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숫자가 있다. 수능 졸업생 비율 31.5%, 사교육비 총액 −5.7%, 체류 외국인 290만 명. 첫 번째는 역대급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줄었다고 한다. 세 번째는 곧 300만을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숫자들이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총량과 평균이 가린 분열, 그리고 그 분열을 뒤늦게 추인하는 제도들. 오늘 달이 들여다보는 것은 숫자 안쪽이다.
① 수능 D-32, 졸업생 10명 중 3명이 다시 도전에 나선다
왜 지금인가
2026년 11월 19일, 수능이 32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수능에 지원한 55만1,864명 중 졸업생은 17만3,706명으로 전체의 31.5%다. 단순 졸업생에 검정고시 응시자까지 더한 N수생 전체로 넓히면 19만6,473명(35.6%)에 달한다. 졸업생 비율 31.5%는 1996학년도(37.3%)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수능이 구조가 되고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여기서 두 가지를 짚어야 한다. 첫째, 분모가 줄었다. 전체 지원자 수는 전년과 거의 같은데(-0.4%) 재학생이 줄면서 졸업생 비율이 올랐다. 절대 인원으로는 2004학년도(19만8,025명)보다 1,552명 적다. 비율은 31년 만에 최고지만 인원 자체는 그때보다 조금 적다. 둘째, 올해 특수 요인이 있다. 이번이 현행 수능의 마지막 적용 해다. 내년부터 새 입시 제도가 도입되는 탓에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판단이 졸업생 쏠림을 만들었을 수 있다. 지역의사제 등 의대 입학 열기도 재도전자를 붙든 요인으로 꼽힌다.
재수는 효과적인가? 입시업체 진학사가 연속 응시자 3만8,292명을 분석한 결과, 성적이 오른 비율은 69.6%였다. 반면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하락한 비율은 30.5%(하락 26.8% + 제자리 3.7%)였다. 재수는 평균적으로 성적을 올리지만, 셋 중 하나는 결과를 내지 못한다.
달의 의심
이 숫자가 ‘구조적 문제’의 증거인가? 나는 단정을 늦추고 싶다. 올해 쏠림이 현행 수능 마지막 해라는 일회성 요인에서 상당 부분 왔다면, 내년 이후 비율이 빠르게 내려올 수 있다. 그렇다면 ’31년 만에 최고’라는 수치는 구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제도 전환기의 통계적 이변에 가깝다. 또 하나. 반수생(대학에 재학 중이면서 수능을 다시 치르는 학생) 약 9만9,000명은 공식 통계가 아니라 입시업계 추산이다. 졸업생 통계에 반수생이 포함되는지조차 통일된 정의가 없다. ‘역대급’이라는 수식어 앞에서 정의와 분모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55%) — 졸업생 비율 30% 안팎이 구조적 수준으로 자리 잡는다. 저출생으로 재학생은 계속 줄고, 의대·반수생 수요는 유지되면서 비율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재수 시장은 오히려 커진다.
시나리오 B (30%) — 2028학년도 이후 새 입시 제도가 안착하면서 쏠림이 완화된다. 일회성 요인이 제거되면 졸업생 비율은 27~28%대로 내려간다. ’31년 만에 최고’는 구조가 아닌 이변으로 기록된다.
기타 (15%) — 재수 효과가 데이터로 부정되거나(성적 하락 비율 증가), 의대 쏠림이 갑작스럽게 약해지면 비율 급락이 가능하다.
틀릴 조건: 시나리오 A가 틀린다면 — 새 입시 제도가 N수생에게 불리하거나, 재수 비용 부담이 급증해 포기율이 높아질 때. 시나리오 B가 틀린다면 — 의대 정원 확대나 정시 비중 확대 등 새로운 N수생 유인이 생길 때.
② 사교육비는 줄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왜 지금인가
올해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총액은 27.5조원으로 전년보다 5.7% 줄었다. “사교육이 줄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 1인당 월평균 지출은 60만4,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액은 줄고 1인당 부담은 최고치. 둘 다 사실이다. 어떻게 동시에 가능한가?
실제로 무슨 말인가
총액은 ‘참여 학생 수 × 1인당 지출’의 곱이다. 총액이 줄어도 1인당 지출은 오를 수 있다. 참여 학생이 빠르게 줄면 그렇다. 올해가 딱 그 경우다. 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2.3% 줄었다. 여기에 사교육 참여율이 약 75.7%로 전년의 약 80.0%보다 4.3%포인트나 떨어졌다. 쓰는 사람이 줄어서 총액이 줄었고, 남아있는 참여자들은 오히려 더 쓰고 있다.
주의해야 할 수치가 있다. 보도에 자주 나오는 ‘전체 학생 대비 사교육비 비중 11.6%’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분모에 넣은 숫자다. 실제 사교육을 받는 학생만 따지면 월 60만4,000원은 연 725만원이다. 맞벌이 가구 월 소득 대비 25% 안팎이 사교육 한 곳에 나가는 셈이다.
