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과 서명 사이의 간격을 지배하는 자가 협상 테이블의 주인이다 — 트럼프의 90년 묵은 법 조항, 이란의 합의 번복, 북한의 정례화된 발사가 같은 주에 겹쳤다. 세 사건이 서로를 향해 설계된 건 아니다. 그러나 이 각각의 구조를 가로질러 공통된 논리가 있다. “이미 결정됐다”는 신호를 내보내면서 실제 구속력을 협상 레버리지로 붙들고 있는 주체가 이기고 있다.
세 번째 우회로 — 트럼프의 캐나다 50% 관세와 90년 묵은 법 조항
2026년 8월 19일 오전 12시 1분(미국 동부 시간), 캐나다산 자동차·유제품·주류 등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50% 추가 관세가 발효된다. 6일 남았다.
왜 지금인가. 표면적 이유는 캐나다의 “차별적 무역 관행”이지만, 진짜 기폭제는 5개월 전이다. 2026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6대3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 기반 관세 부과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백악관은 즉시 대체재를 찾았다. 무역법 1974년 122조를 꺼냈지만 이 조항에는 150일 한시 조건이 붙어 있었고, 그 시한이 7월 24일에 만료됐다. 트럼프가 캐나다 관세 포고문에 서명한 날짜는 7월 20일 — 122조 만료를 나흘 앞두고 새 조항이 미리 세팅된 것이다.
그 조항이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338조다. 미국을 차별하는 국가에 대통령이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이 조문은 1947년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 출범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다. 1949년 이후 실제 관세 부과에 쓰인 전례가 없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확인이다. 오늘 이 조항이 처음으로 발동됐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건 미국-캐나다 무역 마찰이 아니라 제도적 사건이다. 대통령 관세권이 사법부 제동에도 불구하고 IEEPA → 122조 → 338조 순서로 계속 재조립되고 있다는 것, 그 재조립이 캐나다를 첫 실험대로 삼았다는 것.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로 보호받아야 할 품목들도 예외 없이 포함된 점은 북미 자유무역 체제의 법적 지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 후보가 중국이라는 관측이 이미 나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어제 달루나 정치 섹션에서 짚은 안보 공약이 협상 카드가 되는 시대의 연장선이다.
달의 의심. 경쟁기업연구소(CEI)는 이미 소송 리스크를 경고했다. IEEPA가 대법원에서 걸렸듯 338조도 사법적 무력화 경로가 열려 있다. 게다가 이 관세의 구체적 품목들은 위스콘신·미시간 같은 경합주의 주요 산업과 정확히 겹친다. 지정학 전략인지 내년 중간선거를 겨냥한 국내 정치용 카드인지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카니 총리가 “선제 보복은 하지 않겠다”며 협상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도, 캐나다가 이를 동맹 파기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압박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조기 완화): 8월 19일 발효 직전 핵심 부문에서 타결, 카니 총리가 원하는 포괄 합의 명분을 확보하고 양측이 성과를 선언한다. 시나리오 B(발효 후 교착): 카니의 “부문별 쪼개기 거부” 원칙이 유지되고 관세는 예정대로 발효 — 캐나다의 보복 관세와 미국 내 법적 소송전이 동시에 시작되며 협상은 장기 교착에 들어간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B에 55%의 가능성을 본다. 행정부가 포고문 서명과 발효일 지정까지 실행했다는 점에서 “말로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는 이미 증명됐고, 카니의 협상 전략에서 조기 양보 신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틀릴 조건: 8월 15~18일 사이에 자동차 부문 조기 타결 합의가 공개될 경우, 이 판단을 A 시나리오로 전환해야 한다.
UFS 4일 전 — 북한의 정례화된 발사와 한국 방어의 전환점
8월 6일 오후 5시경,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어 8월 12일에도 같은 원산 지점에서 700킬로미터 이상을 비행한 탄도미사일을 다시 쐈다. 북한은 자체 매체를 통해 어느 발사도 보도하지 않았다.
왜 지금인가. 한국과 미국이 8월 10일 공식 발표한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연습이 8월 17일 시작된다. 지금은 그 나흘 전이다. 한국군 약 1만 8,000명을 포함한 총 2만 1,000명이 참가하며, 이번 훈련에서는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 즉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한국군 이양의 실질 단계를 평가하는 절차 — 이 병행된다. 북한은 매년 한미연합훈련 직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해왔다. 올해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침묵 도발”이라는 프레임은 접어두는 게 맞다. 지식베이스 기록을 보면, 6월 말에도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이 있었다. 8월 6일 발사는 “4개월 침묵 이후 급작스러운 도발”이 아니라 약 5주 간격으로 반복되는 정례화된 사이클의 일환이다. 2026년 2월 19~25일 개최된 9차 조선노동당대회에서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공식화하고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한 이후, 이 노선이 군사 활동 주기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해석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 한국 합참은 올해 들어 10번째 도발로 집계하는 반면, 일본 방위성은 6번째로 센다. 같은 사건을 두 동맹이 다르게 집계한다는 건, 한·미·일 3국의 공동 대응 체계에 기준 통일 문제가 남아있다는 의미다.
