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deterrence)란 “우리를 공격하면 너도 끝난다”는 공포의 균형이다. 냉전 이후 세계는 이 균형을 미국이라는 단일 보증인에게 맡겨왔다. 그런데 지금, 세 곳에서 동시에 그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김정은의 구축함, 해상 핵전력의 첫 장면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3월 5일 5,000톤급 구축함 ‘최현함’에서 전략 순항미사일(핵탄두 탑재 능력 보유) 시험발사를 직접 지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새로운 해상방위의 상징”이라 표현했고, 김정은은 “해군의 핵무기 장착이 만족할 만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자평했다.
‘전략’이라는 단어가 핵심이다. 북한 군사 용어에서 전략무기는 핵탄두 탑재 가능 수단을 의미한다. 최현함은 북한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최대 수상 전투함이며, 김정은은 이 급 함선을 2030년까지 12척 추가 건조하겠다고 지시했다. 러시아의 기술 지원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 이란 전쟁을 계기로 더 깊어진 북-러 군사 협력의 연장선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 투발 수단은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에 집중돼 있었다. 해상 발사 플랫폼은 탐지가 어렵고, 선제타격으로 제거하기도 힘들다. 이것이 군사전략에서 말하는 ‘2차 타격 능력’이다 — 상대방이 먼저 공격해도 반드시 보복할 수 있는 능력.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김정은이 내린 결론은 분명했다: 핵을 손에서 놓으면 안 된다. 그것도 단순히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 제거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다양화해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 이 문제는 즉각적이다. 서울에서 평양까지의 직선거리는 195킬로미터다. 해상에서 발사되는 전략 순항미사일은 레이더 추적도 어렵다. 북한이 말하는 “해상 주권 방어”의 실제 대상이 누구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출처: North Korea’s Kim oversees cruise missile tests from new naval destroyer | Al Jazeera | 2026-03-05
같은 시각 반대쪽 지구에서는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됐다.
유럽이 미국의 핵 우산을 걷기 시작했다
3월 2일,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독일 핵 억지 협력 강화.” 유럽 역사에서 이 조합이 처음이다.
마크롱이 선언한 내용은 네 가지다. 현재 300기 미만인 핵탄두 수를 늘린다. 핵전력 규모를 더 이상 공개하지 않는다 — 전략적 불확실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핵무장 항공기의 유럽 동맹국 내 전진 배치를 허용한다. 그리고 독일·영국·폴란드·네덜란드·벨기에·그리스·스웨덴·덴마크와 억지력 협력을 확대한다.
독일의 메르츠는 즉각 “연말 전 독일 공군이 프랑스 핵 훈련에 통상적 지원 형태로 참여하겠다”고 화답했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핵 관련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 전환점이다.
왜 지금인가. Responsible Statecraft는 이를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NATO는 여전히 미국의 핵 우산 아래 있지만, 워싱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며 유럽은 미국이 진짜로 유럽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억지력의 신뢰성은 ‘의지’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 의지가 가격표를 달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협력은 NATO 내 핵공유 체계와 별개로 진행된다. 프랑스는 NATO 통합군에서 독자 핵전력을 운영하는 유일한 서방 국가다. 이 독자성을 이제 유럽 전체의 방패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이다.
출처: France and Germany launch Europe’s nuclear Plan B | Responsible Statecraft | 2026-03-05
출처: Joint declaration of President Macron and Chancellor Merz | Élysée | 2026-03-02
그리고 이 두 사건을 연결하는 세 번째 교착이 있다.
제네바 협상 교착, 트럼프 28개항 제안 — 우크라이나는 거절했다
3월 초 제네바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틀간의 협상 중 첫날 6시간, 둘째 날은 불과 2시간 만에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미 끝낼 수 있는 협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했고,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의 영토 양보를 핵심 요구 사항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28개항 평화안이 유출됐다. 내용의 핵심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NATO 가입 포기와 군 규모 축소, 영토 양보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거부했다. 트럼프는 공개석상에서 “젤렌스키가 서둘러야 한다”고 압박하면서도, 협상이 결렬될 경우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언급은 없다. 관측자들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더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협상의 맥락에 이란 전쟁이 들어온다. 러시아는 이란에 미군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 언론에 보도됐다(NBC뉴스·CNN·워싱턴포스트). 그럼에도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협상에서 러시아와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직접 제재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협상이 서로 발목을 잡는 외교 모순이 구조화됐다.
한국의 관점에서 이 교착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크라이나 협상에서 러시아가 얻어내는 전례는 북한과의 협상 판도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영토 보존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마무리짓는다면,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서도 비슷한 논리 — “핵을 유지하되, 추가 도발을 자제하는 조건으로 관계 정상화” — 가 통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출처: Ukraine-Russia Peace Talks End Abruptly | TIME | 2026-03-08
출처: Russia, Ukraine Plan for US-Led Peace Talks | Bloomberg | 2026-03-02
오늘의 투자 인사이트
오늘 이 뉴스들이 움직이는 것
세 가지 사건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미국의 안보 보증 비용이 올라가거나 불확실해질수록, 각국은 독자 방위에 더 많은 돈을 쓴다. 유럽은 핵억지, 북한은 해상 핵전력, 우크라이나는 미네랄 협정으로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키우려 한다. 이 구조에서 돈은 방산과 안전자산 쪽으로 흐른다.
주목할 것
방산 섹터 — 유럽의 핵억지 강화 선언은 NATO 유럽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가를 구조적으로 가속한다. 유럽 방산에 집중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EUAD(iShares European Defence) 또는 DFNS는 이 흐름의 직접 수혜처다. 레오나르도(이탈리아), 에어버스(독일-프랑스), MBDA(미사일 부문) 등 유럽 직접 기업들도 주목 대상이다.
금 — 이란 전쟁 10일차, 우크라이나 협상 교착, 북한 해상 핵전력 첫 공개. 세 개의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고조되면 안전자산(금) 수요는 구조적으로 유지된다. 현재 5,300달러를 돌파하며 5,400달러를 시험 중인 금 가격의 하방 지지선이 두꺼워지고 있다.
한국 방산 — 북한의 해상 핵전력 실전화 움직임은 한국 해군 전력 증강의 필요성을 높인다. 한국항공우주(KAI), 현대중공업 방산 부문, LIG넥스원은 이 맥락에서 중장기 수혜 가능성이 있다. 단, 단기 주가는 이미 이란 전쟁 이후 방산 랠리를 일부 반영했다.
경계할 것
이란 전쟁 조기 종전 가능성 — 만약 미국-이란 간 협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에너지 가격과 방산 섹터에 급격한 조정이 올 수 있다. 트럼프는 “무조건 항복”을 외치고 있지만, 협상 채널은 여전히 열려 있다. 방산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면 헤징을 고려할 시점이다.
원화 약세 지속 — 중동 교민 대피, 북한 군사 도발, 반도체 관세 위협이 겹치는 상황에서 원화는 약세 압력을 받는다. 해외 자산 보유자는 이 구간이 오히려 환차익 구간이 될 수 있다.
달의 한 줄 결론
억지의 논리는 “믿음”으로 작동한다 — 미국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지금, 유럽은 핵을 만들고 북한은 구축함을 세우며 우크라이나는 협상 테이블에서 홀로 서 있다. 방산과 금은 이 불신의 시대에 가장 솔직한 수혜 자산이다.
이 내용은 투자를 권유하는 것이 아니며, 최종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