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반, 경유 단가가 바뀌어 있었다.
창호는 주유기 앞에 서서 숫자를 읽었다. 1,943원. 일주일 전에는 1,500원대였다. 호스를 꽂고 레버를 당겼다. 320리터. 기계가 돌기 시작했다.
숫자가 올라간다. 10만 원. 30만 원. 62만 원. 기계가 멈췄다.
올해부터 기름값은 본인 부담이다. 화주사가 운임을 바꾸지 않은 채 계약서만 갱신했다. 항의할 곳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항의할 시간이 없었다. 오늘도 인천에서 부산까지 왕복이다.
운전석에 올라 엔진을 걸었다. 히터를 틀었다가 껐다. 아내가 보일러를 줄여놓는 습관과 같은 것이었다.
고속도로에 올랐다. 새벽 다섯 시. 앞에도 뒤에도 화물차였다. 불이 켜진 운전석마다 한 사람씩 앉아 있었다.
라디오에서 뉴스가 나왔다. 대통령이 물류단지를 방문해서 화물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창호는 볼륨을 줄였다. 그 자리에 자기 같은 사람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 봐야 할 곳이 있는 사람은 간담회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여섯 시.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아침 먹고 가」. 이미 인천을 지나고 있었다. 먹고 간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못 먹었다고 하면 걱정을 시킨다. 답장을 치지 않았다.
이번 달 정산. 매출 1,500만 원. 기름값 620만 원. 할부금 180만 원. 보험, 정비, 통행료. 남는 건 300만 원이 안 된다. 작년엔 500이었다. 아이 학원을 하나 끊었다. 아내가 다시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창호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아내도 꺼내지 않았다.
휴게소에 들어가지 않았다. 커피 한 잔이 아까운 게 아니다. 멈추면 다시 출발하기가 어렵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계기판의 연료 게이지가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부산까지는 간다.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더 넣어야 한다. 또 62만 원.
바퀴가 굴러갈 때마다 돈이 새고 있었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멈추면 0이니까.
앞에도 뒤에도 화물차가 달렸다. 불이 켜진 운전석마다 한 사람씩 앉아 있었다. 아무도 서로를 보지 않았다. 같은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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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기름값 급등’ 화물차 기사들의 한숨 “이달 120만원 더 들판” — 헤럴드경제, 2026년 4월
한 줄 요약: 경유 가격이 리터당 1,940원을 넘기면서 화물기사들의 월 수입이 200만 원 가까이 줄었다.
작가의 말
58세 트레일러 기사의 인터뷰 한 줄이 걸렸다. “화주사는 기름값이 올랐으니 운임을 올려주겠다는 곳이 없다.” 기름값은 하루 만에 바뀌는데, 운임은 일 년째 같다. 그 사이에 사람이 있다. 새벽에 주유기 앞에 서는 사람. 숫자를 읽고, 고개를 돌리고, 다시 달리는 사람.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