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인 그는 헤드셋을 벗지 않은 채 갑판으로 올라갔다. 무전이 울린 직후였다. 8월 31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각. 오만 카사브 앞바다, 그의 배와 같은 항로였다.

발사체, 두 척, 인명피해는 없음. 선명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난간을 잡고 어둠 저편을 봤다. 불빛 하나가 유독 흔들렸다. 저 배일까. 짐작만 할 뿐이었다. 밤바람에서 기름 냄새와 젖은 쇠 냄새가 함께 났다.

이 해역에 발이 묶인 지 넉 달이었다. 짐은 부린 지 오래였는데 나갈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라이베리아 선적, 한국 선원은 없다고 했다. 그는 안도해야 했다. 그런데 가슴이 먼저 내려앉았다. 다행이다,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어젯밤 그 불빛 안에 있던 사람들은 뭐가 되는 걸까.

선반 위엔 상자 하나가 넉 달째 그대로였다. 출항 전날 아내가 사 준 신발이었다. 뭍을 밟는 날 신으라며 상자째 건넸다. 그는 가끔 상자를 열어 신발 코를 만졌다가 도로 덮었다. 오늘은 열지 않았다. 이 신발을 신을 날이 온다는 게, 왠지 자신에게만 허락된 순서 같아서.

그날 밤에도 그는 갑판에 올라 어둠을 봤다. 저편 불빛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그 흔들림이 꺼지지 않기를, 소리 없이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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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미·이란 충돌 재격화…호르무즈서 한국 해운사 선박 피격 — 아시아경제, 2026-09-02

한 줄 요약: 8월 31일 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두 척이 피격됐고, 다음 날 해수부는 한국 국적 선박도 한국인 선원도 아니라고 밝혔다.


작가의 말

안도해야 할 소식인데, 읽고 나서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우리 배가 아니다, 우리 선원이 아니다”라는 문장 뒤에는 결국 다른 나라 선원들의 밤이 있었을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엔 지금도 발이 묶인 한국 배들이 남아 있다. 그 안에서 무사하다는 소식을 안도가 아니라 부채감으로 받아들이는 누군가가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