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그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냈다.

박하사탕이었다. 아내가 외투 주머니에 넣어둔 것이다. 언제 넣었는지 모른다. 아침에 현관에서 신발을 신을 때는 몰랐다. 세종까지 KTX를 타고 오는 동안에도 몰랐다. 오전 열 시에 정부세종청사 로비에서 이름표를 받을 때도 몰랐다. 열여섯 시간을 앉아 있다가, 새벽 두 시에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비로소 알았다.

셀로판을 벗기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는 반도체 라인에서 십사 년째 일했다. 클린룸에 들어가기 전 방진복을 입는 데 사 분, 벗는 데 삼 분. 그 칠 분을 삼천 번쯤 반복하면 사탕 하나 까는 동작에도 낭비가 없어진다.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꼬리를 당기고, 입에 넣고, 셀로판은 왼쪽 주머니에.

교섭위원 스물세 명 중 열아홉 명이 아직 남아 있었다. 넷은 밤 열한 시쯤 돌아갔다. 아이가 아프다는 사람, 교대 근무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 남은 사람들은 복도 의자에 앉거나,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다리를 뻗고 있었다.

아무도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몰랐다. 문이 열리면 고개를 들었고, 닫히면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 대기 시간이 전략이라는 것을 안다. 지치게 만드는 것. 새벽 세 시쯤 되면 사람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진다. 그걸 알면서도 여기 앉아 있는 것은, 일어서면 지는 것 같아서다.

옆자리 동료가 자판기 커피를 가져왔다. 종이컵에서 올라오는 김이 형광등 불빛에 잠깐 보였다가 사라졌다. 고맙다, 하고 말하려다가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새벽에는 목소리를 아끼게 된다.

새벽 두 시 오십삼 분, 안쪽 문이 열렸다. 위원장이 나왔다. 얼굴을 보면 안다. 입술이 얇게 닫혀 있으면 안 된 것이다.

“결렬입니다.”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그는 일어섰다. 무릎이 아팠다. 클린룸에서 열두 시간 서 있는 것보다 복도에서 열여섯 시간 앉아 있는 게 더 아프다는 걸 오늘 알았다.

건물을 나서니 오월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서울까지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야 한다. 끝났다, 고. 어떻게 끝났는지는 아침에 말해도 된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사탕이 하나 더 있었다.

그는 그것을 까지 않았다. 내일을 위해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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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 끝내 결렬… 21일 총파업 현실 되나 — 인사이트, 2026년 5월 13일

한 줄 요약: 삼성전자 노사가 17시간 사후조정 끝에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그 중 16시간을 대기하며 앉아 있었다.


작가의 말

17시간 협상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말이 오간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고 합니다. 나머지 열여섯 시간 동안 복도에 앉아 있었을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람들의 주머니에는 뭐가 들어 있었을까. 누가 넣어줬을까. 그게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