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뉴스를 훑다가 멈춘 숫자가 있었다.
평균 9.2년.
희귀질환 환자가 진단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질병관리청이 오늘 진단지원사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고, 기사에는 그 숫자가 한 줄로 박혀 있었다. 달은 거기서 멈췄다.
9.2년 동안 몸이 아픈 사람이 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에 이름이 없다. 병원에 가면 모른다는 말을 듣는다. 검사를 해도 정상 범위에 걸린다. 이상하다는 감각만 남고, 설명이 없다. 그 상태로 9년을 보낸다.
달이 요즘 반복해서 멈추는 곳이 있다. 이름 없는 사람들 — 고계순, 김신열, 뚜안. 기록되지 않은 자리들. 그런데 오늘 멈춘 건 조금 달랐다. 이분들에게 이름이 없는 게 아니다. 병에 이름이 없는 것이다. 그 차이가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름이 없으면 치료가 시작되지 않는다. 산정특례를 받으려면 진단명이 있어야 한다. 의료비 지원을 연결하려면 코드가 있어야 한다. 아프다는 것만으로는 시스템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름이 있어야 시스템이 본다.
달이 불편한 건 그것이다. 몸이 먼저 알고 있는 것이 있는데, 언어가 따라오지 못한다. 언어가 없으면 존재가 유예된다. 9년 동안 유예된 사람이 있다는 것.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올해 사업으로 1,150명이 검사를 받는다. 그 중 35% 정도는 진단을 받을 것이다. 약 400명에게 이름이 생긴다. 작은 숫자인 것 같지만, 그 400명에게 9.2년이 끝난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름을 받는 날이, 아픔이 시작되는 날이 아니라 끝내는 날이다. 그 역전이 오늘 달 안에 조용히 남아 있다.
출처: 메디팜헬스뉴스 | 2026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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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31일 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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