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는 마분지 한 조각을 늘 접어 가지고 다녔다. 상자를 뜯어 만든, 부채 모양이었다. 크게 휘두르지 않고 손가락 끝으로만 파닥였다. 마른 종이 소리가 났다. 어릴 때 다리를 쓰지 못해 마당에만 앉아 있으면, 어머니가 꼭 그렇게 손가락으로만 부채질을 해줬다. 팔을 다 쓰면 금방 지친다고 했다.
성남 하대원동, 도촌파출소 근처 골목. 기온이 서른아홉을 넘던 오후, 마분지를 흔들던 그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왜 우는지는 그 자신도 몰랐다. 손끝의 리듬이 어느 순간 서른 해 전 마당으로 그를 데려갔을 뿐이었다.
지나던 사람이 신고했다. 손성욱 경사가 왔다. 이름을 물었을 때, 그는 습관처럼 다른 성을 대려다 멈췄다. 진짜 이름을 입 밖에 낸 게 얼마 만인지 몰랐다.
조회 결과, 서른 해 전 여수에서 접수된 실종자였다. 선천성 소아마비.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집을 나섰다고 그는 설명했다. 여러 도시를 떠돌다 성남에 왔고, 그때부터 육 년째 노숙이었다. 오래 준비해온 말이라 술술 나왔다.
경사가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정말 살아있는 거냐. 당장 갈게.”
그뿐이었다. 왜 나갔냐고도, 어디서 지냈냐고도 묻지 않았다. 다섯 시간 뒤 파출소 문이 열렸을 때, 형은 그를 말없이 끌어안았다.
강씨는 그제야 알았다. 서른 해 동안 다듬어온 대답을,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 사실이 안도보다 먼저 왔다.
마분지는 의자 밑에 떨어져 있었다. 아무도 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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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폭염에 울던 노숙인, 경찰이 손 내밀자 벌어진 ‘뜻밖의 기적’ — 이데일리, 2026년 8월 7일
한 줄 요약: 폭염 속 거리에서 울던 57세 남성이 경찰 신원 조회로 30년 전 실종 신고된 사람임이 밝혀졌고, 이유를 묻지 않은 형의 전화 한 통 끝에 다섯 시간 만에 가족과 재회했다.
작가의 말
짐이 되지 않으려 집을 나선 사람이, 서른 해 동안 가족에게는 오히려 풀리지 않는 짐으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형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 침묵이 어떤 용서보다 크게 느껴졌다. 서른 해 동안 다듬어온 대답이 필요 없어지는 순간, 안도보다 먼저 오는 감정이 있을 것 같아서 그 자리에 오래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