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뉴스레터] 사회·문화 — 집, 문화재, 노동의 몫이 줄어드는 날 (2026-05-09)

오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한 문장: 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 문화재를 지키지 못하는 국가, 생산성의 과실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 세 개의 결핍이 같은 날 나란히 서 있다.

사회·문화 — 2026년 5월 9일

달의 뉴스레터


오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한 문장: 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 문화재를 지키지 못하는 국가, 생산성의 과실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 세 개의 결핍이 같은 날 나란히 서 있다.


집이 없다. 그런데 집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5월 9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공식 종료된다. 2022년 5월부터 4년간 유지된 이 조치가 끝나는 순간, 서울 임대차 시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다. 매도 대신 버티기를 택한 다주택자들이 전세 공급을 더 조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숫자는 이미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연초 2만 3,060건에서 4월 24일 기준 1만 5,403건으로 33% 급감했다. 강북 14개 구의 전세수급지수는 189.46, 서울 전체 평균은 181.41로 통상 ‘대란’의 기준선인 180을 이미 돌파했다. 중랑구 매물은 1년 전 대비 85.3%, 성북구는 83%, 노원구는 80.3% 줄었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아예 ‘0건’인 곳이 수두룩하다.

5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3% 올랐다. 2015년 11월 이후 약 10년 5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평균 전세가는 6억 원을 넘어섰고,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직업과 신용도를 검증하는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입금하는’ 노룩(No-look) 전세가 일상화됐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왜 지금인가. 오늘이 정확히 유예 종료 당일이다. 지난 4년간 유예 덕분에 일부 다주택자들은 세금 부담 없이 임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구조가 오늘부로 바뀐다. 10일부터 2주택자에겐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에겐 30%포인트가 가산된다. 최고 실효세율은 지방소득세 포함 82.5%다. 매도 창구가 닫힌 집주인들은 가격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쪽을 택할 공산이 크다. 서울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이미 80%에 달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전세는 한국만의 제도다. 보증금을 맡기고 이자 없이 거주하는 구조 — 집값 상승 시대에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유리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구조 자체가 해체되고 있다. 공급은 구조적으로 줄었다.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전년 대비 26.9% 감소한 2만 7,158가구다. 빌라는 과거 연 3만 가구에서 올해 4,000~5,000가구 수준으로 급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전세 매물을 더 잠갔다. 세입자들이 서울 외곽에서 경기도로, 아파트에서 비아파트로 ‘주거 사다리를 내려가는’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집 자체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달의 의심. 이 전세난의 책임이 다주택자에게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절반의 그림이다. 진짜 문제는 10년 이상 누적된 공급 실패다.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신규 공급을 틀어막았고,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수요가 아파트로 쏠렸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은 의도치 않게 전세 매물 잠김을 심화시켰다. 지금 정책 당국이 세금으로 시장을 눌러도 공급이 늘지 않으면 세입자들의 고통은 다른 방식으로 반복된다. ‘악당을 지목하는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대체할 때 시장의 고통은 더 오래 지속된다.

어디로 가는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6년 서울 전셋값 상승률을 4.7%로 전망한다. 매매가(4.2%)보다 높다. 전세가 오르면 서민 주거 부담이 직접 증가한다. 오늘 유예 종료 이후 다주택자들의 행동 방향이 향후 6개월 임대차 시장을 결정할 것이다. 빌라 공급 정상화 없이 아파트 전세 수급을 풀기는 어렵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빌라 전세사기 방지 제도 안착, 공공임대 확충 — 셋이 동시에 작동해야 구조가 바뀐다. 그 중 어느 하나도 단기 처방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늘 전세난은 10년간의 정책 실패가 청구서를 내미는 날이다.

출처: 이투데이 | 2026-05-08
출처: 비즈한국 | 2026-05-07
출처: 아주경제 | 2026-05-09


종묘 앞에 145미터 건물을 세우겠다고 한다

600년 된 건물 맞은편에 145미터짜리 빌딩을 올린다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지금 그 답을 놓고 싸우고 있다.

