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원래 셈이 무딘 사람이었다. 숫자는 아래 직원이 불러주면 결재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터널을 나선 순간, 물보라가 뺨을 때렸다. 앞이 사라졌다. 건너편 캠프 사무동도, 뻗은 손끝도 보이지 않았다. 진흙 냄새만 진했다. 그는 숨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숫자를 놓치면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세 시간, 아니 네 시간. 사무동 지붕이 다시 보일 때까지 그는 셈을 멈추지 않았다.
그 버릇은 물보라가 걷힌 뒤에도 남았다.
8월 31일, 함께 대기하던 동료들을 태울 차가 왔다.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는 짐칸에 가방을 실어주며 한 명씩 셌다. 하나, 둘… 아홉.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아홉이 돌아간다. 아홉은 아직 안 돌아왔다. 두 숫자가 겹쳐지는 순간, 그는 웃음이 날 뻔했다. 웃을 상황이 아닌데 자꾸 그 우연이 우스웠다. 차가 멀어지고도 그는 한참 서서 머릿속으로 경위서 항목을 채웠다. 발생 시각. 기상 상황. 인원 현황. 서류칸을 채우면 뭔가 붙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날 밤 그는 집으로 문자를 보냈다. 조금만 더 있다 갈게.
답이 왔다. 기다릴게.
그는 그 두 글자를 오래 들여다보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창밖은 이미 캄캄했다. 그는 손전등을 챙겨 다시 사람들을 세러 나갔다. 내일은 아홉이 열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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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네팔 홍수로 고립됐던 근로자 9명 귀국…현장소장은 잔류 — 헤럴드경제, 2026년 8월 31일
한 줄 요약: 네팔 홍수 현장에서 구조된 근로자 9명은 귀국했지만, 현장소장은 아직 못 찾은 동료 9명을 위해 홀로 현지에 남기로 했다.
작가의 말
구조된 동료가 아홉, 아직 못 찾은 동료도 아홉. 이 우연한 숫자의 대칭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뉴스는 그가 왜 남았는지는 말해줬지만, 남은 첫날 밤이 어땠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 빈틈에 있을 법한 사람의 하루를 그려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