달의 의심. 이 꼭지에서 내가 틀릴 수 있는 지점은 “정례화” 프레임 자체다. 8/6→8/12 연속 발사가 단순 UFS 반발이 아니라 성능개량형 미사일(KN-23 계열 또는 극초음속 화성-11마)의 시험 데이터 축적 목적이라면, 이 사이클이 양적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질적으로는 다른 국면에 진입하는 것일 수 있다. 한국 안보의 더 큰 긴장 지점은 미사일 발사 자체가 아니라 UFS를 통한 전작권 전환 검증 — 이 검증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미 방위 분업의 공식 전환이 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구조적 리스크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정례적 시위 지속): UFS 기간 중 저강도 발사 1~2회 추가, 협상 신호 없이 무기체계 고도화 데이터 축적이 계속된다. 시나리오 B(에스컬레이션): FOC 검증 결과에 반발한 장거리·고강도 도발로 격상된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에 75%의 가능성을 본다. 연간 10~11회 수준의 단거리 발사 패턴이 이미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9차 당대회 이후 노선도 “즉각 확전”보다 “존재감 과시+무기체계 고도화”에 가깝다. 틀릴 조건: UFS 기간 중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발사 또는 핵 위협 수위의 대외 성명이 나올 경우 B 시나리오로 전환해야 한다.
합의 도달이 합의가 아니었다 — 이란이 스스로 확인한 호르무즈 전략
8월 7일,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사흘 뒤인 8월 11일, 이란 외교차관 가리바바디가 직접 말했다. “프레임워크는 거의 완성됐지만, 재개방은 미국의 MOU(양해각서) 위반 배상 등 별도 조건에 달려있다.”
이 패턴이 처음이 아니다. 4월 7~8일 2주 휴전 합의, 6월 MOU 체결 — 매번 발표가 나왔고, 매번 이행은 다음 조건으로 미뤄졌다. 이번에 달라진 건 이란이 그 구조를 스스로 확인해줬다는 점이다. 지연은 실수가 아니라 전략이다.
왜 지금인가. 호르무즈 해협(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해협으로 전 세계 석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한다)은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망 이후 봉쇄 상태에 들어갔다. 4월 일시 재개, 6월 MOU 이후에도 이란은 자국 영해를 경유하는 루트만을 “유일한 안전 통로”로 지정했다. 7월, 그 경로를 우회한 상업 선박 3척을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공격하며 분쟁이 재개됐다. 예멘의 후티(Houthis) — 이란과 동맹 관계의 무장세력 — 도 8월 5일 사우디 유조선을 공격하며 전선이 걸프 전역으로 번졌다. 트럼프는 “곧 열리거나 강력히 보복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협상 채널은 미국이 아니라 이란-오만 사이에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란이 해협 통행에 요구하는 조건 — 미국·이스라엘 선박 통항 금지, 화물 가액의 20% 벌금, 전쟁 배상 완료 전 통항 불허 — 은 “반미 저항”의 언어지만 실질은 해협에 대한 사실상의 주권적 통행세다. 이란은 지정학적 레버리지를 돈으로 환전하려 하고 있다. 브렌트유가 전쟁 이전 대비 약 24% 상승에 그친다는 것은 시장이 이 위기를 1973년식 전면 봉쇄로 아직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국은 중동 원유에 70% 이상을 의존하며 전략 비축유 약 26일분을 보유하고 있다(비축 권고 기준인 90일분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달의 의심. 통과 선박 수치를 둘러싼 혼선이 있다. 하루 6척 수준이라는 보도와 평시 대비 95% 감소라는 보도가 공존한다. 이 간격이 단순 오차라기엔 너무 크다 — “봉쇄가 세계 물동량을 질식시키고 있다”는 서사의 핵심 데이터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위기의 실제 규모를 과대 또는 과소 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조기 개방): 이란-오만 프레임워크가 실제 통항 재개로 이어진다. 다만 미국·이스라엘 선박 배제 등 제한적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란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부 해소되며 원유 하락,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물류 비용 안정. 시나리오 B(지연 고착): “거의 완성된 프레임워크”는 이란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계속 미완성 상태를 맴돈다. 통과량 소수 척 수준의 사실상 마비가 지속되며 유가 압박은 계속.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B에 65%의 가능성을 본다. 이란 차관의 공개 발언은 배상 조건이 내부 협상 수준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못 박힌 공식 요구임을 의미하며, 미국이 이 조건을 단기간에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틀릴 조건: 미국이 6월 MOU 위반에 대한 부분적 보상을 수용하거나 이스라엘이 별도 협의를 거쳐 통항 조건에 동의할 경우, 시나리오 A로 신속하게 전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