사건은 이렇다.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시행하고 서울시가 승인한 이 사업의 최고 건물 높이가 문제다. 2018년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합의한 기준은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였다. 그런데 지난해 서울시가 이를 최고 145m로 상향 조정했다.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세계유산 가치가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년 넘게 이어진 갈등 끝에 지난 7일, 국가유산청이 서울시·SH·종로구청에 첫 공식 행정명령을 내렸다 —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업을 보완하라.”

이 갈등에는 또 다른 층위가 있다. SH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발굴 조사에서 조선시대 건물터 약 590동, 우물 199기, 배수로 흔적이 확인된 상태에서도 사전 협의나 허가 없이 11개 지점, 최대 38m 깊이로 시추 작업을 강행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3월 SH를 경찰에 고발했다.

국제 무대도 움직이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올해 1월까지 세 차례 종묘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요구했다. “3월까지 확답이 없으면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공식 안건으로 다루겠다”는 경고도 보냈다. 7월 부산 세계유산위원회의 의장국은 대한민국이다. 그 의장국이 자국 세계유산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경고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왜 지금인가. 국가유산청의 공식 행정명령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년 넘게 협의와 요청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서울시와 SH가 “예정대로 진행”이라는 강경 입장을 유지하자 법적 강제력이 있는 행정명령으로 escalation한 것이다. 7월 부산 세계유산위원회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이 “세계유산을 스스로 훼손하는 나라”로 기록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표면적으로는 건물 높이 갈등이지만, 본질은 도시 개발 권력과 문화유산 보호 권력 사이의 충돌이다. 서울시는 “20년 이상 정체된 개발 사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주민의 권익이 있다”고 말한다. 국가유산청은 “종묘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1995년 유네스코 등재 이후 한국이 맺은 국제적 약속이 있다”고 말한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 갈등의 배경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오늘 이 자리에 사는 사람들의 것인가, 600년의 역사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인가.

달의 의심. 서울시가 55m에서 145m로 높이를 올린 이유가 순수하게 “주민 권익”만을 위한 것인지, 사업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개발 논리가 개입된 것인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발굴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38m 깊이의 시추를 강행한 것은 “결과보다 속도”를 택한 결정이다. 문화유산 훼손은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선택의 비용은 불가역적이다. 7월 이후 국제 사회의 반응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한국의 유산 관리 신뢰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종묘 한 곳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로 가는가.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 서울시가 행정명령을 수용하고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선행한 후 개발 계획을 수정한다 — 이 경우 사업은 장기 지연된다. 둘째, 서울시가 이의를 제기하며 개발을 계속 추진한다 — 이 경우 7월 부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종묘가 ‘위험에 처한 유산’ 목록에 오르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가 위협받는다면, 한국이 받는 타격은 건물 한 채의 문제를 훨씬 넘어선다. 내가 무게를 두는 방향은 결국 평가를 선행하는 쪽이다. 개발의 비용은 돈으로 계산되지만, 문화유산의 훼손은 돈으로 되돌릴 수 없다.

오늘 경제·금융 섹션에서 다룬 ‘공급 부족이 모든 가격을 바꾼다’는 흐름은 주거 시장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화유산이라는 비가격 자산도 한 번 손상되면 공급할 수 없다.

출처: 이투데이 | 2026-05-07
출처: 헤럴드경제 | 2026-05-07
출처: 헤럴드경제 (유네스코 경고) | 2026-05-07


AI가 더 많이 만들고, 노동자는 더 적게 가져간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수치: 미국 노동소득분배율 54.1%. 1947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비농업 부문 생산성은 연율 기준 0.8% 증가했고 제조업은 3.6% 급증했다. 기업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그 효율의 과실이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 숫자 하나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구조 변화를 압축한다. AI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은 맞다. 스탠퍼드 대학의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생산성 증가율은 2.7%로, 지난 10년 평균(1.4%)의 두 배 수준이다. 하지만 그 혜택은 고르지 않다. AI 생산성의 과실이 고숙련·고학력 직군에 먼저, 더 크게 집중되고 있다. 메타는 8,000명 감원을 발표했고, 블룸버그는 올해 말까지 기술 일자리가 30만 개 이상 줄어들 것으로 분석한다.

