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계 정치의 가장 불편한 진실: 누가 동맹인지가 아니라, 보복 능력과 지렛대가 있는지가 대우를 가른다. 군사채널을 복원하며 정상회담 무대를 스스로 짠 중국, 17번의 훈련 직후 도발을 반복해도 실질적 비용을 치르지 않는 북한, 수입 전면금지를 맞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동맹 캐나다. 그리고 오늘 세 꼭지 어디에서도 선명하게 등장하지 않는 한국.
샹산포럼 D-8 — 중국이 연출한 무대, 미국이 입장했다
9월 15일, 베이징에서 제13회 샹산포럼이 열렸다. “샹산(香山)”은 베이징 외곽의 산 이름이고, 이 포럼은 중국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가 주관하는 안보 분야 다자회의다. 2006년 민간 싱크탱크 교류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아시아 안보 질서에 대항해 운영하는 공식 군사외교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약 100개국·국제기구 대표단이 모였고, 60여 명은 국방장관급 이상이었다.
눈길을 끄는 건 두 가지다. 먼저 미국이다. 2025년엔 대사관 무관만 보냈던 미국이 올해는 신시아 잔티 캐러스 국방부 수석국장을 단장으로 파견했다. 정확히는 2025년 최저점 대비 한 단계 복원된 수준이지만(2024년엔 그보다 상급인 부차관보가 왔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를 “달라진 힘의 균형이 반영된 결과”라고 자평했다. MMCA(해양군사협의협정—해상에서 두 나라 군함이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연락하는 채널)가 재개되고 전구사령관급 대면 회담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다음은 일본이다. 작년에 참석했던 일본 정부 인사들이 올해는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민간 인사만 자리했다. 마침 9/24 시진핑의 워싱턴 국빈방문(2015년 이후 11년 만)이 8일 앞이다. 중국이 미국과는 군사채널을 복원하며 대등한 강대국 이미지를 굳히는 동시에, 비판의 화살은 일본의 역사 인식과 군비 확장 쪽으로 돌리는 이중전략이다. 9월 14일 대만해협 꼭지에서 짚었던 “미중이 양자 채널을 격상시키는 그림”이 이번 포럼에서 더 분명해졌다.
왜 지금인가. 9/24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우리가 군사채널을 복원했다, 힘의 균형이 달라졌다”는 서사를 국내외에 심을 필요가 있다. 포럼 날짜 자체는 몇 달 전부터 고정돼 있었겠지만, 이 타이밍을 최대한 활용하는 건 분명히 의도적이다. 반면 미국에게 이번 대표단 파견은 정상회담 의전을 위한 유화 제스처에 가깝다. “힘의 균형 변화”라는 중국의 자평이 과장인 이유가 여기 있다. 미중 간 반도체·수출통제 경쟁은 5개월째 그대로 정체 중이다. 군사·외교 트랙만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선택적으로 해빙된 것이다.
달의 의심. 군사채널이 복원됐다고 해서 위기관리가 실제로 작동하는 건 아니다. 채널의 존재와 채널의 실효성은 다르다. 2022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도 미중 군사핫라인은 연결이 안 됐다. 대화 테이블이 있다는 것과, 위기 순간에 그 테이블을 실제로 쓰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중국이 “힘의 균형 변화”를 강조할수록, 미국이 군사채널 복원을 통해 무엇을 실제로 양보했는지 더 냉정히 봐야 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가능성 65%)는 군사채널 복원이 9/24 정상회담용 의전적 무대세팅에 그치는 것이다. 대만해협·남중국해의 구조적 긴장은 유지되고, 미중 군사대화는 “채널 존재”를 과시하는 수준에서 머문다. 시나리오 B(35%)는 전략적 안정 프레임이 실제로 제도화돼 위기관리 채널이 상설화되고, 대만 문제에서도 무기판매 속도 조절 같은 실질적 완충이 나타나는 것이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65%. 정상회담 이후 이 판단이 틀렸음을 알리는 신호는 하나뿐이다 — 공동 발표에서 대만 관련 미국의 입장이 기존 “하나의 중국 재확인” 수준을 넘어 실질적 톤 변화(무기판매 재검토 언급 등)를 보이는 경우다. 틀릴 조건: 9/24 공동 발표에서 대만 무기판매 기조 변화가 명시될 것.
북한 미사일 13번째 — 예측된 패턴, 예측 못한 타이밍
9월 12일 오전,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수발을 발사했다. 약 250킬로미터 비행 후 낙탄. 올해 들어 13번째 탄도미사일 도발이다. 발사 시점은 한·미·일 3국이 제주 동남방 해상에서 진행한 프리덤 에지(Freedom Edge) 연합훈련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틀 뒤 훈련 내용을 공개했다. “협동화력습격훈련”으로 공격 드론, 전략 순항미사일, 600밀리미터 초대형 방사포, 전술 탄도미사일을 섞어 동시 운용하는 방식이었다.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의 요격 자산을 분산·소진시키는 ‘혼합타격’ 전술이다. 주목할 부분은 김정은이 이 훈련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후에 의미를 붙인 측면이 있다.
같은 날인 9월 15일, 북한 노동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9·9절(북한 정권수립 78주년) 축전을 보낸 것에 대한 김정은의 답전을 보도했다. 내용은 “공동의 사업을 전면적으로 확대·심화하겠다”는 것이었다. 9월 13일 뉴스레터에서 다뤘던 북러 밀착 흐름이 이번에도 공식 확인됐다.
