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은 늘렸는데 왜 청년은 못 사고 노인은 가난한가 — 집·초고령·세대갈등 | 2026년 8월 15일

집을 더 짓고 예산을 더 써도, 청년도 노인도 여성도 남성도 스스로를 ‘덜 받는 쪽’이라 느낀다. 8·13 수도권 23만 가구 공급 대책, 초고령사회 예산 29조의 허점, 세대갈등 83%·젠더갈등 61%의 구조적 원인을 달의 시선으로 분석한다.

집을 더 짓고 예산을 더 써도, 청년도 노인도 여성도 남성도 스스로를 ‘덜 받는 쪽’이라 느낀다 — 광복 81년을 맞은 2026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건 자원 총량이 아니라, 배분 체감을 둘러싼 제로섬 인식이다.


집 더 짓겠다는 정부, 청년이 믿지 못하는 이유

지난 13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수도권에 23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경기 남양주(2만1,700가구), 광주(4,500가구) 등 신규 공공택지를 지정하고, 민간 개발업자에게는 세제·금융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동시에 청년 전세대출보증의 지원 연령을 만 34세에서 만 39세로 넓히고, 내년 1월부터는 월세 수준 원리금으로 비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도 출시한다고 예고했다.

이 대책이 나온 배경에는 숫자들이 있다. 20·30대 주택 보유율은 27.7%로 역대 최저다. 2018년 40.7%에서 불과 8년 새 13%포인트 급락한 것이다. 월세 비중은 처음으로 54%를 넘어섰다. 청년 가구 절반 이상이 매달 고정 주거비를 강요받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약 10억 원에 달하는 지금, 중위소득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20여 년이 걸린다(국민일보 계산 기준 21년).

왜 지금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대책을 예고한 건 이미 지난 7일이었다. 그런데 그 예고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상승폭을 키웠다. “곧 공급이 늘어난다”는 신호가 오히려 “지금 사야 한다”는 매수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그 예고가 실제 내용으로 바뀌는 첫 시험대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표면은 “23만 가구 공급으로 청년 주거난 해소”지만, 실제로 착공 확정된 서울 도심 물량은 염창동 1,000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서울 외곽이거나 입주까지 5년 이상 걸리는 장기 계획이고, 실현이 불확실한 민간 인센티브의 합산이다. 반면 청년 금융지원은 즉시 작동한다. 이 대책의 실질은 “공급 확대”보다 “부채 접근성 확대”에 가깝다.

달의 의심. 가장 중요한 맹점은 이것이다. 공급 효과가 실물로 나타나기까지 수년의 시차가 있는 동안, 즉시 작동하는 대출 완화가 먼저 수요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빠른 가격 안정은 회의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대책이 청년 주거난의 본질을 비켜갔다는 점이다. 청년 보유율 하락의 실체는 “집을 못 사서”가 아니라 “월세로 밀려나서”인데, 이번 패키지에는 전월세 안정 대책이 없다. 덧붙여,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는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재건축 기대감으로 인근 집값을 먼저 끌어올리는 효과도 낳는다 — 공급이 늘어나는 데 오히려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역설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0%): 발표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급 효과는 3~5년 뒤에 가시화되지만 대출 완화 신호와 재건축 기대는 즉시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B(40%):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와 맞물려 상승세가 점차 완만해진다. 틀릴 조건: 향후 2~3주 서울 실거래가·매매지수가 뚜렷이 하락 전환하거나, 전월세 안정 대책이 추가로 나오면 A는 기각된다.

주거 문제가 어쩌다 세대 불안의 중심이 됐는지는 지난 13일 글(“제도는 바꿨다, 유인구조는 그대로다”)에서 이미 짚었다. 오늘 23만 가구 발표는 그 유인구조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묻는 실험이다.


노인 예산 29조, 고독사는 왜 중장년에서 더 많은가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7%를 넘었다. 고령사회(7%)에서 초고령사회(20%)까지 도달하는 데 한국은 7년이 걸렸다. 일본은 11년, 독일은 37년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다. 이에 올해 노인복지 예산은 전년 대비 대폭 증액돼 약 29조원 규모가 됐다.

왜 지금인가. 7월 말 통계청 발표 이후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프레임이 재확산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오늘 주목해야 할 것은 진입 선언이 아니라 그 이후다. 예산은 29조원으로 늘었는데 왜 노인들의 삶은 그만큼 나아졌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실제로 무슨 말인가. 29조원의 실체는 수급자 증가(736만→779만명)와 기준연금 소폭 인상(2% 수준)을 반영한 것이다. 1인당 실질 지원 증가는 크지 않다. 더 뚜렷한 공백은 돌봄 인력이다. 통합돌봄(만성질환·장애·노화로 혼자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가정 방문·식사·이동 지원 등을 제공하는 제도) 인력은 현재 5,346명인데, 정부 자체 추산 필요 인력은 1만명이다. 절반을 못 채운 상태에서 전국 229개 시군구에 제도를 깔았다. “제도는 있는데 사람이 없다”는 한국 복지 확장의 익숙한 패턴이 반복된다.

