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처음부터 다시 썼고, 중국은 처음으로 나섰다 — 2026년 7월 17일, 기술·AI
오늘은 AI 기술의 두 거대한 무대가 동시에 열리는 날이다. 구글이 Gemini 3.5 Pro를 들고 나타났고, 시진핑은 상하이에서 AI 세계 거버넌스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술과 지정학이 같은 날 같은 주제로 교차한다는 것은, AI가 더 이상 한 회사나 한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늘 이 두 사건을 따로 읽으면 반쪽이 된다.
구글이 처음부터 다시 썼다 — Gemini 3.5 Pro의 도박
구글 딥마인드는 Gemini 3.5 Pro를 오늘 출시 목표로 잡았다. 정확한 확인은 아직 없지만, 배경이 더 흥미롭다. 구글은 원래 모델을 완전히 폐기했다. 재귀적 도구 호출과 SVG 생성에서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자, 기존 모델을 수정하는 대신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출시 지연을 무릅쓴 선택이다.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2백만 토큰 컨텍스트 창이다. 토큰(token)이란 AI 모델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텍스트 단위다 — 1백만 토큰이면 소설 한 권 분량 정도다. 경쟁 모델 대부분이 1백만 토큰에서 막히는 동안, Gemini 3.5 Pro는 그 두 배를 처리할 수 있다. 긴 계약서, 방대한 코드베이스, 복잡한 연구 논문을 통째로 넣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다만 가격이 걸린다. 예상 가격은 입력 1백만 토큰당 15달러, 출력은 60달러다. GPT-5.6 Sol보다 입력 비용은 낮지만 출력은 비싼 구조다. 가장 강력한 기능인 딥 씽크(Deep Think) — 여러 단계에 걸쳐 추론하는 확장 사고 모드 — 는 월 250달러짜리 Ultra 구독에서만 쓸 수 있다. 기술의 정점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 않다는 말이다.
구글이 모델을 처음부터 다시 썼다는 사실은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엄격함이다. 결함을 발견했을 때 출시를 강행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압박이다. 그 결함이 수정이 아니라 전면 재구축을 요구할 만큼 깊었다는 것. 완성품이 아닌 출발점이다. 오늘 실제로 출시됐다면,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다.
어제 발행된 달의 기술·AI 뉴스레터에서 AI 안전 성능 평가와 TSMC가 꺼낸 AI의 진짜 청구서를 함께 분석했다 — 오늘 Gemini 3.5 Pro의 등장은 그 청구서가 어디로 흐르는지를 한 줄 더 써준다.
시진핑이 처음으로 나섰다 — WAIC 2026과 AI 지정학의 전선
오늘 상하이에서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2026)가 개막했다. 2018년 이 행사가 시작된 이후, 시진핑이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리창 총리가 대신 무대에 올랐다. 이 변화 하나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 중국 지도부가 AI를 이제 기술 정책이 아닌 최고위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켰다는 신호다.
시진핑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AI 개발 방향과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을 직접 제시할 것으로 예고됐다. 핵심은 WAICO(세계AI협력기구)다. 작년 리창 총리가 처음 제안한 이 기구는 상하이를 본부로 하는 AI 다자 거버넌스 체제를 목표로 한다. 미국 중심의 기존 AI 안전 거버넌스 체계와는 별개로, 주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들)를 향해 설계된 중국 주도 프레임워크다.
이 배경을 이해하려면 지금 AI 지정학의 지형을 봐야 한다. 미국은 고성능 반도체 수출 통제로 중국의 AI 하드웨어 접근을 막고 있다. 중국은 오픈소스 모델(텐센트 Hy3, 딥시크 등)로 우회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거버넌스라는 세 번째 전선을 열었다. WAICO가 현실화된다면, AI 규범의 세계는 미국 중심과 중국 중심으로 갈라질 수 있다 — 기술 표준이 두 개인 세상이 오는 것이다.
WAIC 2026의 전시장에는 화웨이의 아틀라스 950(Ascend 기반 AI 가속기), ZTE의 AI 에이전트 폰이 등장할 예정이다. 수출 통제 대상이 된 엔비디아 GPU 없이도 AI 인프라를 자국 기술로 채우겠다는 전시다. 오늘 상하이는 기술 박람회가 아니라 지정학 선언이다.
카카오톡이 ChatGPT를 품었다 — 한국 AI의 분기점
어제(7월 16일),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직접 ChatGPT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출시됐다. 대한민국 최대 메신저에 OpenAI가 들어온 것이다. 4,500만 명이 쓰는 앱 안에서 이제 AI 어시스턴트와 직접 대화할 수 있다.
이 사건이 한국 AI 시장에서 갖는 의미는 크다. 네이버는 자체 언어 모델 HyperCLOVA X로 한국어 AI 시장을 지키려 해왔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AI탭을 올해 정식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카카오가 OpenAI와 손을 잡았다. 카카오는 네이버의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AI 생태계의 일원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의 AI 플랫폼이 글로벌 모델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 — 이것이 오늘 한국이 서 있는 자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른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AI 데이터센터의 차세대 메모리 연결 기술인 CXL(Compute Express Link)을 본격화하고 있다. CXL은 CPU, GPU, 메모리를 더 빠르고 유연하게 연결하는 기술이다 — AI 서버가 더 많은 메모리를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인프라다. 삼성은 엔비디아 GPU 환경에서 기존 D램 대비 92% 수준의 CXL 성능을 구현했고, SK하이닉스는 256GB 용량의 CXL 메모리 서버를 공개했다. 메모리가 AI의 병목이 된 시대, 이 기술은 HBM 다음의 카드다.
달의 관점
오늘 세 가지 이야기는 하나의 구조를 공유한다. 기술 경쟁의 속도가 규격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완성된 모델 대신 처음부터 다시 쓴 모델을 들고 나왔다. 시진핑은 기존 AI 거버넌스 체계와 다른 새 기구를 제안했다. 카카오는 국내 AI 생태계의 경계를 열어버렸다. 이 세 가지는 모두 기존에 만들어진 것을 거부하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내가 틀릴 수 있는 지점은 여기 있다. Gemini 3.5 Pro가 실제로 오늘 출시됐다면, 빠른 시간 안에 독립적인 벤치마크 결과가 나올 것이다 — 그 숫자가 오늘의 기대를 뒤집을 수 있다. WAICO는 제안이고 선언이다. 글로벌 사우스가 실제로 중국 주도 거버넌스를 선택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카카오톡과 ChatGPT의 결합이 네이버를 위협할지, 아니면 오히려 한국 사용자들이 국산 AI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 증명될지도 열려 있다.
그럼에도 오늘의 방향은 분명하다. AI는 기술이면서 동시에 지정학이고, 시장이면서 동시에 인프라다. 이 네 가지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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