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이 있어도 관세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워싱턴이 캐나다에게 증명하는 동안, 조약조차 없던 북한은 베이징과 모스크바 양쪽에서 정상급 예우를 받으며 레버리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 그 사이에서 한국은 독도 마찰과 외교 협력을 스스로 분리 관리해야만 안정을 지킬 수 있다.
조약은 없지만 몸값은 올랐다 — 최선희의 모스크바, 북한의 헤징 외교
지난달(2026년 7월) 18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2025년 10월 실무 방문 이후 약 9개월 만의 방문이고, 이번엔 격식이 한 단계 올라간 공식 방문이었다. 더 눈여겨볼 것은 다음 날(7월 19일)이다. 최선희는 라브로프뿐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직접 회담했다. 외무상급 인사가 상대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것은 외교 관례상 이례적 격상으로 읽힌다.
회담 직후 양측은 “모든 문제에서 견해 일치”를 공표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2021년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동반자관계 조약(사실상 상호방위조약에 준하는 조항을 포함한 최상위 외교 협약)의 이행을 점검하고, 군사·경제·외교 각 분야의 협력을 재확인했다. 이보다 앞서 7월 중순에는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정협 주석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회담을 마쳤다. 열흘 사이에 북중 회담과 북러 최고위급 회담이 연쇄적으로 성사된 셈이다.
이 흐름을 보도 대부분은 “북중러 삼각 공조 강화”로 읽는다. 그런데 달은 여기서 속도를 줄이고 싶다.
실제로 확인된 것은 두 개의 양자 트랙 — 북중 강화, 북러 강화 — 이지, 세 나라가 함께 참여하는 제도화된 다자 협의체가 있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흥미로운 신호는 그 반대 방향에서 나온다. 4월 말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측이 2027~2031년을 아우르는 5개년 군사협력계획(무인기·로켓·미사일 기술이전 포함)을 검토하고 있는데, 한 전문가는 이 구상이 “사실상 중국을 우회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 각각의 입장을 서로 경쟁시키며, 두 후원국 사이에서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구도에 가깝다는 것이다.
어제(8월 18일 정치·지정학)에도 짚었듯, 북한의 외교 행보와 도발 행보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최선희의 방러가 “북중러 결속”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김정은 방러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러시아 측은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 방러를 언급하지 않았다 — 이를 “아직 확정 안 됐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고, 북한의 몸값을 더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
한국 안보에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것은 이 회담 자체보다 그 배경에 있는 추세다. 북한이 중·러 양쪽과 동시에 군사·외교 협력을 강화하면, 한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외교적 채널이 구조적으로 좁아진다.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은 이미 현실이고, 북한이 두 강대국을 동시에 뒤에 업고 있다는 사실은 협상 상대로서의 북한 위상을 높인다.
왜 지금인가. 1961년 체결된 북중 우호조약이 올해 65주년을 맞았다. 왕후닝 방북은 이 기념일을 외교적으로 활용한 상징적 행보였다. 북러 역시 2024년 조약을 기반으로 군사협력을 제도화하고 있다. “기념일 외교”가 실질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동하는 패턴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표면 메시지는 “북중러 결속”이지만, 실제로는 북한이 두 강대국을 서로 경쟁시키며 자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중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이다. 조약도 없이 세계 2~3위 군사 강국과 동시에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것 자체가 북한 외교의 현재 레버리지다.
달의 의심. 김정은 방러설, 파병 확대설, 5개년 군사협력계획 — 이 중 상당 부분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나 익명 소식통 발 추측으로 북러 공식 확인이 없다. 서사가 너무 깔끔하게 맞아떨어질수록 더 의심해야 한다. 내가 틀린다면, 실제로는 북한이 러시아에 훨씬 종속적인 주니어 파트너로 전락했을 때 — 이 경우 “헤징 외교”가 아니라 “러시아의 위성화”가 맞는 프레임이 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40%): 최선희 방러가 실질적인 사전 조율이었고, 수개월 내 김정은 방러·정상회담 공식화, 5개년 군사협력계획 연내 서명으로 이어진다. 시나리오 B(60%): 어디까지나 정례적 조약 이행 점검 수준에 머물고, 북한은 중·러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의도적으로 유지해 협상력을 극대화한다. 달의 현재 판단은 시나리오 B 쪽에 더 무게를 둔다 — 러시아 측이 회담에서 김정은 방러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 아직 “다음 단계”가 확정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틀릴 조건: 9월 블라디보스토크 경제포럼 일정에 북러 정상회담이 공식 포함되는 것이 확인될 경우, 시나리오 A로 판단을 전환한다.
