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이란·중국·북한이라는 세 개의 판 모두에서 “해결”이 아니라 “관리”를 선택했다. 그리고 관리 비용의 청구서는 정작 미국이 아니라 요르단·한국·GCC 같은 제3자에게 먼저 도착하고 있다.
꼭지 1 — 이란전쟁 200일: 전선이 유조선에서 요르단으로 옮겨갔다
왜 지금인가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오늘로 약 200일을 넘겼다. 단일한 연속 전쟁이라기보다 2월 개전→4월 휴전→7월 휴전 붕괴→9월 재확전이라는 단속적(斷續的) 패턴에 가깝다. 9월 들어 이 전쟁의 성격이 또 한 번 달라졌다. 9월 9일, 이란이 요르단 알아즈라크(Al-Azraq)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 약 20발을 발사했다(요르단군은 18발 요격, 사상자 없음). 이 공격이 왜 중요한가: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처음으로 직접 교전국이 아닌 제3국 영토를 공식적으로 타격했다는 점이다. 대리전이 지역전으로 번질 다음 단계의 문이 열렸다.
같은 날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 이란 정규군과 별개인 혁명 수호 군사 조직으로, 핵심 해상 작전과 해외 대리전을 독자적으로 지휘한다)의 함정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유조선 5척을 “승조원 대피 후 운항불능화”하는 방식으로 파괴했다. 여기에 카르그섬·자스크 인근에서 별도 추가 타격까지 포함하면 이달 들어 이란 해상자산 8척 이상이 미군의 표적이 됐다. 반대로 이란은 9월 1일 미군의 IRGC 표적 100여 곳 공습에 대한 맞대응으로 같은 날 밤 요르단·바레인·쿠웨이트·이라크를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59발을 발사했다. 4월 휴전 이후 이란 단일 공격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표면상 이것은 탱커와 기지를 주고받는 제한전이다. 그러나 한 단계 아래를 보면 다른 신호가 있다. 9월의 두 대형 공격 모두 사상자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 유조선은 승조원을 피신시킨 뒤 타격하고, 이란의 요르단 미사일 20발 중 18발은 요격됐다. 이는 파괴 의지가 아니라 통제된 시그널링의 패턴이다. 둘 다 “우리는 언제든 더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상대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지, 결전을 원하는 쪽의 행동이 아니다.
그러나 통제된 시그널링도 실수를 부른다. 9월 14일, 이 전쟁의 유일한 외교 출구였던 오만 알선 GCC-이란 살랄라 회담이 사우디의 수정안 반대와 바레인 불참으로 연기됐다. 결렬이 아닌 연기이지만, GCC 내부의 균열이 드러났다. 사우디는 이라크발 드론 공격이 반복되자 동서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다. 전선이 탱커에서 GCC 국내 에너지 인프라로 조용히 이동하고 있다.
IRGC는 7월 12일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선언했고, 9월 중순 현재도 이 해협의 상업 통항량은 평시 대비 5~12% 수준에 그친다고 추정된다. 국제유가는 9월 들어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10달러 선을 넘어섰다(KB 기준값, 소스별 다소 차이 있음).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4일 “전쟁은 중간선거 이후 끝날 것”이라고 발언했고, “이란에 남아서 석유를 갖게 될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어제 달루나 경제·금융 섹션이 다룬 브렌트유 110달러와 가계부채 압박과 이 전쟁은 직접 연결된다.
달의 의심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그중 90~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채로 가을을 맞이하면, 전략비축유 방출로 단기 충격을 완충할 수 있어도 겨울철 에너지 수요 증가와 운임 급등이 겹칠 경우 완충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진짜 질문이다. 한국 정부가 UAE 파병을 논의한다면, 이것이 “종전 후 평화유지 임무”가 아니라 전시 파병 결단임을 먼저 공식화해야 한다. 6월 MOU는 7월에 이미 붕괴했다.