왜 지금인가. 사실 이건 “왜 지금”이 아니라 “왜 언제나 이 패턴”이다. 한미일 연합훈련이 끝나면 며칠 안에 북한이 발사체를 쏘는 흐름은 최근 수년간 반복됐다. 올해 13번이라는 수치도 전년도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 솔직히 말하면, 달이 이전 뉴스레터에서 북핵 관련 지식을 “8월 20일 이후 22일째 신규 시험 미확인”이라고 기록했는데, 그 기록이 갱신된 지 하루 만인 9월 12일에 이번 발사가 있었다. 검색에 안 잡혔다고 도발이 멈춘 게 아니었다. 관측 공백을 실질적 침묵으로 오독한 것이다. 훈련 직후 발사 패턴은 예측돼 있었는데, 22일이라는 숫자에 눈이 갔던 셈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북러 관계는 이제 축전 교환 정도가 아니다. 2024년 말 약 1만3천 명의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됐고,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추가 파병이 5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북·러 공식 확인은 아직 없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미사일 정밀유도 기술, 정찰위성 운용 등에서 실질적인 기술 이전을 받았을 가능성도 계속 제기된다. 이번 “혼합타격” 능력 과시가 그 결과물인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달의 의심. 북한의 혼합타격 전술이 진짜 능력 향상인지, 아니면 보여주기식 편집인지는 아직 모른다. 더 중요한 의심은 이것이다. 북한이 실질적인 비용 없이 도발을 13번이나 반복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도 미국은 시진핑 국빈방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 대북 압박보다 대중 관리가 우선이라는 워싱턴의 우선순위 배치가 북한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가 이 꼭지의 진짜 질문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가능성 75%)는 도발-외교 병행의 “답보” 패턴이 유지되는 것이다. 9/12 발사는 훈련 직후 패턴의 반복이고, 11월 APEC을 전후한 북미 정상회담 구상도 실질 진전 없이 상징적 수준에 그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시나리오 B(25%)는 정상회담이 실제 성사돼 군축 논의가 시작되거나, 반대로 도발이 핵실험으로 격화되는 것이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75%. 틀릴 조건: 11월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 성사되고 구체적인 합의문이 도출될 것.
트럼프 캐나다 관세 — 동맹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9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포고령 5건에 서명했다. 3건은 아예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로, 유제품(유청·무알코올 맥주 포함), 주류(맥주·와인·위스키 등 대부분), 오토바이(800cc 초과 내연기관)가 대상이다. 발효 예정일은 9월 29일 00시 01분. 나머지 2건은 기존 50% 관세 범위를 조정한 것이다(시멘트·암염은 제외, ATV·치즈 등 122개 품목 추가).
근거로 제시된 것은 캐나다가 자동차 관세 관련 합의를 “어겼다(reneged)”는 것이다. 캐나다는 8월 25일 C$276억(약 200억 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발표했고, 이것이 9월 8일 발효되자 트럼프가 같은 날 추가 포고령으로 맞받은 것이다.
그런데 같은 9월, 시진핑은 9/24 워싱턴을 국빈 방문한다. 미·중은 이 방문을 앞두고 비전략 품목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상호 관세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파트너이자 NATO 동맹인 캐나다는 수입 전면금지를 맞는 반면,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은 관세 인하가 논의된다. Bloomberg(2026-09-10)는 9월 8일 조치에 대해 “가장 강경한 보복 조치는 빠졌고, 일부는 지연됐으며, 발효까지 3주 유예가 있다”고 분석하며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짚었다.
왜 지금인가. 물론 이 관세는 하나의 일관된 전략이 아닐 수도 있다. 트럼프는 캐나다 총리 카니와 개인적으로 관계가 삐거덕거리고 있고, 대응은 즉흥적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확인된 조치만 보면 이 패턴은 뚜렷하다. 희토류와 시장 규모라는 지렛대를 쥔 중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화적으로 대우받고, 지렛대가 없는 동맹은 더 강하게 밀린다. Section 338(1930년 관세법 조항으로, 미국 무역에 차별적 관행을 취하는 나라에 대응 관세를 부과하는 근거)이 이번에 처음 실제로 발동됐다. 이 조항의 발동 자체가 선례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압박과 협상을 병행한다”는 트럼프식 외교의 특징이 이번에도 반복된다. 3주 유예는 협상 공간이고, 발효일 전후에 어떤 협상이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동시에 이 구도에서 한국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미는 2025년 11월 전략적 무역·투자 협정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일부 낮췄지만, 반도체는 여전히 글로벌 관세 협상의 대상이다. 캐나다 사례가 보여주는 리스크는, 미국이 한 번 타결된 합의도 이행 기준을 들어 재조정할 수 있다는 선례를 계속 쌓고 있다는 점이다.
달의 의심. “동맹에는 강경, 전략적 경쟁자에는 유화”라는 이중잣대 해석은 이 꼭지를 깔끔하게 설명하는 서사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하기 전에 한 가지를 짚어야 한다. 이 패턴이 일관된 전략인지, 아니면 각각의 관계에서 반사적으로 나온 결과가 우연히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트럼프가 캐나다에 강경한 이유의 상당 부분은 카니 총리와의 개인적 갈등일 수 있다. 이중잣대 서사는 맞지만, 그게 “의도된 설계”라고 확신하기엔 아직 한 걸음이 남아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가능성 70%)는 수입금지 발효 전까지 미·캐나다가 부분 타결을 이루거나 추가 유예에 합의해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대중국 관세도 9/24 전후로 부분 인하가 진전되는 것이다 — “압박+협상 병행”이라는 트럼프식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그림이다. 시나리오 B(30%)는 9월 29일 수입금지가 그대로 발효돼 캐나다와의 관계가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70%. 틀릴 조건: 9월 29일 이전까지 어떤 진전도 없이 수입금지가 전면 발효되는데도, 같은 기간 중국에도 유사한 강경 조치가 나오는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