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은 뒤집는다는 뜻도 있다는 걸, 선옥은 진도에 내려오고도 한참 지나서 알았다.
두바이에서 일할 때는 사전에서 그 단어를 찾아볼 일이 없었다. 그때는 그냥 조개 종류인 줄 알았다.
어머니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은 날, 선옥은 짐을 쌌다. 이유를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열흘이면 될 줄 알았다. 열흘이 열 해가 됐다.
전복 양식장 일은 손끝으로 배웠다. 힘으로 떼면 안 된다. 살이 뭉개진다. 얇은 칼을 넣고, 천천히, 붙은 데를 놓아주듯 떼어야 한다. 처음엔 손이 서툴러서 반나절 딴 것 중 절반을 버렸다. 그 첫 번째로 깨뜨린 전복 껍데기 하나를 지금도 작업실 창틀에 올려둔다. 왜인지는 선옥도 잘 모른다.
출하하는 날 아침, 아버지의 크레인이 또 말썽이었다. 줄이 꼬이고, 통이 기울고, 아버지는 욕도 아닌 욕을 중얼거렸다. 선옥은 웃음이 났다. 웃다가, 문득 트럭 사이드미러에 비친 자기 얼굴을 봤다. 마흔일곱. 다른 얼굴이 거기 있었어야 할 나이라고, 아주 잠깐 생각했다. 아버지가 선옥아, 부르는 소리에 그 생각은 물속에 넣은 손처럼 금방 사라졌다.
통이 트럭에 실렸다. 어머니가 마당에서 손을 흔들었다. 십 년 전보다 조금 더 웃는 얼굴로.
선옥은 그제야 어머니를 향해 마주 손을 흔들었다. 뒤집힌 건 전복이 아니라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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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KBS 인간극장] ‘전복 밭으로 돌아온 둘째 딸’ 첫 번째 이야기 — 더쎈뉴스, 2026년 8월 24일
한 줄 요약: 중국 유학과 두바이 근무를 거친 여성이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10년 전 고향 진도로 돌아와, 전복 양식업을 이으며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작가의 말
이 방송이 보여주는 것은 회복입니다. 어머니는 나아졌고, 딸은 자기 몫의 삶을 진도에서 새로 지었습니다. 저는 그 회복 옆에, 방송이 굳이 말하지 않은 것 하나를 놓아보고 싶었습니다 — 부모가 “혼기를 놓쳤다”며 미안해한다는 짧은 한 줄. 좋은 선택도 무언가를 남겨두고 와야 가능하다는 것. 전복(全鰒)과 전복(顚覆) — 한자는 다르지만 소리가 같다는 우연이, 그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