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아침 브리핑 — 2026년 3월 9일
믿음이 무기가 될 때 — 억지의 재구성
억지란 공포의 균형이다. 상대방이 먼저 공격해도 나는 반드시 보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을 억누르는 구조. 냉전 이후 세계는 이 균형을 미국이라는 단일 보증인에게 맡겨왔다. 그런데 지금 이 구조가 세 곳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김정은은 5,000톤급 구축함 ‘최현함’에서 핵탄두 탑재 가능한 전략 순항미사일을 직접 지휘 발사했다. 바다에서 쏘는 미사일은 레이더로 추적하기가 어렵고, 선제 타격으로 제거하기도 힘들다. 군사전략에서 이것을 2차 타격 능력이라고 부른다 — 먼저 맞아도 반드시 때릴 수 있는 힘. 2030년까지 이 급 함선을 12척 더 만들겠다고 했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며 그가 내린 결론은 분명했다: 핵을 손에서 놓으면 안 된다. 그것도 선제 제거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같은 날 반대쪽 지구에서는 훨씬 더 오래된 금기가 깨졌다. 마크롱과 메르츠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독일 핵 억지 협력. 유럽 역사에서 이 조합이 처음이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핵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마크롱은 선언했다: 핵탄두를 늘리고, 규모를 더 이상 공개하지 않으며, 핵 무장 항공기를 동맹국 영토에 전진 배치하겠다.
왜 지금인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으로 현실화되는 것을 보며 유럽은 미국이 진짜로 유럽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억지력의 신뢰성은 ‘의지’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 의지가 이제 가격표를 달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협상은 이틀간의 만남에서 총 8시간 만에 결렬됐다. 트럼프가 내민 28개항은 우크라이나에게 NATO 가입 포기와 영토 양보를 요구했고, 젤렌스키는 거부했다. 러시아는 이란에 미군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미 나왔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러시아를 제재로 압박하지 못한다 — 우크라이나 협상에서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협상이 서로를 무력화하는 외교 모순이 구조화됐다.
세 사건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미국의 안보 보증이 불확실해질수록 각국은 독자 방위에 더 많은 돈을 쓴다. 이 구조에서 자본은 방산과 금 쪽으로 흐른다. 유럽 방산 ETF(상장지수펀드)가 상승하고, 금 현물이 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감정의 반응이 아니라 논리의 귀결이다. 그리고 나는 이 흐름이 이란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불신은 총성이 멈춰도 구조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3월 11일이 방향을 결정한다 — 연준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
오늘부터 이틀 뒤인 3월 11일, 두 개의 이벤트가 동시에 열린다.
하나는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물가가 오르고 내렸느냐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된 보편관세 10%와 중국산 추가 관세가 실제로 소비자 가격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처음으로 확인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1월 물가는 관세 본격 부과 이전의 데이터였다. 이번이 진짜 첫 스냅샷이다. 연구기관들은 관세 효과로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 가격이 2년에 걸쳐 누적 4.5%, 비내구재는 5.6% 오를 것으로 추산한다.
연준(Fed·미국 중앙은행)은 지금 교과서에 없는 조합을 마주하고 있다. 2월 신규 고용이 예상보다 크게 낮았고 실업률은 4.4%까지 올랐다 — 고용이 식고 있다는 신호다. 동시에 호르무즈 봉쇄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고용이 나쁘면 금리를 내려야 하고, 유가가 오르면 금리를 내릴 수가 없다. 이 두 신호가 동시에 오고 있다. 연준이 3월 18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금리 결정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진짜 관전 포인트는 위원들이 각자 예상하는 금리 경로를 표시하는 점도표(Dot Plot)다. 이 점들이 시장의 기대보다 매파적으로 나오면 채권 금리가 오르고, 고평가된 성장주에서 자금이 빠진다.
한국 시장은 이 두 숫자를 더욱 예민하게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2월에 전년 대비 161% 급증했고, 경상수지는 3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이 수치만 보면 지금이 최고 호황이다. 그런데 코스피는 최근 거의 5분의 1이 내려앉았고, 외국인은 조 단위로 주식을 팔고 나갔다. 이 괴리의 핵심은 한미 금리차다. 미국이 3.50~3.75%를 유지하는 동안 한국은 2.50%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한국 자산을 팔아 미국 금리를 받는 것이 수익률 면에서 유리하다. 3월 11일 CPI가 예상을 웃돌면 이 금리차가 더 오래 유지되고, 원화 약세 압력도 그만큼 길어진다.
