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뉴스레터] 사회·문화 — 세금이 막을수록 집값은 올랐고, 빚은 2000조를 향했다 (2026-05-29)

양도세 중과 종료 후 서울 집값은 오히려 상승했고, 가계빚은 2000조 코앞까지 불어났다. 그 사이 여성의 임금은 12년째 OECD 최하위다.

사회·문화 — 2026년 5월 29일

달의 뉴스레터


세금이 막을수록 집값은 올랐고, 빚이 쌓일수록 소비심리는 살아났다. 그리고 그 사이, 여성은 여전히 71원을 받고 있었다.


세금 폭탄 후 집값이 올랐다 — 양도세 중과 종료의 역설

2026년 5월 9일, 4년간 유지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됐다. 조정대상지역의 집을 파는 2주택자에게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자에게는 30%포인트가 추가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최고 82.5%의 세율이 적용된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를 예로 들면, 양도차익 40억 원을 올린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31억 4,000만 원에 달한다.

그런데 그 직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한국부동산원이 5월 25일 기준으로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서울 매매가격은 0.25% 상승했다. 2025년 2월 첫째 주 상승 전환 이후 68주 연속이다. 더 충격적인 건 방향이다. 중과 종료 직후인 5월 셋째 주(18일 기준)에 상승폭은 0.31%로 오히려 커졌다. 강남구는 12주 만에 상승 전환했고, 성북구는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왜 지금인가. 정부는 유예 종료로 매물이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은 5월 8일 기준 6만9,175건으로, 한 달 전(7만7,010건)보다 10.2%나 줄었다. 다주택자들이 팔지 않고 버티는 ‘매물 잠김’이 현실화했다. 세금이 너무 커서 팔 수도, 증여 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게 됐다. 가격은 공급이 줄면 오르는 단순한 법칙을 따랐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정부의 논리는 “세금이 무거우면 팔 것이다”였다. 시장의 논리는 “세금이 무거우면 안 판다”다. 두 논리 중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이미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강북·외곽 지역에서 상승폭이 더 컸다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구로구(-17.7%), 강북구(-16.0%), 성북구(-15.8%) 등에서 매물 감소율이 가장 가팔랐고, 가격은 그에 비례해 뛰었다.

달의 의심. 이 상승이 지속될 수 있을까. 5월 넷째 주(25일 기준) 상승률은 0.25%로 전주 대비 0.06%포인트 낮아졌다. 4주 만에 처음 상승폭이 줄었다. 호가가 많이 오르자 관망하는 수요자가 생겼다는 신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경로와 맞물려 있다 — 만약 인상 사이클로 전환되면 ‘매물 잠김’보다 ‘거래 실종’이 먼저 올 수 있다. 오늘 발행된 달의 뉴스레터 경제·금융 섹션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취임 첫 무대와 금리 방향을 함께 확인해 보길 권한다.

어디로 가는가. 지금 시장은 세금 정책과 공급 물량의 이중 함정에 빠져 있다. 세금을 올려도 집값이 오르는 구조는, 결국 주거가 ‘자산’으로 굳어진 사회에서 불가피한 귀결이다. 단기 세제 조정으로는 구조적 불균형을 풀 수 없다는 것을 이번이 또 한 번 증명했다. 다음 변수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세제 개편 논의와 2분기 입주 물량이다.

출처: 뉴스핌 —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더 커져 | 2026-05-21
출처: 정책브리핑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 2026-05-09
출처: 파이낸셜뉴스 — 서울 집값 67주째 올라 | 2026-05-25 (배경 보도)


가계빚 2,000조 코앞 — ‘영끌’과 ‘빚투’가 그린 사회의 자화상

한국은행이 5월 19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 잠정치는 1,993조 1,000억 원이다. 역대 최대치다. 2,000조 원까지 단 7조 원이 남았다. 5~6월 추세가 이어지면 이 분기 안에 사상 첫 2,000조 원 돌파가 현실화한다.

숫자가 크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조가 더 문제다. 은행권 가계대출(1,009조 6,000억 원)은 전 분기보다 2,000억 원 줄었다. 정부 규제가 작동한 결과다. 그런데 비은행권(상호금융·저축은행·신협 등)은 같은 기간 8조 2,000억 원 늘어 325조 원에 달했다. 증권사 신용공여는 7조 3,000억 원 급증했다 — 역대 세 번째 증가 폭이다. 은행 문이 좁아지자, 사람들은 더 비싸고 위험한 문으로 향했다.

왜 지금인가.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5월 106.1로 반등했다. 전월(99.2)보다 6.9포인트 오른 수치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증시 활황이 배경이다. 사람들의 심리는 낙관적으로 돌아섰는데, 그 낙관이 부동산 ‘영끌’과 주식 ‘빚투’로 연결되고 있다. 레버리지 수요가 커지는 정확한 시점에 5월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됐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표면에서 보이는 건 경기 낙관론이다. 그 아래를 보면, 규제를 피해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가계 대출 구조가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이 지연될수록 선제적 차입 수요가 늘어난다”고 경고했다. 빚이 늘어도 금리가 낮으면 감내가 가능하다 — 하지만 금리가 올라가는 순간, 고금리·고위험 2금융권 대출이 먼저 무너진다.

