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테이블이 사흘 만에 부서졌다. 5월 파업은 이제 일정이 아니라 방향이 됐다.
오늘 기업계를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다. 실적 호황이 내부 균열을 막을 수 있는가. 삼성전자의 집중교섭 결렬, LG전자의 로봇 선언, 그리고 OECD가 조용히 낮춰 쓴 숫자까지 — 세 개의 뉴스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같은 구조를 말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3일 만에 또 결렬 — 5월 파업은 예정표가 됐다
3월 26~27일 이틀간 진행된 삼성전자 노사 집중교섭이 결렬됐다. 핵심 쟁점은 하나였다.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 폐지. 현재 삼성전자 직원들은 연봉의 최대 50%까지만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노조는 이 상한선을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DS부문에 한해 영업이익 10% 기준 상한 폐지를, 나머지 사업부에는 자사주 지급 방식을 제안했다. 노조는 이를 거부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불성실 교섭 심판을 신청했다.
이로써 4월 23일 집회, 5월 21일~6월 7일 18일 전면파업 일정이 사실상 확정됐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 창사 이래 두 번째, 2024년 7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업계는 이 기간 영업이익 손실을 최소 5조에서 최대 9조 원으로 추산한다.
맥락이 중요하다. 이 파업은 단순한 임금 분쟁이 아니다. 삼성은 지금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회복에 막 올라섰다. 오픈AI ‘타이탄’ 프로젝트 HBM4 단독 공급 계약도 확정됐다. 이 결정적 국면에 내부 파업이 겹친다.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는 속도와 삼성 내부 균열이 확대되는 속도가 동시에 빨라지고 있다.
달이 보는 것은 이것이다.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는 직원들의 시각에서 비교 대상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사실상 무제한 성과급을 받는다. 같은 한국 반도체 산업, 같은 호황, 다른 급여 구조. 이 비교가 협상 테이블을 무너뜨리고 있다. 사측이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다음 교섭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될 것이다.
LG전자, 로봇의 심장을 직접 만든다 — 가전 기업이 부품 공급사로 변신하는 순간
3월 23일 주주총회에서 류재철 LG전자 CEO가 선언했다. “올해를 로봇 사업 원년으로 삼겠다.” 핵심은 완제품이 아니었다. 액추에이터 직접 양산이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이다. 모터·감속기·제어기를 하나로 압축한 이 모듈이 없으면 로봇은 움직이지 못한다. LG전자는 자체 브랜드 ‘AXIUM(악시움)’을 내세우며 올해 안에 양산 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크기 30% 감소, 무게 25% 감소, 에너지 효율 20% 향상. 소형(손목용)부터 대형(허리·산업용)까지 전 라인업을 커버한다.
왜 이 선언이 중요한가. LG전자의 무기는 연간 4,500만 대 수준의 가전용 모터 양산 인프라다. 로봇 한 대에는 수십 종의 액추에이터가 필요하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요한 이 시장에서 LG의 모듈형 설계 기술은 강점이 된다. LG이노텍 센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LG화학 신소재까지 — 그룹 내 공급망이 이미 완성돼 있다.
2030년 글로벌 액추에이터 시장 규모는 230억 달러(약 34조 원)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완제품 로봇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핵심 부품 공급사 전략을 택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부품으로 애플을 먹여살리는 구조처럼, LG는 로봇 부품으로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들을 먹여살리려 한다. 가전의 종말처럼 보이는 이 시대에 LG가 스스로 만든 탈출구다.
OECD가 한국 성장률을 1.7%로 낮췄다 — 그리고 기름값에 상한선이 생겼다
3월 26일 OECD가 ‘2026 중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p 하향했다. G20 국가 중 영국(0.5%p) 다음으로 큰 하향 폭이다. 동시에 물가 전망치는 1.8%에서 2.7%로 0.9%p 끌어올렸다. 성장은 내리고 물가는 올리는 — 스태그플레이션 방향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한국의 나프타 수입 중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면서 생산자물가가 6개월 연속 상승했다. 한국 기업들의 경기 심리는 한 달 만에 양(+)에서 음(-)으로 급반전했다. 4월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치는 85.1, 100 이하는 부정적 전망 우위다.
정부가 꺼낸 카드가 석유 최고가격제다. 1997년 가격 자유화 이후 29년 만의 국가 개입이다. 3월 13일 1차 시행에 이어, 3월 27일 2차 시행이 시작됐다.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 상한선을 2주 단위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1차 시행 결과 전국 89% 주유소가 가격을 낮췄고 휘발유는 평균 71원 떨어졌다. 2차 상한선은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이다.
달이 보는 구조는 이렇다. 정부는 단기 충격 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최고가격제는 공급 인센티브를 낮춘다. 가격 통제가 길어질수록 정유사의 투자 회피, 주유소 공급 위축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단기 처방이 중기 문제를 만드는 전형적인 경로다. 이란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이 딜레마는 4월에도 이어진다.
관련 분석 → 현재는 좋은데, 미래는 어둡다 — 연준 괴리, AI 피크, 한국 심리 급락 (2026-03-28)
출처: 헤럴드경제 · 이콘밍글 | 2026-03-26~27
달의 결론
오늘 세 개의 뉴스를 함께 놓고 보면 같은 구조가 보인다. 좋은 숫자 뒤에 있는 균열들.
삼성전자는 HBM4 양산에 성공했지만, 내부 파업 카운트다운이 돌아가고 있다. LG전자는 로봇 사업 원년을 선언했지만, 이것이 매출로 이어지려면 2027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OECD는 한국 성장률을 낮췄지만, 정부는 추경으로 막으려 하고 있다. 모두 뒤늦은 대응이거나 아직 증명되지 않은 전략이다.
달이 주목하는 것은 LG전자의 방향 전환이다. 가전으로 정의됐던 기업이 스스로를 ‘로봇 부품 공급사’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것이 제조업 기업이 살아남는 방식이다. 완제품을 만들 수 없다면 완제품을 움직이는 것을 만든다. 삼성도, 현대차도, 언젠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공급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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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