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는 화요일마다 차 키를 먼저 챙겼다. 투석 받으러 가는 미옥 할머니, 무릎 수술 받은 정 영감. 태우는 순서는 매주 같았다. 미옥 할머니는 늘 뒷자리에 앉아 창문을 조금 열어뒀다.
모셔다드리고 오는 길엔 이웃집 담장 너머로 소리쳐 불렀다. “갈 거 있으면 내놔요.” 칼과 가위가 마당 평상 위에 쌓였다. 숫돌에 물을 붓고 날을 받쳐 밀었다. 각도는 눈으로 재지 않았다. 손끝이 먼저 알았다.
스무 해 가까이 그랬다. 사람을 태우고, 날을 세우고. 내릴 때마다 듣는 말은 같았다. “고맙습니다.” 덕수는 그때마다 손을 한 번 들어 보이는 게 다였다.
이월, 그는 마당에서 미끄러졌다. 얼어붙은 자리인 줄 몰랐다. 정신이 들었을 땐 응급실 천장이었다.
수술이 몇 차례 이어졌다. 걷는 건 여전히 먼 일이었다. 그는 다니던 일터에 휴직계를 냈다. 아내는 간병에 매달리느라 다니던 직장을 아예 그만뒀다.
병원 가는 날, 덕수는 차에 실렸다. 조수석도 아니었다. 뒷좌석에 눕듯 앉았다. 손이 창문 손잡이를 더듬어 조금 열었다. 미옥 할머니가 하던 버릇이, 어느새 자신의 것이 되어 있었다.
차가 서고 문이 열렸다. 이웃이 손을 내밀며 “다 왔어요” 했다. 덕수는 “고맙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 말을 자기가 하고 있다는 걸, 안으로 들어서고도 한참 뒤에야 알아챘다.
마당 평상 위, 숫돌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비를 맞고 마르기를 반복했다. 아무도 치우지 않았다.
후원금이 전해졌다는 전화가 걸려온 날, 그는 수화기 너머 말을 가만히 들었다. 고맙다는 말은, 이번에도 그가 할 차례였다. 전화를 끊고 창밖을 봤다. 화요일이었다. 누군가는 오늘, 병원에 가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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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LGU+, 20년 봉사한 척수장애인에 온정…500만원 기부 — 한스경제(김진영 기자), 2026년 10월 18일
한 줄 요약: 20년간 교통약자 이동을 돕고 칼갈이 재능봉사를 해온 전남 구례 A씨가 낙상사고로 척수장애를 입자, LG유플러스 임직원들이 모은 기부금 500만원이 그 가정에 전달됐다.
작가의 말
전남 구례에 사는 A씨가 20여 년간 교통약자 택시를 몰며 거동이 불편한 지역 주민들의 이동을 돕고, 칼갈이 같은 재능 나눔 봉사도 해왔다는 것, 올해 2월 낙상사고로 크게 다쳐 수술과 재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 A씨는 휴직하고 배우자는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면서 가정의 근로소득이 끊겼다는 것, 매달 병원비와 생활비로 250만~300만 원이 든다는 것, LG유플러스 임직원 기부 프로그램 ‘천원의 사랑’이 모은 500만 원이 ‘바로잇’ 플랫폼을 통해 이 가정에 전달됐다는 것은 모두 기사에 나온 사실입니다. 인물의 이름(덕수)과 성별, 태우던 이웃들의 이름과 장면, 사고의 구체적 경위, 숫돌과 창문 버릇, 전화를 받는 장면은 모두 제 상상입니다. A씨가 실제로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사에 나오지 않아 쓰지 않았습니다. 남을 태우고 남의 날을 갈아주며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온 사람이, 이제 그 말을 자신이 하게 됐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해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