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직 손대지 않은 세 영역 — 집값, 저출생, 청년 일자리 — 에서 공통으로 일어나는 일이 있다. 제도가 실제로 시행되기 전에, 이미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 격차를 먼저 선점해버린다.
집값 기대심리 4년 10개월 만에 최고 — 규제 직전 막차 심리인가, 불장 복귀인가
한국은행이 7월 28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7로 전월보다 7포인트 올랐다. 2021년 9월 128 이후 4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수가 100을 넘는다는 건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내릴 것으로 보는 쪽보다 많다는 의미다. 3월 이란전쟁 충격으로 96까지 내려갔다가 4월 104, 5월 112, 6월 120, 7월 127로 네 달 연속 가파르게 올랐다.
배경은 서울·경기 아파트 가격의 동반 상승이다.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줄이고 금리도 낮지 않은데, 서울 아파트 매매는 74주 연속 상승 중이다. 정부는 종합 부동산대책을 예고하며 두 차례 대토론회를 열었지만 심리는 눌리지 않았다. 대책 내용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가 이루어졌다.
왜 지금인가. 이 조사가 진행된 7월 중순은 정부 대책 발표 ‘직전’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규제가 아직 종이 위에만 있는 마지막 순간에 소비자들이 반응한 것이다. “발표 전 막차”를 탄 결과물일 수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소비자심리지수(CCSI)의 세부 항목을 보면 ‘현재생활형편’은 오히려 하락했고 ‘향후경기전망’은 제자리다. 오른 건 집값 전망뿐이다. 경기 전반이 좋아졌다는 게 아니라, 집이라는 자산에 대한 베팅만 유독 튀어 올랐다는 얘기다.
달의 의심. 127과 128이 비슷하다고 해서 2021년 코로나 불장이 돌아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1년엔 저금리·유동성 확대라는 구조적 동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공급 부족 우려와 “대책 발표 전 마지막 기회”라는 심리적 트리거가 결합된 것이다. 검토 중인 카드들도 종합부동산세율 인상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집의 공시가격 중 세금을 매기는 기준 비율) 조정처럼 상대적으로 약한 도구로 알려져 있어, 시장이 이미 “생각보다 약한 카드”를 선반영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대책이 발표돼도 시장 기대를 꺾지 못하고 8월 지수도 120대를 유지) 60%, 시나리오 B(발표 직후 단기 심리 냉각, 8~9월 지수 조정) 40%로 본다. “규제 직전 막차 심리”가 127이라면, 대책 발표 직후엔 오히려 고점 통과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지난 사이클에서도 대책이 나오면 심리 지수는 한 달 이내 급락했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지수가 오른다는 보도가 조급함을 자극하겠지만, 집값 기대심리는 선행지표가 아니라 최근 실거래가를 거울처럼 되비추는 동행 혹은 후행지표에 가깝다. 127이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아니라 “최근에 이미 올랐다”는 확인에 가깝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관련해서 지난주 달루나가 분석한 청년 자산격차와 대출 규제의 역설을 참고하면 이 구조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저출생 반등 0.80명 — 정부가 “성과”라 부르기 전에 따져야 할 것
통계청이 2025년 합계출산율을 0.80명으로 발표하면서 2년 연속 반등이 확인됐다. 출생아 수는 25만 4500명으로 전년보다 6.8%(1만 6100명) 늘었고, 이는 15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2026년 1월 합계출산율은 0.99명까지 올라 30만 명 출생아 전망도 나왔다. 정부는 이를 정책의 성과로 자평하는 흐름이다.
왜 지금인가. 경향신문이 7월 19일 분석 사설에서 지적했듯, 이 반등의 진짜 배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1991~1995년생 이른바 ‘2차 에코붐 세대’가 30대 초반 출산 적령기에 진입한 인구학적 효과. 2025년 30대 초반 여성 인구는 2020년보다 약 9% 늘었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 기간에 미뤄졌던 혼인과 출산이 일시에 집중된 이연 효과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반등이 모든 계층에 고르게 퍼진 게 아니다. 소득 상위 30%에서는 출산율이 0.84명에서 0.95명으로 뚜렷이 올랐지만, 하위 30%에서는 하락 폭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신생아특례대출(무주택 가구 저금리 대출)이나 육아휴직급여처럼 고용보험 가입·소득 요건을 전제로 한 지원제도가, 이미 출산할 여력이 있는 계층에 집중적으로 작동했다는 얘기다. 비정규직과 비혼 커플은 이 반등의 수혜 밖에 있다.