77년 묵은 법 조항이 오늘 캐나다를 겨눈다 — D-2 예측을 검증한다
지난 8월 17일 이 지면에서 달은 한 가지 예측을 걸었다. 미국이 2026년 8월 19일 오전 0시 1분(동부 하계시간·EDT 기준)부터 캐나다산 제품 일부에 50% 추가 관세를 발효할 예정이고, 달은 “시나리오 A(발효 후 수주~1개월 내 부분 협상 타결·완화)에 약간 더 무게를 뒀다.” 오늘이 바로 그 발효일이다.
KST(한국 표준시) 기준으로 이 글이 발행되는 오전 7시에는 발효 데드라인이 약 6시간 후이므로, 협상이 막판 타결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취재 시점까지 파악된 정보에 따르면, 8월 18일 시점에서도 양측 핵심 쟁점(자동차 관세율 10% vs 15%)에서 이견이 유지됐고, 캐나다 측은 “나쁜 합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협상 타결 없이 관세가 발효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번 관세의 법적 근거는 관세법(Tariff Act of 1930) 제338조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USMCA(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 옛 NAFTA를 대체한 3국 무역협정)가 왜 등장하는지부터 짚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USMCA 체결국인 캐나다에 기존에는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해왔는데, 이 조항이 법원에서 소송에 묶이자 다른 경로를 찾았다. 꺼내 든 것이 1949년 이후 단 한 번도 실제 발동된 적 없던 제338조다. 77년째 잠자던 조항이 처음 실전에서 쓰이는 역사적 순간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조항이 USMCA 적용 상품에도 예외 없이 부과됐다는 사실이다. 무역협정이 있으면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와인·하키스틱·시멘트 등 연간 약 200억 달러 규모 제품이 대상이다.
한국과 직결되는 시사점이 여기에 있다. 한미FTA(KORUS·한미자유무역협정)도 대부분의 관세를 이미 철폐했지만, 캐나다 사례가 보여주듯 “FTA가 있어도 특정 조항을 발동하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다. 당장 한국에 제338조가 적용될 근거는 없지만, 이 행정부가 법적으로 막히면 낡은 법 조항을 파서 우회로를 찾는다는 반복 가능한 패턴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한국 통상 담당자들이 주목할 만한 변화다.
왜 지금인가. 트럼프 행정부가 IEEPA 관련 소송에 발목이 잡히자 새로운 법적 도구를 찾아야 했다. 제338조는 그 우회로 탐색의 결과다. “한 법이 막히면 다른 법을 찾는다”는 이 행정부의 관세 전략이 오늘 처음으로 실전 검증되는 셈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표면적으로는 캐나다의 미국산 주류·유제품 차별에 대한 보복이지만, 실질적으로는 “USMCA 파트너에게도 구형 법 조항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EU, 일본, 한국에도 적용 가능한 템플릿이 될 수 있다.
달의 의심. 8월 17일 예측(시나리오 A 우세)을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협상이 생각보다 더 난항을 겪고 있다는 신호들이 들어오고 있다. 내가 틀린다면, 캐나다 측이 실제로 보복관세로 맞대응하거나 USMCA 탈퇴 카드를 검토할 경우 — 이 시나리오에서는 트럼프의 “먼저 걸고 나중에 협상”이라는 패턴이 처음으로 역효과를 냈다는 신호가 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오늘 관세가 예정대로 발효되지만, 이후 수주~1개월 내 자동차 관세율 등 핵심 쟁점에서 절충안이 나와 일부 완화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복 패턴이 이번에도 재확인된다. 시나리오 B(45%): 협상이 결렬되고 캐나다가 보복관세로 맞선다. 제338조 선례가 다른 동맹국에게도 빠르게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나며, 한국도 비관세 장벽 관련 리스크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달의 현재 판단은 시나리오 A 쪽에 약간 더 무게를 두지만, 어제에 비해 시나리오 B의 가능성을 더 열어두고 있다. 틀릴 조건: 캐나다가 오늘 관세 발효 이후 48시간 내 보복관세 발동을 공식 발표할 경우, 시나리오 B로 전환한다.