달의 의심.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89.4%(BIS 기준, 2025년 9월)는 조사 대상 44개국 중 6번째다. “명목 GDP 성장률이 부채 증가율보다 높으면 비율이 낮아진다”는 한국은행의 설명은 맞다. 하지만 이는 분모(GDP)가 계속 커져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성장이 둔화하는 순간 이 논리는 무너진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는 구간에 있다.

어디로 가는가. 2,000조 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 이정표가 아니다. 이 사회가 얼마나 미래를 당겨써왔는지를 보여주는 누적 청구서다. 영끌과 빚투가 동시에 폭증하는 사회는, 결국 안전망 없이 레버리지로 자산을 쌓는 구조다. 금리가 올라가는 순간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건 2금융권 대출자들, 즉 은행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이다.

출처: 디지털타임스 — 가계빚 2000조 시대 초읽기 | 2026-05-20
출처: 이투데이 — 1분기 가계빚 1993조 역대급 | 2026-05-19
출처: YTN — 가계 빚 2000조 육박 앵커리포트 | 2026-05-20


12년 연속 꼴찌 — 한국 여성이 받는 71원의 의미

올해 3월,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29개 OECD 국가 중 28위를 기록했다. 12년 연속이다. 같은 달 PwC가 발표한 ‘여성 고용환경 지수’에서는 33개국 중 32위다. 성별 임금 격차는 29% — 남성이 100원을 받을 때 여성은 71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OECD 평균(12%)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 숫자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왜 오늘 꺼내는가.

왜 지금인가. 5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26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에서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한 것이 있다 — 부동산, 인프라, 데이터센터. 그런데 이 투자 시장에서 여성 의사결정권자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한국 100대 기업 전체 임원의 여성 비율은 6%다. 투자가 집중되는 시장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6%라는 뜻이다. 위 두 꼭지에서 다룬 ‘집값 상승’과 ‘빚투 광풍’은 결국 누군가의 결정이 만들어낸 시장이다. 그 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자리는 어디인가.

실제로 무슨 말인가. 임금격차가 29%라는 것은, 같은 연차와 역할이라도 여성이 평생 구조적으로 덜 받는다는 의미다. 여기서 경력단절이 발생한다. 재취업하면 낮은 직급, 낮은 임금으로 돌아온다. 이 악순환이 여성 관리직(16.3%)과 기업 이사 비율(17.2%)을 낮게 유지시킨다. 아이슬란드(82.7), 룩셈부르크(82.5)가 상위권인 이유는 하나다 — 탄탄한 보육 인프라와 유급 육아휴직 제도. 한국도 정책을 늘리고 있지만, 12년 동안 지수는 바뀌지 않았다.

달의 의심. ‘여성 고용환경 지수’나 ‘유리천장 지수’가 발표되는 3월이면 보도가 쏟아진다. 그리고 금방 잊힌다. 구조를 바꾸는 것은 지수 발표가 아니라 제도 설계다. 육아휴직 사용률, 보육 공백, 고용 연속성 보장 —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면 지수는 13년 차에도 꼴찌일 것이다. PwC 리더십이 “구조적 혁신이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 말이 12년째 반복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어디로 가는가. 한국 여성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숫자는 늘었지만, 일자리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PwC 보고서는 “물가 상승이 더 많은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밀어냈지만, 괜찮은 일자리 창출이 따라가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71원을 받으면서도 노동시장에 남아있는 것이, 한국 여성이 지금 택한 선택이자 강요받은 현실이다.

출처: 삼일PwC — 한국 여성 고용환경 OECD 최하위 | 2026-03-06
출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 성별 임금격차 OECD 최하위 | 2026-03-06
출처: 더나은미래 — 유리천장 지수 데이터 분석 | 2026-03-06 (배경 보도)


달의 결론

오늘 세 이야기를 나란히 놓으면 이런 그림이 된다.

집값은 세금을 이겼고(첫 번째 꼭지), 빚은 규제를 이겼고(두 번째 꼭지), 임금 구조는 12년의 정책을 이겼다(세 번째 꼭지). 세 이야기의 공통점은 하나다 — 제도는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양도세 중과는 매물을 늘리려 했지만 오히려 잠갔다. 은행 규제는 가계부채를 줄이려 했지만 2금융권으로 이동시켰다. 성별 임금격차 개선 정책은 12년 동안 지수를 바꾸지 못했다.

이것이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닌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제도의 틈새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는 세금이 비싸면 팔지 않는다 — 합리적이다. 은행에서 거절당하면 2금융권으로 간다 — 합리적이다. 경력이 단절되면 재취업 임금이 낮다 — 불합리하지만 현실이다. 제도는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서 개인에게 합리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내가 틀린다면: 6월 이후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급격히 꺾이며, 서울 집값이 조정 국면에 접어드는 시나리오다. 그 경우 세 번째 꼭지(임금격차)는 독립된 구조 문제로 남지만, 첫 번째·두 번째의 ‘역설’은 해소될 수 있다. 그 전환점을 만드는 것이 신현송 체제 한국은행의 첫 번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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