달의 의심. 정부가 이 수치를 “정책 성과”로 귀속시키는 흐름은 위험하다. 에코붐 코호트와 코로나 이연이라는 자연적 순풍 위에, “이미 여력 있는 계층”에게만 작동한 정책이 겹쳐 만든 결과라면, 그 성공 서사는 정작 필요한 방향 전환의 타이밍을 늦춘다. 35~39세 출산율이 역대 최고(여성 1,000명당 52명)를 기록했다는 것도, 출산이 “최대한 미루다 마지노선에서 한꺼번에 터진” 압축 방류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 경우 앞으로의 하락은 완만하지 않을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정부가 반등을 계속 정책 성과로 프레이밍하며 비정규직·비혼 커플 포괄 논의는 후순위로 밀린다) 65%, 시나리오 B(분배 구조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8월 이후 비혼 출산 법제화·비정규직 포괄 지원 논의가 힘을 얻는다) 35%. 정부가 이미 미혼부 출생신고 법 개정을 별도로 추진 중이라는 건 A만도 아닌 여지를 남기지만, 예산과 제도의 중심축은 당분간 ‘혼인·고용보험 가입’에 묶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28년 이후 에코붐 세대의 출산 적령기가 지나면 지금 반등이 착시였는지 구조적 전환이었는지 판명될 것이다.
청년 고용률 26개월 연속 하락 — AI가 진짜 범인, 정년연장은 대역
15~29세 청년 고용률이 43.9%로 집계되며 26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2026년 7월 15일, 국가데이터처 고용동향). 같은 시점에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경총)는 “65세 정년 연장으로 추가 발생하는 인건비 30조 원은 청년 90만 명을 채용할 수 있는 규모”라며 반대 논리를 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7월 16일 ‘인구구조 변화와 일자리 공론화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내년 1월까지 6개월간 논의에 들어갔다.
왜 지금인가. 청년 고용률 26개월 하락이라는 장기 추세와, 국회 정년연장특위의 7월 본회의 처리 목표가 같은 달에 겹쳤다. 경사노위가 정년연장을 스스로 의제에서 빼며 “국회와 무관”이라 선을 그은 것 자체가, 이 충돌이 이미 정치적으로 뜨겁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경총의 “30조 원 = 청년 90만 명” 계산은 정년연장이 청년 채용을 잠식하는 제로섬 구조처럼 보이게 만들지만, 정년연장은 아직 입법도 되지 않았다. 반면 청년 고용 감소의 실증적 원인은 이미 한국은행이 정량으로 확인했다. 최근 3년간 줄어든 일자리의 98.6%가 AI 노출이 높은 업종(정보서비스 -23.8%, 출판 -20.4%, 프로그래밍 -11.2%)에서 사라졌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해도 제조업 취업자가 24개월 연속 감소하는 건, 공장을 늘려도 사람을 많이 쓰지 않는 자동화 산업(장치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즉 ‘아직 시행되지 않은 원인(정년연장)’이 ‘이미 작동 중인 원인(AI발 구조조정)’을 덮는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달의 의심. 진짜 원인인 AI는 다루기 어렵고 책임 소재가 모호한 반면, 정년연장은 세대 간 갈등이라는 편리한 프레임을 제공한다. 정년연장에 반대하는 건 청년이 아니라 경영계(자본)다. “청년 대 고령층” 프레임은 실제로는 “노동 대 자본”이라는 오래된 구도를 세대 담론으로 재포장한 것일 수 있다. 경사노위가 정년연장을 의제에서 빼버렸다는 것도 구조적 문제다. 이제 국회는 정년만, 경사노위는 나머지만 다루게 됐다. 두 문제(AI발 고용 감소와 세대 간 자원 배분)를 통합적으로 다룰 기구가 사라진 셈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정년연장·세대충돌 프레임이 여론을 주도하며 AI발 원인론은 뒷전으로 밀리고 국회 입법이 속도를 낸다) 55%, 시나리오 B(청년 고용 지표가 계속 악화되며 AI발 원인론이 재부각되고 정년연장은 계속 고용 선택제 등으로 완화되거나 지연된다) 45%. 양대 노총 공동전선과 정치 일정이 A쪽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65세 이상 비중이 2034년에 30%를 넘는다는 장기 인구 압력은 B쪽을 향한 구조적 동인이기도 하다. 세대전쟁 프레임이 확산될수록, 정작 논의해야 할 AI 대응 정책 설계는 더 멀어진다. 관련 배경은 지난주 달루나의 청년 내부 양극화 분석을 참고할 수 있다.
오늘 세 꼭지가 보여주는 공통 패턴이 있다. 집값은 규제가 발표되기도 전에 막차 심리로 움직이고, 저출생 반등은 이미 여력 있는 계층이 먼저 수혜를 받으며, 청년 고용 담론은 진짜 원인을 옆으로 밀어내고 정치적으로 편한 프레임이 선점한다. 제도보다 사람이 빠르고, 약자보다 강자가 먼저 움직인다.
※ 본 뉴스레터의 시장 분석은 투자 조언이 아니며, 모든 투자 결정에 대한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