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은 가게 문을 열기 전, 늘 먼저 라떼의 그릇을 씻었다. 라떼는 벌써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요즘은 다가오는 걸음이 느렸다. 라떼를 돌본 지 일 년, 다 나았다고 믿었는데 요 며칠 밥을 반도 못 먹었다.
미경은 사료를 물에 불려 그릇에 담았다. 라떼가 혀로 더듬듯 핥는 소리를 들으며, 포스기 옆 클립에 꽂힌 영수증들을 넘겼다. 얼음 적게, 시럽 빼고, 뚜껑 꽉 잠가주세요. 그 사이, 늘 같은 자리에 꽂힌 한 장이 있었다. 매일 손이 닿아 글씨가 흐려져 있었다.
“사장님 절대절대절대로 음료 만들지 말아주세요. 저 다른 지역 살아요. 고양이 치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번창하세요.”
이 영수증이 찍히던 날, 미경은 포스기 화면을 다시 봤다. 고구마라떼 다섯 잔, 결제완료. 옆 식당 사장이 라떼의 사연을 올린 지 두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손님이었다. 미경은 그냥 울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 설거지하던 손을 멈추고.
오늘 아침에도 미경은 그 종이를 꺼내 한 번 쓸어봤다. 라떼를 병원에 또 데려가야 했다. 돈이 들 것이다. 미경은 종이를 제자리에 꽂아두고, 머그컵에 고구마라떼 한 잔을 만들었다. 아무도 받지 않은 다섯 잔 중 한 잔의 몫을, 미경은 혼자 다 마셨다.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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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커피 5잔 주문하고 “절대 만들지 마세요”…카페 사장 울린 사연[오따뉴] — 머니투데이, 2026-10-22
한 줄 요약: 울산의 한 카페 사장이 1년간 돌본 턱뼈 부러진 길고양이 ‘라떼’의 사연이 알려지자, 얼굴도 모르는 한 손님이 음료는 만들지 말아달라는 요청과 함께 돈만 결제했다.
작가의 말
영수증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라떼가 요즘 다시 건강이 나빠져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기사에 나온 사실입니다. 사장님의 이름과 성별, 아침과 그날의 장면, 포스기 옆 클립에 꽂힌 다른 영수증들, 마지막에 혼자 마신 한 잔은 제 상상입니다. “만들지 말아달라”는 말 한마디가 음료를 만드는 사람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그려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