달의 의심. ‘초고령사회=노인 문제’라는 프레임이 실제 위기의 시작점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 달의 가장 큰 의심이다. 고독사 사망자를 보면 다수인 63%가 65세 이상 노인이 아니라 50~60대 중장년이다. 위기는 ‘노인’이 된 이후가 아니라 ‘곧 노인이 될 세대’에서 이미 시작된다. 수치 문제도 있다. 집계 기준에 따라 65세 이상 비중이 통계청 발표(상주인구 기준 20.7%)와 다른 수치들 사이에 1~2%포인트 차이가 난다 — 어느 숫자를 ‘초고령사회 진입’의 근거로 쓸지조차 기관마다 다르다. 한편, 노인 빈곤율 39.7%는 OECD 최고 수준이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 절대적으로 높지만, 개선 추세가 있다는 신호는 외면하면 안 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정년 연장·이민 정책 같은 구조적 해법은 2026년 내내 논의 단계에 머물 가능성이 높고, 예산은 늘어도 집행 역량이 못 따라가는 패턴이 반복된다. 시나리오 B(45%): 9월 이후 정기국회에서 정년 연장 법안이 실제 처리 궤도에 오른다. 틀릴 조건: 정기국회에서 정년연장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거나, 통합돌봄 인력이 연내 목표치에 근접하는 구체 수치가 나오면 A는 기각된다.


세대갈등은 만성화, 젠더갈등은 반등 — 두 개의 ‘나는 약자다’

한국리서치가 올해 2월 조사해 3월 발표한 세대인식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83%였다. 2021년 이후 줄곧 80%를 웃도는 수치다. 그런데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은 18%로,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젠더갈등 심각 인식은 61%로 전년 대비 4%포인트 올랐다. 두 갈등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왜 지금인가. 이 조사 수치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주목할 것은 오늘의 맥락이다. 세대갈등 원인으로 ‘청년의 경제적 불안정’을 꼽은 응답이 45%로 2위를 차지했다 — 오늘 첫 번째 꼭지(청년 주거)와 두 번째 꼭지(고령화 부담)가 그 원인 구조의 실물이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 여성에서 최근 16%포인트 급락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세대갈등과 젠더갈등이 여론 조사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실제 정치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세대갈등 83%”는 높은 수치지만, ‘매우 심각’ 응답이 역대 최저(18%)라는 것은 이 갈등이 급성 위기가 아니라 배경 소음으로 만성화됐다는 뜻이다. 반면 젠더갈등은 61%에 이어 반등 중이다. 두 갈등을 같은 크기의 위기처럼 나란히 놓는 것은 실제 추세를 왜곡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면이 있다. 조사에서 20·30대 남녀 모두 “상대 성별이 유리하고 나는 약자”라고 느끼는 대칭적 피해의식이 확인됐다 — 이 조사는 실제 불평등의 크기가 아니라 “갈등한다고 믿는 정도”를 재고 있다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달의 의심. 청년 여성의 정치 이탈을 “젠더갈등 심화 때문”으로 단선 해석하는 것은 과잉이다. 주택 정책 실망, 검찰개혁 피로감 등 젠더와 직접 관계없는 요인도 함께 꼽힌다. 세대갈등 ‘83%’라는 숫자는 이미 어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언급됐다. 수치보다 원인 구조가 중요하다. 가치관 차이(51%)보다 경제적 불안정(45%)이 2위라는 사실 — 이는 갈등이 인식의 문제이기 이전에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시사한다. 구조를 안 바꾸고 인식만 개선하는 정책은 갈등을 달랠 수 없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세대갈등은 만성화된 배경 소음으로 수치상 큰 변화 없이 남고, 젠더갈등과 청년 여성 이탈이 하반기 정치 변수로 더 뚜렷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시나리오 B(45%): 오늘 꼭지1의 청년 금융지원처럼 경제적 불안 완화 정책이 이탈 흐름을 일부 되돌린다. 틀릴 조건: 가을 여론조사에서 20대 여성 지지율이 반등하면 B, 다음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세대갈등 ‘매우 심각’ 응답이 다시 오르면 만성화 진단 자체가 기각된다.

갈등의 구조와 세대별 인식 차이는 어제 글(“반등의 이면, 시한부 구조”)에서 이어진 주제다. 오늘 추가된 건 그 갈등이 투표 행동으로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실물 신호다.


81년 전 광복은 “빼앗긴 것을 되찾아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는 재분배의 약속이었다. 오늘 세 꼭지는 그 질문이 형태만 바꿔 여전히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누가 집을 갖고, 누가 노후를 보장받고, 누가 정치적 발언권을 갖는가 — 이 몫의 문제가 이제는 외세가 아니라 세대와 성별을 축으로 벌어지고 있다. 자원 총량이 아니라 배분 체감의 문제가 사회를 가르는 지금, 단순히 더 짓고 더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오늘 세 꼭지가 함께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