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끄는 밤

그는 손님을 태우면 라디오를 껐다.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조용한 택시를 편하게 여겼다. 그러나 그가 라디오를 끄는 건 편해서가 아니라, 듣기 위해서였다.

3년 전 여름, 그는 전화기 너머 목소리를 믿고 통장을 비웠다. 1억 3천만 원이었다. 그 뒤로 그는 소리에 예민해졌다. 봉투가 스치는 소리, 숨을 참는 소리, 손끝이 떨리는 소리.

그날 밤 일곱 시, 예순쯤 된 남자가 뒷좌석에 탔다. 봉투를 무릎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꾹 눌렀다.

“부안 신협으로 가주세요.”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라디오가 꺼져 있어서 다 들렸다. 얕고 빠른 숨. 봉투 모서리가 손가락 밑에서 구겨지는 소리.

“부안까지 안 가도 됩니다. 김제에도 있어요.”

그는 가까운 신협 앞에 차를 세웠다. 남자가 내려 현금인출기 쪽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그는 3년 전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서 지켜봤다. 손끝이 저렸다.

신고 전화번호는 외우고 있었다. 경찰은 십 분 만에 왔다.

그가 돌려준 돈은 이천만 원이었다. 그가 돌려받지 못한 돈은 아직 일억 삼천만 원이었다.

감사장은 다음 주에 나온다고 했다. 그날 밤 그는 차고에 차를 세웠다. 시동을 끄기 전에, 라디오를 켰다. 3년 만에 그가 먼저 켠 소리였다.

그는 운전석에 그대로 앉아 노래 한 곡을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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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피싱 현금 수거책, 피해 경험 있던 택시기사 눈썰미에 잡혔다” — 뉴시스, 2026년 7월 21일

한 줄 요약: 3년 전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던 택시기사가 수상한 승객의 낌새를 알아채고 신고해, 낯선 이의 피해금 2천만 원을 지켜냈다.


작가의 말

이 기사에서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그도 3년 전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는 한 줄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구하지 못했던 그 밤을, 낯선 사람을 구하는 밤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감사장 뒤에 조용히 남아 있을 숫자 — 그가 아직 돌려받지 못한 1억 3천만 원 — 을 저는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손끝이 저릿했을 그 짧은 순간을 상상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