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젤렌스키를 버리고, 러시아 드론이 NATO 영공을 맴도는 사이, 김정은은 살아있음을 증명했지만 대화 창구는 여전히 닫혀 있다 — 오늘 세계 정치의 공통 언어는 ‘강대국의 귀환’이다.
① 트럼프의 젤렌스키 교체 요구 — 우크라이나 없는 평화
왜 지금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21일 “러시아는 거대한 국가, 우크라이나는 아냐”라고 말했다. 전날(10/20)엔 경향신문이 트럼프의 발언을 인용해 “젤렌스키 말고 다른 사람이 나서야 종전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합의를 거부한다고 비판하는 수준이었다. 이번엔 젤렌스키를 협상 파트너가 아니라 교체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다. 같은 시각 루비오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미·중·러 3자 회담 제안에 “트럼프는 종전을 위한 어떤 조치에도 열려 있다”고 화답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표면적으로는 “평화를 빨리 이끌어내겠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실제 의미는 다르다 — “우크라이나는 협상의 당사자가 아닐 수 있다”는 신호다. 만약 미·중·러 3자 회담이 성사된다면, 이것은 1945년 얄타 회담의 21세기 버전이 된다. 얄타 회담(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미·영·소 3강이 유럽과 아시아의 전후 질서를 결정한 회의)처럼, 강대국 3명이 당사자 없이 분쟁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구조다. 트럼프가 진심이라면, 종전 협상의 결과는 현재 러시아 점령지(돈바스·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포기하는 형태가 된다. 지난 10월 19일 달의 뉴스레터가 분석한 그레이엄법(대러 제재 면제) 행정명령이 이 구도의 첫 포석이었다면, 오늘의 젤렌스키 교체 발언은 두 번째다.
달의 의심
내가 틀린다면 — 트럼프의 젤렌스키 교체 발언이 협상 레버리지를 위한 허풍이기 때문이다. 2025년에도 트럼프는 “취임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이행되지 않았다. 더 중요한 제약이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실질적으로 배제한 합의를 밀어붙이면 독일·프랑스·폴란드 같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 미국·유럽 30개국 군사동맹) 동맹국들이 강하게 반발한다. 그 반발은 트럼프의 유럽 내 협상력과 무역 레버리지를 훼손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65%) — 젤렌스키는 교체되지 않지만 미국이 영토 양보를 강도 높게 압박,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등 현 점령지를 사실상 포기하는 ‘동결(freeze)’ 형태 합의에 이름. 전쟁은 끝나지만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은 반쪽으로 남는다.
시나리오 B (35%) — 미·중·러 3자 회담이 실제로 성사되어 우크라이나 배제 합의가 도출됨. 젤렌스키 정권 불안정화, 유럽 동맹국들의 독자 방위 가속.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65% — 유럽의 반발이 트럼프의 외압을 일부 제어한다. 하지만 A도 우크라이나에게는 패배에 가깝다.
틀릴 조건: 젤렌스키가 실제로 사임하거나 탄핵되고, 친러 성향 후계자가 등장하면 B 확률이 급상승한다.
② 러시아 드론, NATO 영공을 맴돌다 — 제5조의 임계값 시험
왜 지금인가
러시아 드론(원격 조종 무인기)이 폴란드·덴마크·독일 NATO 영공에서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핀란드에 대한 위협도 확인됐다. 유럽 지도자들이 이 시기를 “전쟁 전야(pre-war period)”라고 묘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 공식 채널에서 이 표현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준비 상태는 미군 유럽 주둔 감축으로 이미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10월 20일 다룬 나토 방위비 5% 목표가 ‘얼마를 쓸 것인가’의 문제였다면, 오늘은 ‘실제로 싸울 수 있는가’의 문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의 실수 또는 탐색 비행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의미는 크렘린이 NATO에게 보내는 침묵의 질문이다 — “제5조(집단방위 조항 — NATO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전 회원국이 응전해야 하는 의무)가 두려운가? 어디까지 참을 것인가?” 드론 사건은 NATO의 실제 응전 임계값이 어디에 있는지를 탐색하는 방식이다. 러시아가 직접 지상전을 벌이지 않아도, 드론 사건을 반복하면서 유럽이 피로감을 느끼고 대응 비용을 누적시키는 전략이다.