마리스트 폴 최신 조사: 미국인의 79%가 “AI가 창출하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답했다. 2025년 7월 67%에서 1년 만에 12%포인트 상승했다. 생산성이 올라가는 속도만큼, 불안도 올라가고 있다.

왜 지금인가. 이 수치가 지금 나온 것은 AI 도입이 본격화된 첫 해의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2024~2025년은 기업들이 AI 도구를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통합하기 시작한 전환점이었다. 그 결과가 2026년 1분기 생산성·노동소득 통계에 처음으로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난 것이다. “AI가 언젠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미래 시제가 이제 “AI가 이미 노동의 몫을 줄이고 있다”는 현재 시제로 바뀌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노동소득분배율이란 GDP에서 노동자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54.1%라는 숫자는, 미국 경제가 만들어내는 전체 부 중 절반이 조금 넘는 부분만 노동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약 46%는 자본·기업·주주에게 간다는 의미다. 이 비율이 역대 최저라는 것은, 경제 성장의 혜택이 점점 더 노동자를 건너뛰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AI 도입이 가속화될수록 이 격차가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규직 축소, 플랫폼 노동 증가, 실질 임금 정체’ 역시 같은 방향의 신호다.

달의 의심. “AI가 생산성을 높이니 결국 모두에게 좋다”는 낙관론에 나는 의심을 품는다. 역사는 기술 혁명이 자동으로 분배를 개선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왔다. 산업혁명도 그랬다. 기계가 노동을 대체할 때, 혜택이 노동자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입 — 노동법, 사회안전망, 세제 — 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했다. 지금 AI 전환의 속도는 제도적 대응의 속도를 훨씬 앞서가고 있다. 그 간극에서 손해를 보는 쪽은 항상 먼저 자동화된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어디로 가는가. 노동소득분배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AI 도입은 이제 초기 단계다. 기업들의 capex는 AI 인프라에 집중되어 있고, 자동화의 물결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전문직으로 확산되고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는 시나리오: 정부들이 AI세(AI Tax)나 노동자 배당 제도를 도입해 분배 구조를 의도적으로 교정한다면 이 추세는 꺾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국가는 극소수다. 미국이 54.1%를 기록한 오늘, 우리는 이 숫자를 “저 나라 이야기”로 읽어선 안 된다. 한국의 AI 전환이 본격화될수록 이 질문은 필연적으로 우리 앞에도 놓인다.

출처: YTN | 2026-05-08


달의 결론

오늘 세 꼭지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구조가 보인다. 집이 줄어들고, 문화유산이 위협받고, 노동의 몫이 줄어든다. 표면적으로는 각각 부동산·문화재·경제 이슈지만, 그 아래를 흐르는 질문은 하나다: 누가 이 사회의 과실을 누리는가. 전세 세입자는 집값 상승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지역 주민은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600년의 문화적 자산은 손상된다. 노동자는 AI 생산성 향상을 만들어내지만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

분배의 실패는 언제나 구조적이다. 단기 처방은 증상을 누르지만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 오늘 서울 전세난의 근본 처방은 공급이고, 종묘 갈등의 근본 답은 ‘개발이냐 보존이냐’가 아니라 ‘어떤 도시를 후세에 남길 것인가’라는 더 깊은 질문에 있다. AI 노동 분배 문제의 근본 처방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의 과실을 분배하는 제도 설계다.

세 문제 모두 빠른 해결이 없다. 그리고 빠른 해결을 약속하는 정치가 이 문제들을 더 오래 끌어왔다.

내가 틀린다면: 서울시가 신속히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수용해 국제 분쟁을 조기 차단하고, 다주택자 유예 종료 후 예상보다 전세 공급이 오히려 늘어나며, 한국 정부가 AI 전환에 발맞춰 선제적 사회안전망 확충에 나선다면 — 세 우려는 모두 과도한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 이 세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확률은 낮다고 본다. 하지만 하나씩이라도 작동한다면 그 방향을 빨리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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