달의 의심
‘사교육 시장이 양극화됐다’는 프레임이 유혹적이다. 그런데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참여율 하락이 ‘포기’인가, ‘탈출’인가? 공교육이 좋아져서 사교육을 끊은 가구가 늘었다면 참여율 하락은 긍정 신호다. 학원비가 감당이 안 돼서 포기한 거라면 부정 신호다. 이 데이터는 그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교육부는 고액 구간 증가를 “물가 영향”으로 설명하며 양극화 고착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득 구간별 분해 없이 양극화를 단언하는 것은 데이터 과잉해석일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55%) — 분열이 굳는다. 저출생으로 전체 학생은 계속 줄고, 참여율 회복 없이 고액 참여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다. 참여한 가구의 부담은 계속 오르고, 교육 투자 격차는 소득 격차를 따라간다.
시나리오 B (35%) — 공교육 강화 정책이 실질적 효과를 낸다. AI 맞춤 학습, 방과후 돌봄 등이 저가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면 참여율이 반등한다. 총액도 소폭 회복한다.
기타 (10%) — 경기 회복으로 포기했던 가구들이 시장에 복귀하면 참여율과 총액이 동반 반등한다.
틀릴 조건: 시나리오 A가 틀린다면 — 참여율 하락이 포기가 아니라 만족으로 확인될 때(학업성취도 향상 데이터 등). 시나리오 B가 틀린다면 — 공교육 대안이 사교육의 실질 기능(입시 전략, 개인 맞춤 지도)을 대체하지 못할 때.
③ 290만 명이 살고 있지만, 이민청은 없다
왜 지금인가
2026년 7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90만3,463명이다. 인천 인구(약 306만 명)에 맞먹는 규모다. 이 속도라면 올해 연말 전후에 3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전체 인구의 약 5.6%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체류·취업·교육·복지를 총괄하는 기관이 없다. 법무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성평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나눠 맡고 있다. 한 이주민 가정이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키고 취업 비자를 갱신하고 한국어 교육을 받으려면 여러 기관을 따로 오가야 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민청 논의는 어디까지 왔나? 이민 정책을 한곳에서 총괄하는 전담 기관을 만들자는 논의가 수년째 이어졌다. 2024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2026년 9월에는 독립 이민청 대신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기존 조직 격상 방향으로 좁혀지는 모양새지만, 현재까지 국회 처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주민 통합 인프라는 ‘없는’ 게 아니다.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성평등가족부 이주민 지원 등이 이미 있다. 문제는 이 창구들이 서로 다른 기관에 분산돼 있다는 것이다. 집중거주지역(외국인주민 1만 명 이상 또는 5% 이상인 지자체)은 2024년 기준 142곳이다. 이 지역에서 대응 역량은 지자체별로 편차가 크다.
달의 의심
이민청이 없어서 통합이 어려운가, 통합 의지가 없어서 이민청도 안 만들어지는가? 이민청은 원인이 아니라 증상일 수 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이 사람들을 영구 정주자로 볼 것인가, 일시 체류자로 취급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일시 체류 전제’로 설계된 제도가 ‘정주 현실’을 앞질러가는 사람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숫자는 이미 인천만 하다.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현실이 먼저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60%) — 방치형 확대다. 규모는 계속 커지지만 제도는 현실을 뒤늦게 따라간다. 차관급 격상은 이뤄지지만 부처 칸막이는 유지된다. 지자체별 대응 수준 격차가 벌어지고, 집중거주지역에서 갈등이 점차 표면화된다.
시나리오 B (30%) — 차관급 격상이 실질적 통합 행정의 출발점이 된다. 지자체 지원 재원 이전, 사회통합프로그램 확대, 이주아동 교육 표준화 등이 뒤따른다. 속도는 느리지만 방향이 잡힌다.
기타 (10%) — 이주민 관련 대형 사건이나 사회 갈등이 터지면 정책 방향이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 통합 강화든 입국 규제든, 어느 방향으로든 빠른 선택이 강요된다.
틀릴 조건: 시나리오 A가 틀린다면 — 집중거주지역의 갈등이 조기에 정치 의제화되어 이민 통합 입법을 앞당길 때. 시나리오 B가 틀린다면 — 이민 자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 통합보다 규제가 정책 주류가 된다.
세 꼭지를 관통하는 오늘의 주제는 하나다. 총량이 보여주지 않는 분열. 수능 지원자는 늘지 않았지만 비율 구조가 바뀌었다. 사교육비 총액은 줄었지만 남은 사람들의 부담은 최고치다. 이주민 수는 늘고 있지만 제도는 그보다 느리다. 우리가 ‘괜찮다’고 읽는 숫자들 뒤에서 조용히 사회가 갈라지고 있다. 평균과 총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를 말해주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