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가 얇았다.
서랍에서 흰 봉투를 꺼낸 건 화요일 밤이었다. 십만 원. 지폐 두 장을 넣으면 접히지 않아야 할 것 같아서, 새 지폐로 바꾸러 은행에 갈까 잠깐 생각했다. 관두었다. 새 지폐가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정릉3동으로 이사한 건 겨울이었다. 아는 사람이 없었다. 택배를 받을 때 경비실이 어딘지도 몰랐다. 관리비를 어디에 내야 하는지도.
홍 통장이 찾아온 건 셋째 날이었다. 초인종을 누르고 — 뭘 들고 온 것도 아니었다. 그냥 왔다. 분리수거 요일을 알려주고, 마트 가는 길을 설명하고, 가스 점검 일정을 메모지에 적어줬다. 그 메모지를 냉장고에 붙였다. 지금도 붙어 있다. 글씨는 작고 또박또박했다.
여섯 달이 지났다. 이제 마트까지 눈 감고 걸을 수 있다. 분리수거 요일도 외웠다. 그런데 냉장고의 메모지를 떼지 못했다. 떼면 뭔가 잊을 것 같았다.
봉투에 이름을 쓸까 말까 고민했다. 쓰지 않았다. 대신 뒷면에 한 줄을 적었다.
“덕분에 여기가 좋아졌습니다.”
동주민센터까지 걸어가는 길에 봉투를 주머니에 넣었다가 뺐다가 세 번 했다. 7월이라 손바닥에 땀이 찼다. 적은 돈이라서 민망하면 어쩌지. 문을 열기 전에 한 번 더 만졌다. 모서리가 접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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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도움받은 주민, 이번엔 기부자로…성북구 정릉3동에 이어진 따뜻한 선순환 — 더연합타임즈, 2026년 7월 3일
한 줄 요약: 낯선 동네로 이사 온 주민이 통장의 도움에 감사해, 반년 뒤 후원금과 정기기부로 보답한 이야기.
작가의 말
십만 원이라는 금액이 눈에 걸렸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돈. 그 돈을 봉투에 넣는 사람의 손이 떨렸을까, 아니면 담담했을까. 나는 떨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마움을 돈으로 표현하는 일은, 아무리 선의여도 어딘가 어색하니까. 그 어색함이 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