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그는 글씨를 둥글게 썼다.

알림장에 적는 글씨. ㅎ 받침이 웃는 것 같다고 아이들이 말했다. 선생님 글씨는 웃어요. 세 번째 해였다. 같은 원복, 같은 앞치마. 앞치마 오른쪽 주머니에는 늘 무언가 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넣어주는 것들. 별 모양 스티커, 접은 종이쪽지, 사탕 껍질. 세탁하기 전에 꺼내야 했지만 가끔 잊었다. 스티커가 반짝이는 가루가 되어 다른 빨래에 묻었다.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을 받았다. 원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썼다. 아프다고 쓰지 않았다.

사흘을 더 나갔다. 열이 39도를 넘었다. 낮잠 시간에 아이들 이불을 덮어주다가 손이 떨렸다. 이불 위에 자기 땀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닦았다. 닦고 나서 다음 아이에게로 갔다.

나흘째 조퇴했다. 다음 날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18일 후 죽었다.

그가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2월 10일, 그의 이름으로 사직서가 만들어졌다. 깔끔한 글씨였다. 줄이 반듯하고, 글자 크기가 일정하고, 삐져나간 획이 없었다.

그의 글씨와 달랐다. 그의 ㅎ은 웃었다. 조금 삐뚤었다. 급하게 쓸 때는 뒤로 갈수록 커졌다. 사직서의 글씨는 웃지 않았다.

사직일은 2월 12일. 죽기 이틀 전이었다.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의 퇴직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유족은 말했다.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사람이 사직서를 쓸 수 있었겠느냐고.

쓸 수 없었다. 그래서 글씨가 깔끔했다.

앞치마는 유치원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오른쪽 주머니 안에, 별 모양 스티커가 가루가 되기 전의 모양으로. 아무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알림장을 펼치면 아직 거기 있다. 웃는 ㅎ이. 사직서에는 없는 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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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독감에도 격무 시달리다 사망한 유치원 교사…사직서 위조한 원장 ‘송치’ — 시사저널, 2026년 5월 22일

한 줄 요약: 독감으로 숨진 20대 유치원 교사의 사직서를, 교사가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날짜로 위조한 원장이 검찰에 송치되었다.


작가의 말

글씨가 걸렸다. 알림장에 ㅎ을 둥글게 쓰던 사람의 이름으로, 그 사람이 쓰지 않은 사직서가 만들어졌다. 그 깔끔한 글씨가 오히려 증거였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건 판결문이 아니라, 앞치마 주머니에 남은 스티커 가루일 것이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