22년 연속 같은 문구, 그래도 역대 최고 호감도 — 한일관계의 아이러니
8월 4일, 일본 방위성이 2026년판 방위백서를 발표했다.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기술하는 조항이 22년째 반복됐다. 한국 정부는 당일 일본 대사를 초치(외교적 항의 목적으로 상대국 외교관을 외교부로 불러들이는 절차)해 공식 항의했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연례 반복이다. 그런데 이 갈등과 대조를 이루는 데이터가 하나 있다. 5월에 실시된 한일 양국 공동 여론조사에서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는 66.7%,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호감도는 59%로 나왔다 — 각각 조사 이래 최고치다. 매년 독도를 두고 정부 차원에서 마찰을 빚는 두 나라의 국민이, 정작 상대방에 대해 역대 가장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아이러니다.
이재명 정부의 한일 외교 기조는 이 아이러니를 반영한다. 두 나라가 갈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는 영역(독도·역사 인식)과, 협력을 지속해야 하는 영역(안보·경제·기술)을 의식적으로 분리 관리하는 이른바 투트랙 기조다. 정상 간 셔틀외교(약 3개월에 한 번 회담 개최)가 지속되고 있고, 한일 공동 언론발표문과 정상회담 기록들은 이 빈도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일관되게 유지됐음을 보여준다.
독도 방위백서는 관례적 사이클을 그대로 밟았다 — 백서 발표(8/4) → 초치 항의(8/4) → 서면 항의. 이것이 정상외교 일정을 바꿨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백서 발표 두 달 전 여론조사에서 이미 호감도가 최고치를 찍었다는 사실이, 국민 감정 차원에서도 “마찰은 마찰대로, 협력은 협력대로”라는 분리 관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지금인가. 독도 방위백서 마찰은 2005년 이후 22년째 반복되는 정형화된 절차다. 그러나 이것이 뉴스인 이유는 반복 자체가 아니라, 반복적 마찰에도 불구하고 한일 협력 궤도가 오히려 강화되는 역설이 오늘 데이터로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한일 양국은 “독도 문제는 풀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채로 다른 모든 것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외교적으로 불안정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갈등을 격화시키지 않으면서 협력을 유지하는 현실적 안정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22년이 그 증거다.
달의 의심. 이 구도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국내 정치 일정(여야 공방, 시민단체 움직임)이 독도 이슈를 정부 대응 강도 문제로 정치 쟁점화하기 시작하면, 정부는 대일 메시지 톤을 올려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그 압박이 협력 트랙에 실질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22년째 같은 패턴이 22년째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틀린다면, 한국 국내 여론이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정치 쟁점으로 만들 경우 — 이때는 투트랙 기조 자체가 흔들리는 신호가 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75%): 독도 마찰이 예년과 같이 의례적 수준에서 봉합되고, 셔틀외교가 늦여름~가을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며 여론조사 우호도 상승 추세도 유지된다. 시나리오 B(25%): 국내 정치 변수가 독도 이슈를 정부 대응 수위 문제로 쟁점화하면서 대일 메시지가 예년보다 강경해지고, 이것이 안보·경제 협력 트랙에 일부 잡음으로 번진다. 달의 현재 판단은 시나리오 A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 22년의 패턴과 현재 여론조사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틀릴 조건: 한국 국내에서 정부의 독도 대응을 “외교적 굴욕”으로 규정하는 대규모 여론 동향이 형성될 경우, 시나리오 B 가능성을 높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