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밤 열 시, 대청호 물가에 트럭 두 대가 나란히 섰다.

민석과 그는 스무 해 된 낚시 동무였다. 매년 여름 휴가 날짜를 맞춰 같은 자리에 텐트를 쳤다. 캔맥주를 나누며 민석은 다음 달 있을 손주 돌잔치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는 대꾸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풀벌레 소리가 물소리보다 컸다.

“요즘은 찌가 잘 안 보이네.”

그가 중얼거리며 안경을 고쳐 썼다. 재작년부터 낚시할 때만 꺼내 쓰는 돋보기였다. 민석이 그걸 볼 때마다 놀리면, 그는 대답 대신 안경을 이마 위로 슬쩍 올리며 웃기만 했다. 스무 해 동안 변한 건 그 안경 하나였다.

자정이 넘어 둘은 각자 자리로 흩어졌다. 민석은 트럭 안에서, 그는 물가 텐트에서.

“먼저 잘게. 첫 입질은 내가 받아야지.”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물안개가 걷히기 전, 그는 늘 첫 입질을 놓치지 않으려 자리를 지켰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새벽 다섯 시, 민석이 눈을 떴을 때 텐트는 비어 있었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물가엔 신발 두 짝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안경은 낚싯대 손잡이 위에, 렌즈를 하늘로 향한 채 얌전히 얹혀 있었다.

민석은 119에 신고했다. 구조대원 스물다섯 명과 보트 여러 대가 새벽 호수를 훑었다. 그를 찾기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

집으로 돌아온 민석은 안경 렌즈를 닦다가 도수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훨씬 약했다. 이 정도로 찌가 안 보일 리 없었다. 어쩌면 그냥, 나이 든 티를 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고, 민석은 생각했다. 스무 해를 함께 낚시하고도 몰랐던 게 그거 하나였다는 게,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민석은 안경을 낚시 가방 맨 위 칸에 넣어두었다. 다음에도 함께 갈 사람처럼.

찌는 아직 물 위에 떠 있다. 건져 올리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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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물가에 신발만” 사라진 낚시객…2시간 뒤 숨진 채 발견 — 머니투데이, 2026-08-16

한 줄 요약: 충북 대청호에서 밤낚시를 하던 50대 남성이 실종 두 시간 만에 물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작가의 말

기사에 남은 사실은 한 줄이었다. “물가에 신발만 있었다.” 신발은 벗겨질 수도 있지만, 안경은 다르다. 누군가 제 손으로 벗어 가지런히 두어야 하는 물건이니까. 그 상상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됐다. 스무 해를 함께한 사람도, 상대가 사소한 습관 뒤에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지는 끝내 모를 수 있다는 것이 오래 마음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