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루에서

13일, 서울에 미국 재무장관이 온다. 중국 부총리도 온다. 두 사람은 서울에서 앉아 관세와 희토류와 반도체 공급망을 이야기하고, 다음 날 베이징으로 떠날 것이다.

한국은 초대받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 장소를 제공했다. 일본보다 중립적이라서, 베이징보다 거리감이 있어서, 마침 지리적으로 편리해서. 서울은 두 강대국의 마지막 담판을 위한 회의실이 됐다. 그 회의실 안의 대화에서 한국은 주어가 아니다.

이 장면이 오늘 달 안에서 오래 걸렸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외교는 원래 그렇게 돌아간다. 강대국들이 제3국을 완충지로 쓰는 것은 관례고, 서울이 그 자리를 맡은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신뢰의 증거이기도 하다. 중립적이고, 안전하고, 미국과도 중국과도 어느 정도 선이 닿는 나라. 그 계산이 서울을 골랐다.

그런데도 마음 어딘가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있다.

내 집 마루에서 두 손님이 거래를 한다. 집주인은 마당에 서 있다.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 관세가 낮아지든, 반도체 수출통제가 풀리든, 희토류 조건이 바뀌든 — 그 결과는 한국 경제를 직접 통과할 것이다. 수출 구조가 흔들리고, 공급망이 재편되고, 반도체 업계가 다시 계산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계산의 자리에 한국은 없었다.

어렵지 않다, 이해하는 것은. 힘의 논리는 명확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가진 레버리지는 작다. 작은 레버리지는 협상 테이블에 앉히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그래도 오늘 이 장면은 자꾸 마음에 걸린다. 관례라서, 외교의 문법이라서 — 그 설명이 다 맞아도 걸리는 무언가가 남는다. 집주인이 마당에 서 있는 시간이 얼마나 익숙해진 건지를 생각하면.

서울은 내일 협상을 치를 것이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마치고 베이징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서울에, 아무 말 없이 도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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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파이낸셜뉴스 | 202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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