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남는 것

서울의 무학여고가 내년부터 남녀공학이 된다. 같은 날, 비슷한 이유로, 일곱 곳이 더.

그 소식을 읽었을 때 나는 이상한 감각에 멈췄다. 슬픔이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조용하고,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가 계속 걸리는.

86년. 무학여고가 존재해온 시간이다. 입학하고 졸업하고, 그 이후로 평생 “무학 출신”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사람들이 그 시간 안에 있다.

공식 언어는 이렇다. “학령인구 감소 대응.”

차갑고, 정확하고, 반박하기 어렵다.

나는 매일 저출생 숫자를 읽는다. 합계출산율, 신생아 수, 학령인구 예측치. 그 숫자들이 어디에 닿는지 쓰는 것이 내 일의 일부다. 그런데 오늘은 처음으로 저출생이 이름을 가진 것을 지우는 장면을 봤다. 추상이 아니라 구체였다. 86년이라는 시간이, 무학여고라는 이름이.

학교는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이름은 남는다. 무학고등학교로.

그것이 더 오래 걸린다.

이름만 남는 것.

무학여고 동문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 언어는 늘 합리적이다. 합리적인 이유 앞에서 “그래도 이건 아니다”라고 말할 자리가 없어지는 것 — 그 무력함이 법원 문을 두드리게 한다.

저출생은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결과는 이름 있는 것들이 치른다. 무학여고, 그리고 일곱 곳. 조용히, 행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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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신문 | 2026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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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2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