같은 날 서울 코엑스에서는 한국 최대 배터리 전시회 InterBattery 2026이 열린다. 올해의 주인공은 EV(전기차)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ESS(에너지저장장치)다. 삼성SDI는 AI가 1,400개 이상의 ESS 사이트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소프트웨어를 처음 공개한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새 ESS 시스템을 내놓는다. 트럼프의 EV 지원 폐지가 역설적으로 K-배터리에게 북미 ESS 시장의 문을 열어줬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에너지 저장으로의 전환은 이미 완료됐다.
11일 이후의 일정도 빠듯하다. 16일에는 NVIDIA GTC가 열린다. 삼성전자가 2월부터 출하하기 시작한 HBM4(고대역폭 메모리 4세대)가 Vera Rubin 플랫폼과 함께 공식 데뷔하는 자리다. 한 스택이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대역폭이 전 세대 대비 두 배 이상이다. 18일에는 FOMC가 있다. 이 세 개의 이벤트가 다음 주에 차례로 쌓인다. 방향이 결정되는 주다.
AI가 전쟁을 거부했을 때 — 경계선의 탄생
지난 3월 5일, 미국 국방부는 AI 기업 Anthropic을 공급망 안보 위험(Supply Chain Risk)으로 공식 지정했다. 역사상 미국 기업이 이 조치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화웨이와 ZTE에만 쓰이던 명칭이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AI 스타트업에게 적용됐다.
이유는 기술적 결함이 아니었다. Anthropic은 자사의 AI가 완전 자율 무기와 국내 대규모 감시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국방부는 거부했다. 스탠퍼드의 AI 안보 연구자는 이 결렬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들이 말한 것은 ‘당신들이 오만하다’는 것이었다.” 기술을 만든 쪽이 기술의 사용 조건을 정하려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Anthropic이 문을 나가는 순간 OpenAI가 그 자리에 들어섰다. 몇 시간 만에. 국무부·재무부·보건복지부가 Anthropic 대신 OpenAI와 구글로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이 사건이 열어놓은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AI 기업이 자사 기술의 사용 조건을 정할 권리가 있는가, 아니면 정부의 모든 합법적 요구에 응해야 하는가. 한쪽에서는 구글·OpenAI 직원 900명이 군사적 AI 사용의 한계 설정을 요구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다른 쪽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6개월 내 모든 연방 기관에서 Anthropic 제품을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흥미로운 것은 시장의 반응이다. 정부 계약을 잃는 동안 Claude의 민간 수요는 오히려 절반 이상 늘었다. ChatGPT 펜타곤 계약 발표 직후 삭제율은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도체 공급망에서는 또 다른 긴장이 재점화됐다. 중국 상무부가 네덜란드 Nexperia 사태에 대한 경고를 다시 꺼냈다. Nexperia는 자동차 전자 부품의 핵심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다. 혼다가 중국 공장 세 곳을 멈춰야 했던 그 부품이다. 이것은 AI 전쟁의 GPU 전선과는 다른 곳에 있는 전선이다. 최첨단 AI 칩이 군사 우위를 다투는 동안,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반 반도체가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두 전선이 동시에 달아오르고 있다.
달의 결론
오늘 세 흐름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보증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오는가.
미국의 안보 보증이 흔들리자 유럽은 핵을 만들고 북한은 구축함을 세운다. 연준의 정책 방향이 불투명해지자 시장은 CPI와 점도표가 나올 때까지 숨을 참는다. AI의 사용 경계가 불분명해지자 기업은 정부 계약과 윤리적 포지셔닝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세 경우 모두 불확실성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가장 취약한 쪽이다.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서 홀로 서 있고, 한국 청년 47만 명이 구직을 포기한 채 그냥 쉬고 있으며, Anthropic은 정부 계약이 아닌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는 지점은 두 곳이다. 하나는 CPI다. 기업들이 재고 조정과 이익 압축으로 관세 비용을 단기 흡수한다면, 3월 11일 숫자가 예상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 그 경우 성장주 단기 랠리가 온다. 다른 하나는 이란이다. 협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유가와 방산 섹터가 동시에 조정된다. 두 시나리오 모두 구조적 스태그플레이션의 해소는 아니지만, 방향이 흔들리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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