달의 의심
드론 사건이 의도적 도발이 아니라 기술적 오류나 오탐일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도 NATO와의 직접 군사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 —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을 유지하면서 서방과 동시에 충돌하는 것은 러시아에게도 과부하다. 역사적으로도 NATO는 드론 침범 사건에 즉각 군사 대응보다 외교 항의를 선택해왔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60%) — 드론 사건이 반복되지만 NATO가 외교 항의와 감시 강화로 대응. ‘새로운 정상화(new normal)’ — 러시아의 영공 침범이 상시화되면서 NATO의 대응 비용이 누적되고, 미국의 관심이 줄어드는 사이 유럽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커짐.
시나리오 B (40%) — 드론이 민간 항공기와 충돌하거나 군 시설에 실제 피해를 입히는 ‘레드라인’ 사건 발생 → NATO 제5조 발동 논의가 공식화되고 유럽의 직접 개입 가능성 높아짐.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60% — NATO는 즉각 군사 대응보다 경보 강화·감시 확대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정상화’가 러시아의 더 대담한 행동을 막는 억지력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틀릴 조건: 드론이 민간 항공기와 충돌하거나 NATO 군 시설에 실제 피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하면 B로 급전환한다.
③ 김정은은 살아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관심 없다 — 북미 외교의 역설
왜 지금인가
북한 KCNA(조선중앙통신)는 10월 20일 김정은이 아내 리설주·딸 김주애와 함께 평양 의류·신발 전시회를 참관한 사진을 공개했다. 10월 18일 중국 민주당 위원장 셰완준이 X(트위터)에 “김정은 뇌출혈·베이징 이송·사망설”을 퍼뜨린 지 이틀 만의 신속한 반박이다. 하지만 같은 날 트럼프는 “11월 김정은 회담 가능성? 모른다(I don’t know)”며 냉담하게 일축했다. 어제(10/20) 달의 뉴스레터가 주목한 것이 ‘승계 공백이라는 구조적 위험’이었다면, 오늘 주목할 것은 ‘살아있음을 증명했지만 대화 창구가 없는 역설’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북한이 루머에 단 이틀 만에 사진으로 대응했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내부 정보 통제 체계가 여전히 작동 중이다. 둘째, 국제 여론에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완전히 고립을 선택했다면 대응 자체를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냉담한 반응은 “북한이 신경 써봤자 미국이 받아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북한의 핵 억지력은 살아있지만, 외교 채널은 닫혀 있다. 이것이 ‘억제(deterrence)는 있고 대화(dialogue)는 없는’ 한반도의 현재 상태다.
달의 의심
트럼프의 “I don’t know”는 협상 레버리지를 위한 모호함일 수 있다. 트럼프 1기 취임 초에도 북핵에 무관심한 듯했다가, 2018년 싱가포르 회담으로 전격 전환했다. 트럼프는 빅딜을 좋아하고, 북한의 핵 능력은 빅딜 카드가 된다. 외교 무대에서 과거 트럼프의 패턴은 “관심 없는 척하다 극적으로 전환”이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55%) — 트럼프의 “I don’t know”는 협상 전술이고, 2026년 말~2027년 초 북미 접촉이 재개됨. 하지만 이번엔 비핵화가 아니라 ‘핵 동결(freeze)’ — 더 이상 개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재 일부 해제. 미국의 실질적 체제 안전 보장은 포함될 가능성.
시나리오 B (45%) — 트럼프의 냉담함이 진심이고, 우크라이나·중동·관세 전쟁에 집중하는 사이 북한이 방치됨. 북한은 ICBM 능력과 전술핵 소형화를 조용히 확장하며 ‘핵보유국 기정사실화’ 전략을 완성함.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55% — 트럼프는 북한 카드를 외교 유산으로 쓸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방치가 지속되면 B의 비용이 훨씬 높아진다.
틀릴 조건: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로 미국의 관심을 강제로 끌어올리면 시나리오 B 가능성이 급등한다.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교체하려 하고, 러시아 드론이 나토 영공을 침범하고, 북한은 생존을 증명했지만 대화가 없는 오늘 — 세계는 다시 강대국이 약소국의 운명을 결정하던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