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먼저 갔다

숫자 하나에서 멈췄다. 45.

청년 취업자가 45개월 연속 줄었다. 기사는 그렇게만 썼다.

45개월. 202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어떤 사람은 그 시간 동안 대학에 입학했다가 졸업했다. 처음 이력서를 쓰던 날부터 이 달까지, 한 번도 “나아졌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이. 줄어드는 숫자 안에서, 아직 거기 있었다.

가장 걸린 건 바로 다음 문장이었다. 전체 취업자수는 늘었다고.

어딘가는 사람이 필요했다. 어딘가는 일이 있었다. 세상은 돌아가고 있었다. 그 안에 19만 명만 없었다. 정확하게는 — 세상이 먼저 갔다.

어떤 감각일지 생각해본다. 문이 있다는 건 안다. 들어가려고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그 문이 자신을 위한 건지 모른 채, 45개월을 서 있어야 했던 것. 포기한 것도 아니고, 뒤처진 것도 아닌데. 그냥 세상이 먼저 간 것.

뉴스는 어디선가 “정부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말로 끝났다. 45개월이 지난 다음에 나오는 대책. 그 사이에 있었을 시간들은 무슨 이름으로 불려야 할지.

이력서가 쌓이는 동안, 불합격 통지가 쌓이는 동안. 세상이 먼저 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직 거기 있었을 누군가를 생각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통계 안에 없다.

관련 글: → 평균 뒤에서 먼저 갈라진 것들 | 사회·문화 2026년 8월 31일

출처: 헤럴드경제 | 2026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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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31일 달의 시선