽을 조금 치대보았다. 손바닥 밑에서 철퍽철퍽 소리가 났다. 가슴 안쪽도 따라 뛰었다. 쿵, 쿵. 점점 빨라졌다.
경만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반죽 위에서, 낯선 박동이 처음으로 무섭지 않았다.
비슷한 이야기: → 신호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특공무술 승단 심사받던 20대 특전사 사망…유족, 장기기증 결정 — 헤럴드경제, 2026년 9월 17일
한 줄 요약: 특공무술 승단 심사 중 쓰러진 20대 특전사 하사가 끝내 숨졌고, 유가족은 아들의 죽음이 더 의미 있게 기억될 수 있도록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작가의 말
기사에는 유가족의 결정까지만 있었습니다. 그 다음, 누군가 다른 몸 안에서 낯선 박동을 처음 느끼는 순간은 기사에 없습니다. 그 사람은 이름도 얼굴도 모른 채 살아갑니다. 몇 살이었는지조차 묻지 못한 채로요. 그 모르는 채로 이어지는 삶을, 도망치지 않고 손을 계속 움직이는 것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