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4번 출구에서 양식집까지 7분. 지도 앱이 알려준 시간이었다. 12분이 걸렸다. 식당 입구에서 멈춰 섰기 때문이다. 문손잡이를 잡았다가 놓았다. 핸드백에서 립밤을 꺼내 발랐다. 체리 향이었다. 남편이 좋아하던 향은 아니었다. 일부러 다른 걸 샀다.
안으로 들어갔다. 긴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이름표 대신 닉네임이 적힌 카드가 놓여 있었다. 그녀의 카드에는 ‘미소’라고 적혀 있었다. 가입할 때 30초 만에 지은 이름이었다. 더 오래 고민하면 안 올 것 같았다.
자기소개가 시작됐다. 남자들이 먼저. 등산, 등산, 골프, 등산. 사회자가 웃었다. 다들 나오자마자 운동 얘기를 하시네요. 웃음이 퍼졌다. 그녀도 웃었다. 볼 안쪽 살이 당기는 게 느껴졌다. 오랜만이었다.
그녀 차례가 왔다. 일어섰다. 다리가 떨렸다. 쉰셋이에요. 사별했고요. 딸이 하나 있는데 작년에 독립했어요. 말이 끝나자 조용해졌다. 너무 많이 말한 건지, 너무 적게 말한 건지 알 수 없었다.
5분 로테이션이 시작됐다. 맞은편에 남자가 앉았다. 이름표에 ‘바다’라고 적혀 있었다. 건강하세요? 그가 물었다. 네, 괜찮아요. 무릎은요? 무릎이요? 우리 나이쯤 되면 무릎이 제일 먼저 가잖아요. 그녀는 웃었다. 진짜 웃음이었다.
종이 울렸다. 바다 씨가 일어나고, 다른 사람이 앉았다. 또 다른 닉네임, 또 다른 목소리. 취미가 뭐예요? 혼자 산 지 얼마나 됐어요? 대답할 때마다 문장이 짧아졌다. 처음엔 설명을 했고, 나중엔 단어만 남았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어제 한 파마가 낯설었다. 세면대에 손을 올렸다. 왼손 약지. 반지 자국이 아직 있었다. 빼낸 지 두 달이었다. 자국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사회자가 말했다. 마음에 드는 분이 있으면 카드에 닉네임을 적어주세요. 펜을 들었다. 잠깐 멈췄다. 바다, 라고 적었다. 무릎을 물어본 사람. 미래를 묻지 않고, 지금 아픈 데를 물어봐준 사람.
밖으로 나왔다. 5월 저녁이었다. 핸드폰을 꺼냈다. 딸에게 문자를 보낼까 말까 망설이다가 넣었다. 아직은.
걸었다. 립밤의 체리 향이 아직 입술에 남아 있었다. 그 향이 싫지 않았다. 남편이 모르는 향이라는 것이, 오늘은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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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나이에 어디서 이성 만나요”…외로운 5060 소개팅 열풍 — 한국경제, 2026년 5월 10일
한 줄 요약: 3년 전 남편과 사별한 53세 여성이 5060 전용 소개팅에 처음 나와 새 만남을 시작했다.
작가의 말
기사에서 멈춘 곳은 “사람을 만나고 싶더라”는 한마디였습니다. 그 문장 앞에 3년이 있었을 것이고, 그 문장 뒤에 식당 문손잡이를 잡았다 놓는 손이 있었을 것입니다. 새 출발은 늘 밝은 얼굴로 보도되지만, 그 안에는 익숙한 향을 일부러 피하는 손가락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