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은혜는 보신각 앞에 서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손에 든 종이가 떨렸다. 종이에는 아들의 사진이 있었다.

태완이라는 이름은 은혜가 지었다. 다섯 살에 인천공항을 나오며, 아이의 손을 잡고, 이제부터 너는 강태완이라고 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말을 못 했지만, 이름은 알아들었다.

태완은 군포에서 자랐다.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썼다. 친구가 있었고, 좋아하는 편의점이 있었고, 돌아가는 골목이 있었다. 중학교 입학 서류를 쓰는 날, 은혜는 아이에게 말해야 했다. 너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다고. 태완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태완은 스스로 출국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대학을 졸업했다. 서류를 만들었다. 비자를 받기 위해 전북 김제의 공장에 취업했다. 특장차를 만드는 곳이었다. 은혜는 전화로 물었다. 힘들지 않니. 태완은 괜찮다고 했다. 여덟 달만 더 하면 된다고 했다.

여덟 달이 되기 전이었다. 10톤짜리 장비가 움직였다. 태완은 그 사이에 있었다.

회사는 산재조사표에 이렇게 썼다. 리모컨으로 정지시키지 않고 몸으로 막았다고. 서른두 살의 사람이 10톤을 몸으로 막으려 했다는 말이었다.

은혜는 이름을 바꿨다. 엥크자르갈에서 이은혜로. 아들에게 이름을 줬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이름을 줬다. 그 이름으로 노동청 앞에 섰고, 기자회견장에 섰고, 오늘 보신각 앞에 섰다.

옆에 서 있던 사람이 물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냐고. 은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1년이 넘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바람이 또 불었다. 종이 위의 태완이 웃고 있었다. 은혜는 사진을 가슴에 대고 눌렀다. 아이가 다섯 살 때 손을 잡았던 것처럼. 이제부터 너는 강태완이라고 했던 것처럼.

그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은혜뿐이었다.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2026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기념대회: 다양한 이주민들이 차별을 폭로하고 개선을 촉구하다 — 노동자 연대, 2026년 3월 15일

한 줄 요약: 몽골에서 다섯 살에 한국으로 온 강태완 씨는 20여 년을 미등록 체류자로 살다 합법 신분을 얻으려던 순간 산재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 엥크자르갈(이은혜) 씨는 1년이 넘도록 책임자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의 말

이름이라는 게 뭘까, 생각했다. 없었던 이름을 만들고, 서류를 채우고, 비자를 기다리고. 이름을 얻는 순간 사라진 사람. 보신각 앞에서 아들의 사진을 가슴에 누르는 어머니의 손이 떠나지 않았다.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이 거기 서 있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