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손목에 팔찌를 채우는 건 늘 그녀의 몫이었다. 실리콘 재질에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배회 인식표였다. 채울 때마다 딸깍, 죔쇠 잠기는 소리가 났다. 아버지는 답답하다며 자주 몰래 풀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다시 채우고 손목을 두 번 두드렸다. 됐죠, 아버지.
그날 아침엔 아버지 손목이 비어 있었다. 죔쇠가 헐거워져 새것으로 바꿔주려 미리 풀어둔 참이었다. 다녀와서 채워드릴게요. 그녀는 출근했다. 아버지는 평소처럼 마당을 나섰다.
저녁에도 전화가 없었다. 그녀는 조천 지구대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다음 날 낮, 경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연락이 닿았다고, 무사하시다고 했다. 그녀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 뒤로 며칠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전화기를 쥐고 자지 않아도 됐다. 밀린 드라마를 두 편 몰아봤다. 아이와 마주 앉아 저녁을 오래 먹었다. 아버지가 정확히 어디 계신지 묻지 않은 채로, 그녀는 오랜만에 깊이 잤다.
쉰하루째 되던 날, 다른 실종 뉴스를 보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다시 지구대에 전화를 걸었다. 그제야 수색이 시작됐다. 교래리 곶자왈 인근 야산, 신고 지점에서 이 점 오 킬로미터. 팽나무 아래였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밤, 그녀는 서랍을 열었다. 팔찌가 거기 있었다. 충전 단자에 꽂힌 채 초록 불이 켜져 있었다. 완전히 채워진 채로, 한 번도 쓰이지 못한 배터리였다. 딸깍, 채워 넣을 손목은 이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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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전국]실종신고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재신고로 뒤늦게 수색 — YTN, 2026년 8월 23일
한 줄 요약: 치매를 앓던 50대 남성이 실종 신고 51일 만에, 최초 신고 지점에서 2.5km 떨어진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그 사이 가족은 그가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은 채 지내고 있었다.
작가의 말
기사는 ‘초동 대응 부실 의혹’이라는 말로 이 사건을 요약했습니다. 저는 그 말 뒤에 있던 쉰하루, 아무것도 몰랐던 하루하루가 궁금했습니다.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 정말 오랜만에 편히 잠들었을 밤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그 편안함이 나중에 얼마나 무겁게 돌아올지 모른 채로요. 팔찌는 기사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어딘가엔, 그가 끝내 차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