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그녀는 아홉 시 오십 분에 도착했다.

현관 벨을 누르면 안에서 소리가 난다. 슬리퍼가 바닥을 긁는 소리. 하나, 둘, 셋. 문이 열린다. 그는 이미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올 줄 알고 미리 갈아입는 사람이었다.

재킷 단추가 한 칸 어긋나 있었다. 그녀는 말 없이 고쳐 채웠다. 그도 말 없이 서 있었다. 삼 년째 같은 순서였다.

남원천까지 오 분. 그는 하천을 좋아했다. 물 소리를 들으면 다리가 덜 아프다고 했다. 거짓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매번 같은 길을 걸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간밤에 많이 왔다는 걸 도로 위에 밀려 나온 진흙이 말해주었다. 그녀는 우산을 펼쳤다. 그의 우산은 가방에 넣어 왔다. 그는 우산을 못 편다. 손에 힘이 없어서.

하천변에 섰다. 물이 달랐다. 색이 갈색이었고 소리가 굵었다. 그녀는 돌아가자고 말하려 했다.

발이 미끄러졌다. 그의 발이. 그녀는 팔을 잡았다. 잡았다고 생각했다. 손가락이 재킷 소매를 스쳤다. 젖은 천이 미끄러웠다. 그게 끝이었다.

전화를 걸었다. 열 시 일 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에 말했다. 사람이 빠졌어요.

소방차가 왔다. 사람들이 뛰었다. 누군가 이름을 물었다. 그녀는 자기 이름이 아니라 그의 이름을 먼저 말했다.

가방 안에 양말이 한 켤레 있었다. 회색, 목이 긴 것. 그의 발이 잘 시려워서 산책 뒤에 갈아 신으라고 늘 가져왔다. 건네 본 적은 없다. 현관에 놓고 왔다. 다음 날 가면 신발장 안에 접혀 있었다.

오후가 되었다. 물은 멈추지 않았다. 이백육십팔 명이 그를 찾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냈다. 내일 아침 아홉 시 삼십 분. 알람이 켜져 있었다.

끄지 않았다.

비슷한 이야기: → 화단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영주서 80대 남성 산책 중 급류 휩쓸려 실종…당국 수색 — 세계일보, 2026년 7월 9일

한 줄 요약: 영주시 풍기읍 남원천에서 생활지원사와 함께 산책하던 82세 남성이 폭우로 불어난 급류에 발을 헛디뎌 실종되었으며, 268명의 구조 인력이 수색에 투입되었다.


작가의 말

기사에는 “생활지원사와 함께 산책하던 중”이라고 한 줄 적혀 있었다. 그 한 줄이 걸렸다. 매일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사람이 있다. 현관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 둘 사이에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통하는 순서가 있다. 그 순서가 끊어진 날, 가방 안에 남은 것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