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개인 외교가 동맹도, 중재자도, 전쟁터도 사전 협의 없이 재편하고 있다 — 한국은 SNS로 통보받고, 오만은 폭격 위협을 받았으며, 우크라이나는 관리 주체 없이 소모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 SNS로 통보받다 — 트럼프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북미 정상회담 추진
8월 19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트루스소셜을 보고 알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를 대폭 축소하라고 미 국방부에 지시한 사실을, 한국 정부는 SNS를 통해 알았다는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같은 날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UFS는 매년 8월 한반도에서 실시하는 전구급(戰區級·전체 전쟁 구역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이다. 올해는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는데, 트럼프는 주초에 “후반부 야외기동훈련(FTX)을 취소하고 전체 일정을 8월 21일로 조기 종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70년 넘는 한·미 동맹 역사에서 진행 중이던 전구급 훈련이 동맹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축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SNS에 올린 대로다 —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 훈련이 적대적 신호를 보낸다.”
왜 지금인가. 트럼프는 지금 김정은에게 구애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시아태평양 주요국 정상들이 매년 모이는 회의) 계기에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의도다. 조현 장관은 “이 정도 구애 메시지가 나갔기 때문에 김정은이 원하면 어떤 형태로든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73년간 유지된 정전체제를 끝내는 ‘4자 평화회담(한·미·중·북 정상 회담)’ 구상을 제안한 것도 이 흐름을 겨냥한 것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훈련 축소 +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겉보기엔 평화 모드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대칭 거래가 이미 진행됐다. 한·미는 확인 가능하고 즉각적인 안보 비용을 치렀다. 반면 북한은 아무것도 내주지 않았다 — 오히려 북한은 8월 12일 2차 탄도미사일 시험을 강행했고, 훈련 축소 지시 이후에도 추가 도발 신호를 멈추지 않았다. 미군 항공모함이 태평양에서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태평양 안보 공백이 여기에 겹친다.
달의 의심. 한·미 동맹 70년간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 이번 주에 일어났다. 문제는 훈련 축소 자체가 아니라 결정 방식이다. 이 패턴이 확장억제(미국이 핵우산·재래식 전력으로 한국을 지켜주는 약속) 운용이나 전략자산(미국의 핵·항공모함·폭격기) 배치 같은 더 민감한 사안에서 반복된다면, 한국은 자국 안보 조건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된 상태가 된다. SNS 통보는 결과가 아니라 징조다. 어제 정치·지정학 섹션에서 분석한 캐나다 관세 사례처럼, 트럼프는 협상 상대를 사전 통보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는 양자 심화·한국 배제(가능성 약 50%)다. 11월 APEC에서 트럼프-김정은 양자회담이 이뤄지거나 그 직전까지 간다. 4자 제안은 명목상 살아있으나 실제 협상은 북·미가 주도하고 한국은 사후에 결과를 통보받는다. 시나리오 B는 4자 틀 부분 흡수(가능성 약 30%)다. APEC 개최국이자 중재자 역할을 원하는 시진핑의 유인과 맞물려 형식상 한국이 포함된 접촉이 만들어진다. 달의 현재 판단은 시나리오 A에 더 무게를 둔다. ‘성공’한 정상회담이라도 그것이 미·북 간 브랜딩 행사로 끝난다면, 한국 안보의 실질 조건은 오히려 더 불확실해진다. 틀릴 조건: 한국이 실질 의제 협의에 참여하는 북·미·한 3자 사전 조율 채널이 공식 확인될 경우.
중재자를 위협하다 — 미국-이란 협상 마감 만료와 호르무즈 위기 2라운드
8월 17일, 미국과 이란 사이의 협상 시계가 멈췄다. 지난 6월 17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체결된 MOU(양해각서·협력 의향을 담은 약식 합의)가 정한 “60일 이내 최종 합의” 기한이 그날 만료됐다. 미국 측 협상단(밴스 부통령·위트코프 특사·쿠슈너 고문)과 이란은 대면 접촉 없이 오만을 중재자로 둔 간접 대화만 해왔는데, 이란은 기한 만료와 함께 협상 연장 자체를 거부했다. 통항 선박이 정상 대비 3분의 1 수준(주간 29척·해운 분석업체 Kpler 집계)으로 붕괴한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사실상 봉쇄 상태다.
같은 날 트럼프가 SNS에 올린 내용이 협상 실패보다 더 눈길을 끌었다. 오만(Oman)을 향한 위협이었다. “중재를 방해하면 오만을 폭격할 것이다.” 오만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이 분쟁에서 유일하게 이란과 통신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중립 국가다. 협상에 실패하자 중재자 자체를 위협한 것이다.