내가 틀린다면: 9월의 두 사건이 모두 희생자를 피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협상 재개의 신호일 수 있다. 살랄라 회담이 재소집되고 트럼프가 “중간선거 이후”라는 데드라인을 실제로 지킨다면 11월 이후 협상 국면 진입이 가능하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 확전 고착·관리형 지속(65%): 9월 중 새 전선(제3국 영토 반복 타격)이 자리를 잡고, 트럼프의 발언대로 최소 11월까지 고강도 현상유지. 유가는 110달러대에서 115~120달러로 상방 이동. 살랄라 회담 재소집 불발.
시나리오 B — 외교 채널 부분 재가동(35%): 오만 중재 재추진 성공, 제3국 영토 공격 자제 기조 합의. 유조선·함정 공방은 이어지되 새 전선 확대 없음. 유가 100달러 내외 정체.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65% — GCC 내부 균열이 확인된 이상, 외교 채널이 단기에 재결속될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틀릴 조건: 살랄라 회담이 2주 내 재소집되고 바레인이 복귀 서명한다면 B 쪽으로 재조정한다.
꼭지 2 — 9/24 워싱턴: 시진핑이 11년 만에 온다, 그러나 담판은 없다
왜 지금인가
오는 9월 24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오바마 정부 때인 2015년 이후 11년 만의 국빈 방문이다. 2026년 들어서만 두 번째 정상회담이다(5월 베이징에 이어). 어제(9/14) 달루나 정치 섹션이 이 회담의 대만해협 앵글을 다뤘으므로, 오늘은 AI·무역 이행 점검·이란 핵 억지라는 세 의제로 각도를 바꾼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4~5일 “시진핑 부부가 9월 24일 방미해 국빈만찬을 연다”고 재확인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이 아직 날짜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올가을 방미”라고만 말했다. 미국이 날짜를 못 박는 동안 중국은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5월 베이징 정상회담은 표면상 성과가 많았다. 양국은 “건설적 전략 안정(constructive strategic stability)”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이란 핵 억지 공동입장을 발표했으며,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항공기 구매 계획을 발표했고, 미중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설립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CSIS 분석에 따르면 “기술적 긴장(수출통제, 희토류, AI 반도체)은 미해결로 남았다.”
9월 워싱턴 회담은 이 미해결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두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5월에 약속한 농산물·항공기 구매의 이행 여부 — 발표와 이행의 간극이 넓을수록 미중 신뢰도 협상 자체가 시험대에 오른다. 둘째,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 — 이란산 해상 물동량의 80% 이상을 사들이는 최대 구매자가 중국이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 중인 상황에서 중국이 사실상 이란의 석유 판매를 지탱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 지점을 압박 카드로 꺼낼 가능성이 있다.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표면적으로 싸우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패권을 다투는 구도라는 뜻이다. 부산(2025년 10월)·베이징(2026년 5월)·워싱턴(2026년 9월)으로 이어지는 정상외교 사이클은 이 구도를 제도화하는 과정이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Craig Singleton은 이번 회담을 “돌파구가 아닌 교착 상태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저기대 정상회담”이라 규정했다.
달의 의심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자라는 사실 하나가 이 회담의 모든 “공동입장”을 다르게 보이게 만든다. 미중은 이란 핵 억지에 원론적으로 합의하지만, 현실에서 중국은 이란 전쟁이 길어질수록 저가 원유를 더 많이 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것이 이번 회담의 숨겨진 구조다. AI 의제는 트럼프의 개인 발언 수준에서 나왔고 아직 공식 의제로 확정되지 않았다. 화려한 국빈만찬은 중간선거 6주 전이라는 정치적 맥락에서 양당 대중 강경파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오히려 트럼프가 성과를 낮게 잡을 유인도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 상징적 안정화에 그침(65%): 무역·AI·이란 모두 원칙적 재확인 수준, 구속력 있는 신규 합의 없음. “돌파구 없는 안정한 회담”으로 소화됨.
