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센티미터

전화가 온 것은 점심 무렵이었다.

“이 기사님, 서소문이요. 오후에 좀 봐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수첩을 닫았다. 원래 오후에는 다른 현장 보고서를 쓸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장이 부르면 간다. 삼십 년 동안 그래왔다.

차를 몰고 가며 라디오를 켰다. 교통 정보가 흘렀다. 서소문 근처 통제 구간이 있다는 안내. 그는 볼륨을 줄였다.

현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안전화 끈을 푸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조인다. 발목까지 끈을 두 번 감는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첫 현장에서 혼자 알게 된 것이다. 끈이 느슨하면 발이 불안하고, 발이 불안하면 눈이 흔들린다. 구조기술사의 눈은 흔들리면 안 된다.

거더 사이로 들어갔다. 콘크리트 분진 냄새가 코끝에 걸렸다. 1966년에 부은 콘크리트다. 그의 아버지 세대가 만든 것. 그가 해체하는 것.

단차를 확인했다. 상판이 주저앉은 자리. 2.9센티미터. 손가락 한 마디에도 못 미치는 거리. 사람들은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콘크리트는 말없이 내려앉지 않는다. 내려앉았다는 것은 어딘가 끊어졌다는 뜻이다.

그가 허리를 숙여 거더 아래를 들여다보는 순간, 발밑에서 쇠가 울었다.

나중에 사람들은 말했다. 안전 진단 중이었다고. 외부 전문가가 불려 왔다고. 세 명이 숨졌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그가 그날 오후에 쓰려던 보고서의 결론은 이미 적혀 있었다. “구조적 이상 없음.” 다른 현장이었다. 잘 지어진 건물이었다. 그는 안전하다는 문장을 쓰는 사람이었다.

2.9센티미터. 그것을 확인하러 간 사람이 있었다.

비슷한 이야기: 안전하게 철거하다가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서소문고가 철거 중 상판 붕괴…현장소장 등 3명 사망 — 한국경제, 2026년 5월 26일

한 줄 요약: 1966년에 지어진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안전 점검 중 상판이 붕괴해, 감리단장·현장소장·외부 구조기술사 3명이 숨졌다.


작가의 말

2.9센티미터. 그 숫자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도 안 되는 침하를 확인하러 올라간 사람이 있다는 것. 위험의 징후를 보고 피한 것이 아니라 확인하러 간 사람. 구조기술사라는 직업이, 안전하다는 문장을 써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