왜 지금인가. 5개월간 이어진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6월 잠정 정전 이후에도 저강도 충돌을 멈추지 않았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계속 타격했고(8월 들어서만 최소 8건 이상의 선박 공격 보고), 미국은 이란 타깃을 집중 공습하는 방식으로 맞받아쳤다. 협상 마감이 만료된 지금, “합의도 전면전도 아닌 상태”가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는지가 핵심 질문이 됐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병목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절반 이상은 중동에서 온다(2026년 5월 기준 중동산 비중 약 53%). 그리고 한국 은행 계좌에는 이란 동결 자금 약 60억 달러가 묶여 있다 — 과거 원유 대금 결제가 막히면서 쌓인 돈이다. 이 자금의 처리 방식이 최종 합의의 핵심 쟁점 중 하나여서, 협상이 교착될수록 한국은 방관자가 아니다. 유가(브렌트유 8월 19일 기준 약 91달러)는 개전 초기(130달러대)와 달리 아직 안정적이지만, 이는 시장이 전면 확전을 기정사실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고, 협상 실패로 리스크가 가시화될 경우 반응이 빠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달의 의심. “마감 만료 = 확전 임박”이 과장일 수 있다. 트럼프의 “오만 폭격” 발언은 5월에도 나왔던 협박성 수사의 재탕이고, 이란-오만 간 통항로 협의는 마감 이후에도 실무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공개적 최후통첩과 물밑 실무 대화의 동시 진행은 외교에서 흔한 패턴이다. 하지만 이번 오만 위협은 성격이 다르다 — 중재국 자체를 위협한 것은, 유일하게 남은 중립 채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수사를 넘어선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는 저강도 교착 지속(가능성 약 45%)이다. 공식 협상도 전면전도 아닌 현 상태 — 산발적 유조선 공격, 수사적 위협, 실무 대화 병행 — 가 당분간 이어진다. 시나리오 B는 오만 채널 붕괴·확전(가능성 약 30%)이다. 오만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거나 이란이 오만 채널을 공식 단절하면 유일한 중재 루트가 사라져 호르무즈 직접 충돌 위험이 급증한다. 달의 현재 판단은 A에 조금 더 무게를 두지만, 오만 위협 변수로 B 쪽 비중을 소폭 추가한다. 8월 17일까지는 협상 타결 가능성을 A 60% 이상으로 봤으나, 이란의 연장 거부와 오만 위협이 겹치면서 전망을 낮췄다. 틀릴 조건: 이란-오만 실무 대화가 공동성명 형태로 격상되며 부분 데탕트 신호가 나올 경우.
관리 주체 없는 전쟁 — 우크라이나의 반격 성과와 러시아의 역대 최다 미사일 공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번 주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남부 작전 종료를 선언하며 “745㎢(제곱킬로미터)를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독립 전황 분석 기관 ISW(미국 전쟁연구소)는 같은 기간 약 627㎢로 추정하는데, 양측 수치 차이는 있어도 영토 회복이 이뤄진 것 자체는 확인된다. 이 작전에서 러시아군 전사자가 약 1만 명이라는 것이 우크라이나 측 발표지만, 독립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러시아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7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발사한 미사일은 376기 —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래 단일 월 기준 최다 기록이다. 전월(288기)보다 30% 이상 많고, 전년 동월(192기)에 비하면 거의 두 배다. UN 인권감시단(HRMHU)이 집계한 7월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는 사망 437명·부상 2,610명으로, 2022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상에서는 국지적으로 밀렸지만 러시아는 하늘에서 더 많은 것을 쏟아붓고 있다.
왜 지금인가. 2026년 초 짧은 부활절·전승절 휴전 이후 전쟁은 다시 고강도 국면으로 복귀했다. 트럼프와 푸틴의 마지막 확인 통화는 7월 4일이다. 트럼프의 외교 대역폭이 이란·북한에 쏠린 지금, 우크라이나는 적극적인 관리 주체 없이 방치된 전선이다. 같은 기간 우크라이나도 드론으로 모스크바를 향해 역대급 공세를 폈다(러시아 국방부는 전국에서 약 822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주장). 8월 16일에는 NATO 소속 루마니아 전투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다 — 루마니아 영공 침범·NATO 격추는 이번이 네 번째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지상 반격 성과와 러시아 미사일 역대 최다 공세가 같은 시기 겹쳤다는 것은 한쪽이 우세를 굳힌 것이 아니라, 양측이 협상 없이 전장에서 협상력만 쌓아올리는 소모전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러시아가 이 반격을 전략적 패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증거가 미사일 공세 증가다. 이 전쟁이 한국과 연결되는 지점도 있다. 러시아가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에 추가 파병을 압박하고 있는데(최대 3만 명 규모 논의), 이것은 북한이 실전 미사일 운용 경험을 쌓는 창구가 된다. 북한군의 러시아 내 탄도미사일 실전 데이터 축적은 한국의 방공 계산에 영향을 미친다.
달의 의심.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탈환 = 전세 역전”은 과장이다. 회수한 영토(수백㎢)는 전선 전체(수천㎞) 규모에 비하면 작고, 2023년 대반격도 초기 국지 성과 이후 정체됐던 전례가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지상에서 밀리고 있는 동안 미사일 공세를 오히려 늘렸다 — 전선 변화를 전략 후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는 관리되지 않는 소모전 지속(가능성 약 65%)이다. 가을·겨울까지 정상회담 없이 지상전과 미사일전이 병행되고, 민간인 피해는 계속 확대된다. NATO 루마니아 반복 격추가 이어져도 직접 교전 문턱은 유지된다. 시나리오 B는 외교 재가동(가능성 약 20%)이다. 러시아의 미사일 재고 부담과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소모가 임계점에 이르면 겨울 전 부분 휴전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 달의 현재 판단은 시나리오 A가 압도적이다. 러시아의 북한군 추가 파병 요구는 이 소모전이 한반도와도 연결된 다면적 구도임을 보여준다. 틀릴 조건: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를 급격히 줄이거나 트럼프-푸틴 회담이 갑자기 재개될 경우 B 방향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