시나리오 B — 부분적 실질 딜 도출(35%): 이란산 원유 구매 관련 절충 또는 특정 분야 수출통제 완화 등 가시적 성과 하나가 나옴. 기업 대표단 동행이 이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65% — 관리용 회담이 관리용 결과를 낸다. 틀릴 조건: 9월 24일 회담에서 이란산 원유 구매에 관한 공동 발표가 나온다면 B로 전환한다.
꼭지 3 — “비핵화”에서 “핵군축”으로: 협상 테이블이 바뀌고 있다
왜 지금인가
9월 4일, 미국과 일본이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문)의 세부 이행절차를 확정했다.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에 대한 반도체·제약·조선·에너지·AI·양자컴퓨팅 분야별 집행 구조를 명문화한 것이다. 일본은 이미 2호 프로젝트로 넘어간 상태다. 반면 한국은 2,000억 달러 + 조선 1,500억 달러 규모의 자체 MOU를 체결하고도 집행 공사 출범 시점까지 1호 프로젝트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와 경제 두 트랙이 서로 다른 속도로 가고 있다.
이 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먼저 균형 잡힌 사실을 짚는다. 한국은 2025년 11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JFS)에서 핵추진잠수함 연료 농축·재처리에 대한 미국의 공개 지지를 확보했고, 반도체 관세를 놓고 실시간으로 미국과 협상 중이다. 이것은 “소외”가 아니라 행위주체성의 증거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안보 트랙에서는 더 근본적인 좌표 이동이 진행 중이다. 올해 6월 29일 INSS 피스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향후 북미 협상의 현실적 결과물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미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가 빠졌고, 트럼프는 대화 의지를 반복 표명하고 있다. 미중도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공동목표 확인”을 발표했지만, 시진핑은 북한과의 별도 외교에서 과거와 달리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촉구하지 않는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이 있다.
핵군축이라는 말은 곧 북한이 핵을 가진 상태에서 그 수를 줄이는 협상이라는 뜻이다. 비핵화(핵 보유 자체의 폐기)와 근본적으로 다른 출발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 체제 존중·흡수통일 미추구·적대행위 금지를 3원칙으로 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이 원칙은 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를 선순환 구조로 묶는 포괄 접근이다. 만약 미중 사이에서 협상 목표가 조용히 핵군축으로 이동한다면, 이 원칙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진다.
달의 의심
이틀 전(9/13) 을지프리덤실드(UFS — 한미 합동 군사훈련 명칭) 규모 축소 논의, 어제(9/14) 북한군 포로 귀환 딜레마에 이어 오늘 이 꼭지는 3일째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래서 한 번 더 되물어야 한다: 이것이 한국의 진짜 구조적 위치인가, 아니면 소재 선택에서 비롯된 단일 프레임인가.
틀릴 조건은 명확하다. 9월 이내에 한국 대미투자공사의 1호 프로젝트가 확정되거나, JFS 실무협의에서 전략자산 배치 확대·핵협의그룹 권한 강화 같은 가시적 성과가 나온다면 “소외론”은 이번엔 반증된다. 반대로 10월까지 두 트랙 모두 진전이 없다면 구조가 굳어진다는 판단이 강화된다. 9/24 미중 정상회담이 이 꼭지의 긴급성과 직결된다는 식으로 연결하지는 않는다 — 북미 협상 시계는 11월 APEC(선전·미확인) 쪽에 별도로 걸려 있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 관리된 현상유지 심화(60%): 미중 ‘관리된 경쟁’ 틀 속에서 북핵 문제는 사실상 핵군축 프레임으로 이동하고, 한국은 원칙상 비핵화를 고수하면서 현실에서 조금씩 달라진 협상 구조를 수용한다. 대미 투자 경쟁에서도 후순위 고착.
시나리오 B — 행위주체성 회복(40%): 1호 프로젝트 확정, 전략자산 배치 확대 등 구체적 진전이 나오면 “소외”라는 프레임 자체가 수정된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60% — 그러나 JFS와 반도체 협상이라는 두 행위주체성의 증거를 과소평가하지 않으려 한다. 틀릴 조건: 9월 말 이전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 공식 확정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