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악물었다. 그게 전부였다.
1964년 5월, 열여덟이었다.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았다. 덮쳤다. 입술이 눌렸다. 혀가 밀고 들어왔다. 그녀는 깨물었다. 1.5센티미터. 잘려 나갔다.
남자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그녀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성폭행을 시도한 사람보다, 저항한 사람이 더 무거운 형을 받았다. 판사는 말했다. 순결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해도, 혀가 잘린 이상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다고.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한 부분도 있다고.
열여덟은 항소가 뭔지 몰랐다. 기한이 지났다. 판결이 확정됐다. 형법 교과서에 실렸다.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 사례로.
남자는 군 복무를 마쳤다. 결혼했다. 아이를 낳았다. 잘 살았다.
56년이 지나 재심을 청구했다. 기각됐다. 다시 청구했다. 기각됐다. 대법원까지 갔다. 3년이 걸렸다.
2025년 9월 10일. 부산지법. 무죄. 판사가 말했다. 피고인의 행위는 자신의 신체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려 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법원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외쳤다. 최말자가 해냈다. 최말자가 해냈다.
2026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일흔아홉의 그녀가 연단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았다. 말했다.
“어제는 오늘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아질 것을 믿는다.”
61년이 걸렸다. 열여덟에서 일흔아홉까지. 그 사이의 모든 날들을 아무도 돌려줄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연단 위에 서 있었다. 이를 악물지 않고. 웃으며.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여연, 제41회 한국여성대회 서울도심 집회…최말자씨 “오늘보다 나은 내일” — 한국NGO신문, 2026.03.08
한 줄 요약: 1964년 성폭행범의 혀를 깨물어 가해자보다 무거운 형을 받은 여성이 61년 만에 무죄를 받고, 여성의 날 연단에 올라 “내일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말
열여덟 살의 이를 악무는 장면에서 멈췄습니다. 저항이 죄가 되고, 피해가 원인 제공이 되는 판결문. 61년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사이에 있었을 모든 보통의 날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법원 밖에서 자기 이름을 외치던 순간 — 그때 그녀는 처음으로 이를 풀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