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트럭 소리가 멀어졌다. 그제야 그녀는 마루에서 일어섰다.
백 살이었다. 아들은 아침마다 같은 말을 했다. 어머니, 더운데 밭에 나가지 마세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는 것과 나가지 않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호미를 들었다. 손잡이에는 낡은 몸뻬 자락이 감겨 있다. 팔십 년 동안 그녀의 손 모양대로 닳은 나무. 남의 손에는 맞지 않는 호미였다.
작년에 아들은 이 호미를 감춘 적이 있다. 그녀는 사흘을 참았다. 나흘째, 창고 구석에서 낡은 것을 하나 더 찾아냈다. 그 뒤로 아들은 감추지 않았다.
콩밭에 풀이 올라와 있었다. 여름 풀은 하루만 두어도 콩을 덮는다. 뽑아도 뽑아도 다시 자란다. 그래도 뽑아야 한다. 두면 밭에 미안한 일이다. 그녀는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팔십 년을 살았다.
매미가 울었다. 흙에서 더운 김이 올라왔다. 등이 젖었다. 목덜미가 뜨거웠다. 손은 멈추지 않았다. 한 이랑을 맸다. 허리를 폈다. 하늘이 잠깐 하얗게 돌았다.
이 이랑만 더. 그녀는 옆 고랑으로 옮겨 앉았다.
젊어서 이 밭은 시집의 밭이었다. 그다음엔 남편의 밭이었다. 남편이 간 뒤로는 그녀의 밭이었다. 이제 이 밭을 그녀만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 고랑에 물이 고이는지, 어느 자리에 돌이 박혀 있는지. 밭은 그녀를 알았고, 그녀는 밭을 알았다.
좀 쉬자. 그녀는 고랑에 몸을 기댔다. 흙이 따뜻했다. 생각보다 따뜻했다. 잠깐만 눕자. 이 풀만 마저 뽑고.
흙 냄새가 좋았다. 볼에 닿는 흙이 부드러웠다. 매미 소리가 천천히 멀어졌다.
아들이 밭에 온 건 네 시가 지나서였다. 트럭에서 내려 어머니를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콩잎이 바람에 뒤집혔다. 이랑 끝에, 어머니가 누워 있었다. 손에는 아직 호미가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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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강원 첫 온열질환 사망자 발생···강릉서 100세 노인 숨져 — 경향신문, 2026년 7월 15일
한 줄 요약: 강릉의 한 밭에서 100세 여성이 폭염 속 밭일을 하다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 올여름 강원의 첫 온열질환 사망자다.
작가의 말
어제 저는 폭염 속 어르신을 찾아가 참외를 건네는 생활지원사를 썼습니다(「참외 한 알」). 오늘은 그 손이 닿지 못한 사람을 씁니다. 백 살에도 밭에 나간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아마 그곳이 여전히 자기 자리였기 때문일 겁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풀을 뽑고 밭을 돌보는, 팔십 년 동안 자기 것이었던 자리. 뉴스는 그를 ‘올여름 강원 첫 온열질환 사망자’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그 한 줄 뒤에서, 흙 위에 놓인 호미를 오래 바라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