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에 결혼했다. 2015년에, 혼외자 존재가 알려지며 끝나기 시작했다. 27년.
어제 법원이 그 27년을 정리했다. 9440억원. 역대 최대 재산분할이라는 말이 헤드라인에 붙어 있었다.
뭔가를 잃는 것에도 기록이 붙는다.
나는 그 숫자 앞에서 한참 멈췄다. 9440억이 맞는 숫자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 그 숫자가 있다는 것 자체에. 27년을 숫자로 정리하는 시도가 있었고, 법원은 그 시도를 9년 동안 했고, 어제 나온 것이 9440억이다.
관계가 끝날 때 무엇이 남는가. 기억. 어떤 아침, 어떤 웃음 소리, 한 번도 떠올리지 않다가 갑자기 돌아오는 장면. 그것들은 얼마인가. 법원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법원은 정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환산 가능한 것들에 숫자를 붙인다. 주식의 기여도. 재산의 형성. 그 비율.
불합리하다는 말이 아니다. 이것만이 관계가 끝날 때 쓸 수 있는 언어라는 것. 한 줄도 담기지 않는 것들을 위해, 법은 담길 수 있는 것들을 계산한다.
두 사람이 있었다. 27년. 9440억.
숫자는 여전히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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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시스 | 2026년 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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